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
청와대가 지난해 보수주의 계열 단체에 박정희식 개발독재를 찬양하는 내용의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불거졌다.
2일 정부의 정책연구정보서비스(www.prism.go.kr)에 따르면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경제발전 경험의 세대 간 공유'라는 제목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용역을 수행한 곳은 한국선진화포럼으로, 계약금액은 880만원이었다.
보고서는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경제발전 경험을 세대 간에 공유해 차세대의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공에 대한 이해도와 자부심을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한다"는 연구 목적을 바탕으로 박정희정권 시절 새마을운동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칭찬했다.
새마을운동은 "자조하는 마을만 지원한 정부주도의 관치 차별화 정책"으로, "신상필벌의 원칙은 향후 수출증진정책, 중화학공업정책 등을 포함한 모든 정책에 다 들어가 있으며, 한국이 고도성장을 이룩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 중의 하나"라고 평가됐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대해서는 "정부가 추동력을 발휘해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좋은 수단"이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에 첨부된 관련 토론회 발제문에서 토론자들은 특히 "'나쁜 성과를 더 우대하는 경제평등주의 정책체제'속에서 양극화에 빠진 선진국들에게도 새마을운동이 필요하다"거나 "현재 맞이하는 위기도 모두가 협동하고, 머리를 맞대어 노력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새마을운동을 격찬했다.
토론에서는 노골적인 '박정희 찬양'도 나왔다.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새마을노래도 스스로 작사 작곡하시고 새마을운동에 대해 총정리하신 위대한 대통령의 메모를 만드셨다"거나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경제성장을 이야기한다면 박정희라는 개인과 60년대 이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등의 발언이 기록됐다.
토론에는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좌승희 영남대 석좌교수 등 뉴라이트·시장주의 계열 학자와 대학생 등이 참여했다.
보고서는 결론 부분에서 새마을운동과 신상필벌의 리더십, 강한 컨트롤타워, 정책의 유연성 제고, 글로벌 협력강화 등을 제안했다. 박정희정권 시절 경제정책을 현 시점에 원용하자는 제안에 해당돼 시대착오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참고 또는 자문을 위한 연구용역에 불과하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원로 경제인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할까, (참고할 만한) 의견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의 해외순방 등 외교시 우리 경제 발전상 홍보를 위한 참고자료 격이었다"며 "경제사적으로 우리 발전 전략이 주효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새마을운동도 유엔에서 후진국 개발 모델로 확산시키자는 입장이어서 보고서 내용을 폄훼할 것까지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