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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만 안하무인…다국적 기업 갑질에 정부는 '뒷북만'

경제 일반

    한국서만 안하무인…다국적 기업 갑질에 정부는 '뒷북만'

    옥시∙폭스바겐∙이케아∙3M 등 피해보상 나몰라라…정부는 '사후약방문식' 대책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져 본사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업 현장조사에서 아타 샤프탈 옥시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옥시, 폭스바겐, 이케아, 3M,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유독 한국에서만 정부와 소비자를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태도로 일관하며 사실상 소비자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정부와 국회, 사법부가 뒤늦게 '사후약방문식'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다국적기업들은 눈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허술한 법체계와 시스템탓에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쥐꼬리만한 피해보상을 받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옥시, 폭스바겐, 이케아, 3M, 애플…유독 한국서만 '안하무인'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중국과는 달리 한국 정부나 소비자에 대해서만 유독 안하무인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분통이 터진다.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만 1528명, 사망자 239명의 '살인 가습기 살균제'를 한국에서만 판 옥시. 독성물질인 OIT(옥틸이소티아졸론)이 함유된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필터를 우리나라만 공급한 3M도 무해하다고 변명만 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서둘러 대규모 리콜을 시행하고 17조 8천억원의 배상을 하기로 했지만 한국에서는 배기가스 조작혐의를 부인하며 대규모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 판매중단 꼼수를 부렸다.

    글로벌 가구 공룡 기업인 이케아도 미국 어린이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말름 서랍장'을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자발적 리콜과 함께 판매를 중단했지만 한국에서는 계속 팔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에 불공정 계약을 강요한 혐의로 지난달 공정위 현장 조사를 받은 애플코리아는 '담당자가 공석'이라거나 '관련 자료가 없다', '변호인이 참여하지 않았다'며 조사를 방해했다

    가습기살균제 특위가 27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져에서 기업 현장조사를 가지는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 및 참사 전국네크워크가 옥시 본사가 입주한 건물 앞에서 제2의 옥시를 막자-가습기살균제사고 기업 현장조사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국가가 보호하는 것은 무엇?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기업이 잘 살아야 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경제가 발전해야 국민 개개인도 잘 살 수 있다"며 각종 규제 완화는 물론 기업, 투자자보호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 소비자 권리와 건강보호는 무시돼 왔고 느슨한 법과 제도, 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마음껏 국내 소비자들을 유린하고 있다.

    한국의 사법부는 제조물 책임과 관련해 기업 측은 물론이고 국가책임을 인정하는 데에도 소극적이다.

    현재 다른 소송들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서도 현재까지 나온 판결은 2015년 1월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의 원고 패소 판결뿐이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숨진 피해자들의 유족 4명에 대해 "국가가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09년을 떠들석하게한 베이비파우더 석면 사건에서도 법원은 기업도, 국가도 책임이 없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에반해 미국에서는 지난 2월 베이비파우더를 35년 사용하다 난소암에 걸려 숨진 재클린 폭스라는 여성의 가족에게 존슨앤존슨이 7200만 달러(약 818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미국 VS 한국 국민 피해보상 몸값…818억원 VS 1억원

    만약 재클린 폭스가 우리나라에서 같은 일을 당했다면 어땠을까 ?

    법조계 전문가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사망 배상금은 1억원이 못될 수도 있다고 한다.

    국내는 배상금을 산정할 때 '일실이익(수입)'과 위자료, 치료비, 장례비 정도가 기준으로 적용된다.

    위자료는 대체로 기준점이 8000만원이며 상한선은 1억원을 적용해 왔다. 장례비도 300~5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고 우리나라가 실손보전위주의 사법체계를 가졌다고 해도 손해배상 몸값 차이, 818억원대 1억원은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 수치다.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빼고 직접 피해액을 기준으로 한다 해도 113억원대 1억원이다.

    더우기 우리나라는 기업의 불법이나 과실을 소비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소비자 개인이 일일이 소송을 해야 하고 간신히 손해를 입증해도 손해배상은 실제 피해액만 받을 수 있다. 소액의 위자료까지 합쳐봐야 보상금은 미미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요하네스 타머 총괄대표가 지난 25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열린 판매금지 및 인증취소 관련 비공개 청문회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정부, 법원, 국회 뒤늦게 '사후약방문'

    전국민적 충격을 준 옥시사태를 비롯해 국민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외국계 기업들의 불법 행위가 이어지자 정부와 국회, 법원이 뒤늦게 사후약방문식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언제부터 실효성있는 대책이 가동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동안 현행 위자료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기준 금액도 낮게 설정돼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이 선고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침묵하던 사법부가 이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법원은 7월 15일 각급 법원을 대표한 46명의 민사법관이 참석한 가운데 '2016년 전국민사법관 포럼'을 열고 불법행위 유형에 따른 적정한 위자료 산정방안 등을 논의했다

    기업의 악의적 불법행위 등에 대한 위자료 산정시 피해 유형에 따른 기준금액을 다양화하고, 국가경제 수준과 국민 법감정에 맞도록 상한선도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데 법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최우진 대전고법 판사는 주제 발표를 통해 "불법행위 유형을 세분화하고 기준금액을 다르게 설정해야 하며 위자료를 정할 때 고의나 중과실이 있을 경우 기준금액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준금액을 음주운전,뺑소니 교통사고은 사망시 1억 5천만원~2억원, 항공기 추락,대형 재난사고는 2억원, 영리적 불법행위는 2억~3억원으로 하되 고의나 중과실 등은 기준금액을 올리고 위자료도 1.5~2.5배까지 가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시나 폭스바겐사태 이전에도 이러한 우려와 비판이 많았지만 전국 법관들이 모여 '위자료 산정 실무의 현실화'에 관한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대 국회에서도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조업체의 악의적 불법행위 방지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을 비롯해 '소비자집단소송법',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 특별법' 등이 잇따라 발의됐다.

    제조물 책입법과 소비자집단소송법 등의 법안들은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다가 옥시 사태 등이 이어지자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것이다. 하지만 여당과 기업 등의 반대과 입법로비로 통과가 제대로 될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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