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진경준 사태'는 검찰 68년 역사상 최악의 검찰 비리 사건라고 할수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차라리 검찰을 떠나고 싶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다.
진 검사장이 주식 대금과 고급차량, 여행경비 등 진경준 검사장이 받은 뇌물은 '액면가'로 9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이 준 돈으로 주식을 사서 얻은 시세차익만 126억원에 달해, 진 검사장의 실제 얻은 이익은 130억원대에 육박한다.
여기에 한진그룹 탈세 관련 무혐의 처분을 내린 후 처남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금액은 130억원까지 합치면 두배이상으로 증가한다.
물론 검찰에선 넥슨재팬 주식으로 126억원의 대박을 치기 전 처음 공짜로 얻은 주식(넥슨코리아)을 뇌물로 인정했다.
아무튼 진 검사장이 직접받은 뇌물과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은 사상 최대액이다. 더군다난 진 검사장은 검사장급 중 처음으로 구속됐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줬다.
이번 사건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 측근 등으로부터 10억원의 돈을 받은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 사건과 비교된다. 4년전 발생한 이 사건 역시 뇌물액수로는 검찰 역사상 가장 많았고, 검사가 사건과 관련해 거액의 금품을 받은 사실은 검찰을 패닉에 빠뜨렸다.
하지만 진 검사장의 죄질은 이보다 더한 '역대급'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금액이 '세자리' 숫자로 어마어마하고 친구인 김 회장에게 사실상 '갈취'하다시피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10년 정도에 걸쳐 주식, 자동차, 여행 경비 등 다양한 형태로 뇌물을 받은 점도 기존 비리형태와 다르다.
또 진 검사장은 수사 등과 관련한 '법적 이익'으로 뇌물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 대가성에 대해선 검찰이 확실하게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뇌물 액수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도움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법무부는 이번에도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여전히 내부에서는 '개인 일탈'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검찰의 고위 인사는 "어디 조직이나 개인 일탈은 있기 마련이다"라며 "이를 구조적인 문제로 가져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로 비화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과 정치권에서 검찰에 '메스'를 가하려는 움직임이 어느때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개혁안 마련에 직접 나서는 것은 뭐라할수는 없지만 '환골탈태'가 가능할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가장 큰 이유는 진경준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비리를 저지르고도 검사장에 승진하면서 일었던 '부실 검증'의 책임은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있다. 하지만 "인사검증 과정에서 차명재산, 차명계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법무부와 검찰 역시 재산 검증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대책이 나와도 제2의 진경준을 막을 방법은 요원하다고 볼수밖에 없다.
김현웅 법무장관과 김수남 검찰 총장도 사과를 했을 뿐 진정성있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있을수 없는 일이 벌어졌지만 수장은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검찰의 자체 개혁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