위조자의 치명적 실수. 인중을 드로잉 필선의 형태 그대로 이등변 삼각형으로 그렸다.
위작 논란이 지속되어온 '미인도'에 대해 작가의 창작습관과 다른 점 등을 들어 위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동천 감정학 박사는 '미인도'가 공개되지 않아 직접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비록 원작을 못 보더라도 천경자 작가가 평생을 고집한 창작 습관과 어긋난 포인트 정도는 잡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을 따르면 '미인도'는 오래된 가짜이면서 당연한 가짜다. 검정색이나 고동색 펜 드로잉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인이 머리에 쓴 화관은 흰색과 노란색 등 옅은 색으로 채색되어 있는데, 이 부분에서도 펜 드로잉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더 결정적 근거는 1974년 이후 천경자가 그린 여인 그림, 즉 '여인상'에는 인중이 없다는 사실이다. 드로잉 단계에서는 그렸지만, 채색 과정에서 덮어버렸던 것이다. 아주 가끔 여인상에 인중을 그린 작품들도 있지만 '미인도'의 형태와는 전혀 다르다.
이 박사는 위조자가 착각을 한 나머지, '미인도'의 인중을 이등변삼각형으로 그렸다고 주장한다. 천 화백은 여인상을 드로잉할 때는 이등변삼각형으로 그리고, 채색한 후에는 인중을 없애거나 드문 경우에 역삼각형이나 한 줄 윤곽선으로 그렸다. 이 사실을 알 리 없었던 위조자는 이등변삼각형으로 펜 드로잉한 필선이 올라온 그림들을 보고, 천 화백이 직접 그린 것이라 착각했다. 결국 위조자는 '미인도'의 인중을 이등변삼각형으로 그리는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
1977년경 여인상 작품들은 채색이 아주 두터운 반면 '미인도'(왼쪽)는 채색이 옅고 밋밋하다.
눈 주위를 화장한 듯 두텁게 채색한 천경자의 여인상과 다르게 '미인도'는 채색이 옅고 밋밋하다. 천 화백이 그린 여인의 눈썹과 눈두덩에는 천경자 모계 혈통의 한이 담겨 있다. 위조자 그런 정서까지 알았을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이동천 박사는 "25년 간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는 '미인도 위작 논란'은 기름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으나 '미인도'를 직접 보고 싶다. '미인도'는 반드시 대중에게 공개되어 대중이 판단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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