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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균'의 역설…'세균박멸' 좋아하다 건강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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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균'의 역설…'세균박멸' 좋아하다 건강 위협

    3M 항균필터도 한국에서만 판매…항균필터 무조건 좋은게 아냐

    공기청정기 항균필터 실험 장면 (사진=환경부 제공)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등에 사용되는 항균필터에서 항균물질로 사용된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OIT는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CMIT와 유사한 계열의 화학물질로 유독물로 지정이 돼 있다.

    특히, OIT가 함유된 3M사의 항균필터는 한국에서만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나치게 ‘세균박멸’에 신경을 쓴 나머지 제품에 항균물질을 남용하게 되고, 이것이 거꾸로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OIT는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PHMG나 CMIT/MIT보다는 호흡독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상적인 사용환경에서는 위해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26일 ‘OIT 함유 항균필터의 위해성 평가 및 조치상황’을 브리핑하면서 90일 반복흡입독성실험에 의한 무영향관찰농도가 0.64mg/㎥라고 밝혔다. 90일 내내 0.64mg/㎥ 이상 OIT 농도를 유지할 경우 호흡곤란이나 비강병변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이는 0.03mg/㎥ 이상 농도일 경우 문제가 발생하는 PHMG나 무영향관찰농도가 0.34mg/㎥인 CMIT/MIT 보다는 독성이 낮은 것이다.

    또 OIT의 공기 중 반감기는 3.3시간으로 잔류시간이 짧고 흡습 흡착성이 높아, 방출된 뒤 소멸, 분해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사용환경에서는 위해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며, 기기를 장시간 사용하지 않고 환기를 자주 시키면 위해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용환경이나 행태에 따라 위해도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어 사전예방적 조치로 OIT 함유 필터 회수권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OIT가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 OIT 위해도 낮지만...굳이 항균필터 사용할 필요 없어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양지연 교수는 항균필터 자체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양 교수는 “항균필터에서 OIT가 방출되면서 보름 이내에 항균물질인 OIT가 손실돼 제품의 효력이 없는데 굳이 항균 필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이런 항균필터를 자주 교체하는 것이 오염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균 박멸 효과를 보기 위해 항균필터를 자주 교체하는 경우 OIT라는 유독물질을 공기 중에 계속 방출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세균을 없애기 위해 필터에 첨가한 물질이 되려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3M은 우리나라에서만 항균필터를 생산해 공급했다. 지난 3~4년간 112만장의 항균필터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기업들은 ‘항균’이 ‘위생에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퍼트리며, 갖가지 항균 제품들을 내놨다.

    선진국에서는 항균제품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여러 규제를 마련했지만, 한국은 항균 기능을 위해 사용되는 살생물제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정부 어느 부처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뒤늦게 살생물제를 포함한 제품인 경우 사전에 안전성 테스트를 거친 제품만 출시될 수 있도록 하는 살생물제 관리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아직 법제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살생물제 관리 체계가 마련될 때까지는 개개인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항균필터 사태에서 보듯, 99% 이상 세균을 없애주는 제품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정착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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