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4년 소송' 오원춘 사건 유족 "떠나간 누나와의 약속"

사회 일반

    '4년 소송' 오원춘 사건 유족 "떠나간 누나와의 약속"

     

    <피해자 남동생="">
    -신고 때 대응만 잘했어도
    -초동수사도 수박 겉핥기에 불과
    -수사에 핵심적인 정보도 빠뜨려
    -국가 잘못 인정할 때까지 버틸 것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신고가 외려 독? 경찰 왜 있나
    -112시스템 개선된 것 없어
    -자치경찰로 바뀌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피해자의 남동생(익명),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뉴스의 그 이후를 따라가보는 시간. AS뉴스입니다. 오늘은 바로 4년 전 온 국민을 경악케 했던 오원춘 사건을 떠올려 보려고 합니다. 당시 조선족 동포 오원춘에게 납치된 여성, 범인의 눈을 피해서 112에 신고를 하죠. 신고를 받은 경찰은 신고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엉뚱한 곳만 수색을 합니다. 12시간 만에 오원춘의 집을 찾았을 때는 이미 피해자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는데요. 2심에서 국가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고요. 지난주 대법원은 이 판결을 다시 2심 재판부로 돌려보냈습니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법정공방에 시달리고 있는 유족들. 지금 어떤 심정일까요. 오원춘 사건 피해자의 남동생을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나와 계십니까?

    ◆ 남동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건이 있은 지 4년, 어떻게 지내셨어요?

    ◆ 남동생> 제가 누나랑 (나이가) 3년차가 났었는데요. (사건 당시에) 저희 누나가 스물아홉이었는데 제가 이제 그 나이를 넘어가지고 서른이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법원 선고가 있기 전까지는 가끔씩은 좀 잊고 살았던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또 한 번 상기가 되는 게 참 가족 입장에서는 힘든 점이 아니었나 싶네요.

    ◇ 김현정> 부모님이 굉장히 힘들어 하셨었었어요. 지금 어떠세요?

    ◆ 남동생> 부모님이 (기일마다) 자식의 어떤 제사상(을 떠올리게 되고), 자식 먼저 앞세웠다는 거를 너무 힘들어하시니까요. 저는 (힘든 걸로 치면) 명함도 못 내밉니다.

    ◇ 김현정> 참으로 어려운 4년. 재판 기록을 보니까요. 1심에서는 국가책임이 30%다, 이렇게 인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2심에서는 그나마 30%도 책임이 없다, 이렇게 판결이 나왔네요. 2심 재판부는 어떻게 그 당시에 이런 판결을 낸 거죠?

    ◆ 남동생> 1심에서는 어느 정도 경찰들이 잘못을 했다고 인정을 조금 해 주신 느낌도 있었어요. 그런데 2심에서는 그게 완전히 엎어진 거죠. 전혀 경찰들의 위법을, 위법에 대한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없다라는 식의 판결이 떨어져서. 정말 그때 힘들었죠.

    ◇ 김현정> 보니까 2심 재판부가 이렇게 썼어요. '오원춘의 난폭성과 잔인성을 고려하면 초기 수색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생존 상태에서 구출될 수 있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 남동생> 그 문장을요, 너무 많이 읽어봤거든요. 그러니까 그 말은 잘했어도 사망을 했을 수 있다라는 건데 그거 도대체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설사 그날 규율에 맞춰서 잘하셨다고 하더라도 저는 따져보기라도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경우엔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을 크게 했거든요.

    ◇ 김현정> 그래요. 지금 들으시는 분들이 아마 이게 벌써 4년 전 일이라서 좀 가물가물 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오원춘에게 감금당한 상태에서 누나가 기지를 발휘해서 112에 신고를 한 거죠?

    ◆ 남동생> 그러니까 중간에 이제 범인이 화장실에 가요. 그 틈을 타서 이제 누나가 112 신고 전화를 이제 하게 되죠. 그걸 이제 범인이 다시 돌아오면서 그걸 알게 됐죠.

    ◇ 김현정> 그러니까 일단 112 신고 센터에 신고한 내용은 어땠죠?

    ◆ 남동생> 상식적으로 계속 살려달라고 했겠죠. 살려 달라고, 살려 달라고. 그런데 그 상황에서 이제 그 보통 사람들이 지나다니다 보면 자기 집을 가는 골목이라고 할지언정 정확한 주소를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쪽 신고전화를 받은 센터 직원분이 주소를 그렇게 계속 되풀이해서 물어보세요.

    ◇ 김현정> 바로 그 부분이 지금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던 부분입니다. 계속 그쪽 주소가 어떻게 되느냐고 112신고센터 사람이 그걸 묻죠?

    ◆ 남동생> 마지막으로 이제 정점을 찍죠. (신고센터 직원들끼리) 부부싸움인 것 같다고 하면서 의아해합니다. 그런 교육을 받고 그런 일을 하시는 분들이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그런 그 정도의 상황파악도 못하셨다는 게 정말 가족 입장에서 억울하고.

    ◇ 김현정> 그렇죠.

    ◆ 남동생> 지금도 이해가 안 되죠.

    ◇ 김현정> 집 주소를 대라고 했을 때 누나가 비교적 상세하게 그쪽의 상황을 알립니다. '못골놀이터 지나서요'. 이렇게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나요?

    ◆ 남동생> 그 동네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게 그 정도의 표현을 들으면 어딘지 알만 합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 김현정> 그 정도까지 사실은 누나가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도 그 112 신고센터에서 일선 경찰에게 전달할 때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거죠?

    ◆ 남동생> (범행이) '집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을 빠뜨리죠. 정말 핵심적인 정보였는데… 그러니까 집 안까지 수색해야 한다는 것까지 특정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수박의 겉을 핥는 그런 식으로 수사를 밤새도록 하신 거죠.

    ◇ 김현정> 심지어 오원춘 집에 가서 두드리고 아무 일 없습니까? 묻기까지 했죠?

    ◆ 남동생> 수색하신 분들이 그런 말 안 했으면 저희는 몰랐을 일이에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인정을 하시고 자기는 그랬다는 것을 실토를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는 정말 인정도 아무것도 안하고 나는 잘못한 게 없다라는 식의 어떤 태도가 너무 화가 나는 거죠.

    ◇ 김현정> 네.

    ◆ 남동생> 그때 감정이 지금도 상당 부분 남아 있거든요. 그날, 그날의 그 느낌이. 끔찍하죠…. 지금도 생각하면.

    ◇ 김현정> 끔찍하죠. 왜 안 그렇겠습니까. 그렇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소송 굉장히 긴 소송이에요, 지금 대법원까지 왔으니까. 이걸 끝까지 가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뭘까요?

    ◆ 남동생> 제가 누나의 영정 앞에서도 그랬지만 누나를 부검하러 가는 응급차 안에서요. 내가 끝까지 한번 밝혀보겠다, 잘못한 만큼 벌 좀 받게 하고 누나가 왜 이렇게 됐어야만 했는지 그래야 누나도 영혼이라도 남아 있다면 좀 한이 안 남지 않겠느냐는 그런 다짐을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소송으로 보여졌다면 보여진 것이고요.

    ◇ 김현정> 기운 잃지 마시고 이 가족이 저는 정말 잘 살아가는 모습을 좀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남동생> 저도 그 점이 제일 크거든요…. 무너지지 않는 거. 누구 좋으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보란듯이 잘 사는 모습, 불의에 맞서는 모습 보여주셨으면 좋겠고요. 또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날까지 잘 견디셔야 됩니다.

    ◆ 남동생> 알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남동생> 네.

    오원춘 현장 검증 당시 모습.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오원춘 사건의 피해 여성 남동생입니다. 그 당시에도 가장 앞장서서 문제 제기를 했던 가족인데. 오늘 4년 만에 다시 만나봤습니다. 사실 오원춘 사건은 경찰에 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이 초동수색에 미숙했던, 그래서 크게 문제가 됐던 사건인데요. 그 이후에 112 제도는 어떻게 개선이 됐을지 이 부분도 짚고 가야겠죠.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연결해 보죠. 오 국장님 나와 계십니까?

    ◆ 오창익>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4년 전에 제가 오 국장님 하고 인터뷰를 했었어요.

    ◆ 오창익>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때 경찰이 왜 존재하는지 회의가 든다고 통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기억하시죠?

    ◆ 오창익> 네. 살려달라고 그랬고 그다음에 방금 인터뷰에서 들으신 것처럼 피해여성이 굉장히 침착하셨어요.

    ◇ 김현정> 맞아요.

    ◆ 오창익> (신고할 때) 위치도 정확히 알려줬고요.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유치원 가기 전이다, 그렇게 아주 정확히 위치도 얘기해 주셨는데. 경찰은 허둥대고 제대로 대응하지도 않고 그렇게 뭐 밤새 이어진 거 아닙니까?

    ◇ 김현정> 부부싸움이라고 그냥 치부해 버리고요.

    ◆ 오창익> 아니, 그리고 출동한 경찰들도 정말 이해할 수 없었고요. 그래서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게 오히려 자신의 생명을 빼앗기게 된 계기가 된 게 아닌가 싶어서 굉장히 안타깝고요. 그렇다면 경찰이 왜 존재해야 되는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경찰의 제1책무 아닙니까?

    ◇ 김현정> 그럼요.

    ◆ 오창익> 제1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 기억하시겠지만 그 사건 때문에 경찰청장이 그만둡니다.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고요.

    ◇ 김현정> 엄청나게 큰 사건. 그래서, 그래서. 그 당시에 그 신고를 받은 경찰의 초동대처, 그러니까 112시스템만 제대로 돌아갔어도 막을 수 있는 죽음 아니었냐 해서 공청회도 열리고 연일 토론도 하고 그랬거든요. 어떻게 4년이 지난 지금 112 시스템은 좀 개선이 됐습니까?

    ◆ 오창익> 아닙니다. 그대로입니다. 왜냐하면 경찰이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제대로 하겠다, 철저하게 하겠다. 확립하겠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요. 사실 말잔치고요. 실제로 바뀐 건 없습니다. 이게 왜냐하면 제도적인 문제거든요.

    ◇ 김현정> 아니, 오 국장님. 그런데 제가 아는 걸로는 112에 신고 전화가 가면 동시에 실시간으로 순찰차가 그 신고전화를 듣게 한다든지 112 신고 어플리케이션이 생겼다든지 단축번호만 누르면 자신의 위치가 자동으로 전송이 되는 시스템 마련한다든지 이렇게 좀 바뀌지 않았어요? 제도적으로?

    ◆ 오창익> 어플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새롭게 시작된 것이고요, 그 전하고 달리. 핵심은 이제 지역경찰 활동인데요. 112 신고하면 전부 녹음이 되고 하는 시스템은 그전에도 다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녹음된 상황을 저희가 4년 전에도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그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을요.

    문제는 이제 곧바로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들인데요. 얼마 전에 그 ‘한남동 살인 사건’에서 본 것처럼 엉뚱한 데로 출동해서 그 사건도 이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 어머니가 아들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그 사건이요, 그것도 서울 도심이었고, 한남동이었는데도 불구하고 30분이 걸렸습니다.

    그러니까 오원춘 사건 이후에 그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거나 그런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112에 신고해서 사람을 살려주세요라는 다급한 목소리에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일들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는 건 경찰이 말로만 바뀌었지, 실제로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제도는 뭔가 조금 바꾸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걸 운영하는 사람들의 인식. 신고를 받고 제대로 찾아가지 못하는 이런 부분들. 이런 사람의 운용 문제가 있는 거군요.

    ◆ 오창익> 그럼요.

    ◇ 김현정> 그거 어떻게 해야 됩니까?

    ◆ 오창익> 우리도 자치경찰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자치경찰이라는 말이) 낯선 분도 계시겠지만….

    ◇ 김현정> 자치경찰이요?

    ◆ 오창익> 네, 우리나라는 국가경찰이에요. 경찰청장부터 저 말단까지가 다 연결되어 있는데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 쪽에 어떤 나라든지 다 자치경찰입니다. 그러니까 지역주민들이 경찰을 통제합니다. 지방경찰청장을 선출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요.

    그러니까 교육감이 이제 자치 아닙니까? 자치 교육감이 된 다음에 지역 학생들 학부모들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것처럼, 오로지 주민만 생각하는 경찰을 우리들이 가질 수 있냐, 없냐가 아주 핵심적인 겁니다. 지금 지구대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구대 요원들이 굉장히 노령화 되어 있습니다. 지역경찰활동이 굉장히 중요한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전체에서는 이를 테면 기획, 정보, 경비 이런 것에 밀린 한직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겁니다.

    ◇ 김현정> 거기서부터 문제가 생긴다는 말씀이세요.

    ◆ 오창익> 시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파출소 지구대활동이거든요. 내가 아쉬울 때 내가 필요할 때 와주는 경찰이 지구대 파출소 경찰인데, 이게 뭐 승진도 못하는 자리, 나이 먹으면 밀려가는 자리, 이렇게 돼 있는 게 자치 경찰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자치 경찰 이 네 마디, 기억을 꼭 해야겠네요. 말씀 고맙습니다.

    ◆ 오창익>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AS뉴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까지 만났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