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고용노동부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을 1997년에 이미 제조업체로부터 통보받고도 이를 14년간 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송기호 변호사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26일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노동부(현 고용노동부)가 1997년 4월 PHMG의 유해성 등을 확인했지만 이를 공표하지 않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유해성 공표 조항을 위반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 등에 따르면 1997년 2월 유공(현 SK 케미칼)은 PHMG를 개발한 뒤 '유해성 조사 결과보고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PHMG는 '유해물질'로 표시됐고, 제품 용도는 가습기 살균제가 아닌 '섬유의 항균제'라고 특정됐다.
보고서에는 ▲ 눈에 접촉하면 심각한 자극을 줌 ▲ 흡입했을 때 환자를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을 옮길 것 ▲ 병적인 증세를 보이면 의사의 진료를 받을 것 ▲ 피부에 접촉했을 때 충분한 물로 오염된 피부를 담글 것 ▲ PHMG로 오염된 물은 폐수처리시설이 있는 위생시설로 보내거나 허가를 받고 폐기할 것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당시 이런 내용을 공표하지 않았다가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 참사가 알려진 2011년에야 PHMG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게시했다.
또 이들은 "노동부가 지난달 송기호 변호사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유공의 PHMG 결과보고서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며 결과보고서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이후 신창현·이정미 의원이 노동부에 해당 자료를 요구하자 노동부는 안전보건공단에 해당 서류를 확인하고 두 의원에게는 제출했다.
의원들은 또 노동부에서 확인한 MSDS와 SK케미칼이 검찰에 제출한 같은 자료 간에 PHMG의 용도가 서로 다르게 표기돼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노동부의 자료에는) '섬유의 항균제'로 표시됐고, SK 케미칼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엔 '미생물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업용 항균제'로 표시돼 있다"며 "PHMG의 용도 표기가 바뀐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 5월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우리부와 공단이 당시의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가 7월 서류철을 추가로 확인하던 중 해당 자료를 발견했다"며 "공고 목록에서 누락된 것은 행정착오로 인한 것으로 보이나, 20년 전 사실이라 어떤 사유로 누락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조한 옥시레킷벤키저는 PHMG 구매 당시 판매자(SK 케미칼)로부터 MSDS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옥시가 받은 MSDS에 1997년 당시 확인했던 경구독성 및 자극성, 사용·폐기시 유의사항 등에 대한 정보가 기재돼 옥시 측이 이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