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요구한 최경희 총장의 사퇴 시한인 오후 3시를 넘긴 9일 오후 이화여대 교정에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화여대 사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과 학생 측은 모두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며 서로가 수용 불가능한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동안 지적되어 온 교내 불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를 논하는' 자리를 마련해 양측 모두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 양측의 '대화'에는 '듣기'가 없다지난달 28일부터 '평생교육 단과대학(평단)' 사업 철회를 두고 싸우던 학생 측과 학교 측은 지난 3일 최경의 총장의 사업 철회 선언 이후에는 '총장 사퇴'를 두고 싸우고 있다.
양측 모두 서로에게 '대화'를 요구하지만 각자의 요구와 주장만 있는 상황. 학생들은 "총장 사퇴만이 답"이라는 입장이고 학교 측은 "총장 사퇴는 논할 수 없고 학생들은 점거 농성을 풀라"는 입장이다.
9일, 최 총장은 <친애하는 재학생·졸업생="" 여러분께=""> 라는 제목의 문서를 학생 측에 전달했다.
문서에는 "학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점과, 이번 사업을 추진하다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거듭 진심으로 마음 깊이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학교 측의 대화 요구에 학생들은 서면 대화를 요구했고 이에 총장은 문서에서 "서면 질의응답을 할 것이고, 이것과 별도로 가능하다면 학생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경청하고 싶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생 측은 "면대면 대화가 아닌 서면 대화가 최선"이라는 입장을 보였고 회신에 "총장은 아직까지 경찰 병력 투입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없고, 학교 측 잘못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유감이라는 입장을 담았다"고 전했다.
대화는 겉돌았고 양측 모두 상대방에게 각자의 뜻을 관철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 불통 해결이라는 명분
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학생들이 학교 측의 불통 행정에 제동을 건 것은 큰 성과다. 학생들은 더 나아가 그간 지속돼온 학교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 학생들과의 소통 부재 등 불통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뿌리 뽑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수차례 "학생들과 의논 없이 사업을 추진했던 것을 사과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향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양측 모두 '불통 해결'이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불통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중앙대학교 이병훈 사회학과 교수는 "총장 한 명이 바뀌는 게 문제가 아니라 불통 학교 개혁에 대한 문제"라며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물밑 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학교 본부는 향후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논의해 합의 각서나 서한 등을 학생 측에 전달할 수 있고, 학생 측도 책임 있는 논의를 위해 대표가 나서서 학교 측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자 없이 진행되는 현재 학생 측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서는 "시위 초기, 자발적인 목소리를 모으는 단계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양측의 대화에서는 책임성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힘든 방식"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생들은 9일 오후 3시로 정한 최후통첩 시한까지 최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자 10일 오후 8시, 이화여대 정문에서 재·졸업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총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RELNEWS:right}친애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