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크쉑' 오픈 시간인 11시 전부터 매장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송이 기자)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불볕더위 아래 한 시간씩 줄을 서서 먹는 음식이 있다.
바로 '쉑쉑버거'다.
며칠 전 최고 온도가 34도까지 올라간 무더운 날, 기자는 쉐이크쉑(이하 쉑쉑버거) 매장을 찾았다.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에 맞춰 매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줄은 매장 앞에서 시작해 건물을 끼고돌아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이어져 있었다.
그늘 한 점 없는 곳에서 장시간 줄을 설 자신은 없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맛은 봐야겠다 싶어 용기를 내 줄을 섰다.
쉐이크쉑 메뉴판과 주문 내용 (사진=김송이 기자)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서 땀을 한 바가지 흘리다 마침내 줄을 선지 50분 만에 주문할 수 있었다. 주문은 남들 다 먹는다는 '쉑버거'와 '치즈 감자튀김' 그리고 '바닐라 셰이크'를 시켰다. 총 가격은 17,700원으로 일반 수제버거 집에서 먹는 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편이었다.
비로소 주문을 마쳤다는 안도감도 잠시,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부는 큰 편이었지만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매장은 꽉 찼고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곳곳에 서서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혼자 온 터라 자리부터 잡아놔야 햄버거를 먹을 수 있겠다는 절박한 생각에 염치 불구하고 음식을 먹고 있는 테이블 옆에서 서서 기다리기를 10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버거가 준비됐다는 진동벨이 울렸고 매장에 도착한지 한 시간 만에야 ‘쉑버거’를 한입 물 수 있게 됐다.
'쉑쉑버거'의 속 재료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사진=김송이 기자)
햄버거 크기는 보통이었고 내용물은 특별한 소스 없이 패티와 치즈, 상추, 토마토로 굉장히 단출한 편이었다. 맛은 우리가 보통 먹던 햄버거보다는 더 짠 편이었지만 패티의 육즙이 충분히 느껴지는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버거를 이 더위에 50분씩이나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의 맛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면 상상도 못 했던 특별한 맛이 아니라 기존에 알고 있던 기본 햄버거의 맛이었기 때문이다.
쉐이크쉑버거 매장이 오픈 한지 3주가 되어가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 버거에 열광하고 있고 무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찾는 사람은 줄지 않고 있다. 비결은 뭘까?
메리어트호텔 최승민 셰프는 "기존 햄버거에 대한 사람들의 싫증과 SNS 열풍의 결과"라며 "쉑쉑버거가 한국에 들어온 타이밍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최승민 셰프는 "패티가 스테이크처럼 두껍고 컸던 수제버거의 부담스러움과 채소가 풍성하지 않고 인스턴트 느낌을 주는 패스트푸드 버거의 아쉬움에 대한 절충형이 바로 쉑쉑버거"라며 "실제 쉑쉑버거를 보면 특별한 것이 없다. 속 재료는 패티, 치즈, 상추, 토마토가 전부인 먹을 것만 딱 들어간 기본에 충실한 버거다"고 말했다.
이어 최 셰프는 "요즘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은 맛만 중요시하는 게 아니라 사진을 찍어 SNS 공간에 남기는 것,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그런 연장 선상에서 쉑쉑버거는 물 건너온 외국 브랜드에 수제버거 느낌을 주는 나름의 '특별함과 고급스러움' 때문에 SNS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음식"이라고 말했다.
'쉐이크쉑'의 대표 메뉴인 '쉑버거'와 '치즈 감자튀김', '바닐라 셰이크' (사진=김송이 기자)
실제 쉑쉑버거 매장 안 풍경은 맛을 충분히 음미하며 먹는 사람보다는 사진 찍는데 열과 성의를 다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또한 최승민 셰프는 "후기를 찾아보면 쉑쉑버거 매장 직원들이 즐겁게 웃으며 일하고 있고 활기가 느껴져서 좋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 또한 젊은 고객층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 중 하나였을 것"이라며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이 접목돼 쉑쉑버거 열풍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쉑쉑버거 열풍,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최승민 셰프는 "쉑쉑버거 열풍은 한순간일 것"이라며 "과거 유행했던 음식들인 스파게티나 스테이크 등을 보면 얼마 못 가 사람들이 금방 질려 했다. 지금은 그 많던 스테이크 하우스, 패밀리레스토랑들이 다 없어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최 셰프는 "아무래도 유행하는 음식들이 양식을 기반으로 되다 보니 매일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질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햄버거도 역시 양식이므로 열풍이 계속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 줄 서서 먹는 쉑쉑버거보다 더 맛있는 '홈버거', 만들어 볼까?
'쉑쉑버거'보다 더 맛있는 '홈버거' (사진=최승민 셰프 제공)
쉑쉑버거를 먹어본 사람이나 못 먹어 본 사람이나 버거를 먹기 위해 당장 매장을 찾기가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햄버거 하나를 먹기 위해 그 엄청난 인파와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인내할 자신이 쉽게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에서 '쉑쉑버거'를 만들어 먹는 건 어떨까?
최승민 메리어트호텔 셰프는 "쉑쉑버거가 생각보다 단순해 집에서 일반인도 쉽게 만들 수 있다"며 "몇 가지 팁만 숙지해 요리하면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쉑쉑버거보다 더 맛있는 홈버거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홈버거를 만들 때 버거 빵은 기존 버거 빵보다 크루아상이나 꽈배기 도넛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최승민 셰프는 "꽈배기 도넛을 버거 빵으로 사용하라고 하면 굉장히 의아해할 수 있는데 설탕이 묻은 꽈배기 도넛을 반으로 갈라 사용하면 굉장히 새로운 맛의 버거를 완성할 수 있다"며 "만약 설탕이 싫은 사람의 경우는 설탕을 묻히기 전 꽈배기 도넛을 사용하던가 크루아상을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패티 모양을 만드는 팁으로는 빵 크기보다 2cm 정도 넓게 만들고 가운데는 움푹 들어가게 눌러 주는 것. 패티의 테두리 부분도 둥글게 잘 다듬어줘야 한다" (사진=최승민 셰프 제공)
햄버거의 '꽃'이자 핵심인 패티를 만들 때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만 넣고 만드는 것이 좋다. 보통 다진 채소 등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익히는 과정에서 패티가 깨질 수 있어 안 넣는 것이 좋다. 또한 패티의 점성을 주기 위해 빵가루와 밀가루를 넣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넣지 않아도 충분히 오래 치대면 자연스럽게 단단해진다.
최승민 셰프는 "패티는 굽다 보면 크기는 줄어들고 중간 부분은 솟아오르기 때문에 패티 모양을 만들 때 빵 크기보다 2cm 정도 넓게 만들고 가운데는 움푹 들어가게 눌러줘야 한다"며 "또한 패티의 테두리 부분이 갈라져 있으면 나중에 익었을 때 잘 깨지므로 테두리 부분도 둥글게 잘 다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 셰프는 "패티는 두께감이 있어 속까지 완전히 익히기 위해 뚜껑을 닫아 익혀야 한다"며 "패티가 다 익었는지 확인하는 팁은 쇠젓가락을 패티 중앙 부분을 깊숙이 찔러봤을 때 육즙이 바로 올라오면 다 익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티가 다 익었는지 확인하는 팁은 쇠젓가락을 패티 중앙 부분을 깊숙이 찔러봤을 때 육즙이 바로 올라오면 다 익은 것" (사진=최승민 셰프 제공)
햄버거 속 재료로 치즈를 넣을 때는 2장 이상 넣어주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치즈는 염도가 낮기 때문에 한 장만 넣을 경우 치즈 맛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추의 한 종류인 로메인이 없을 경우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꽃상추를 사용해도 아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충분히 낼 수 있다.
보통 햄버거에는 피클이 들어가지만 양파를 사용해 피클 맛을 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양파를 센 불에 볶아 단맛을 내고 거기에 식초와 포도주를 부어 시큼한 맛을 내면 피클보다 훌륭한 버거 속재료를 완성할 수 있다.
햄버거를 먹을 때면 누구나 항상 걸리적거리고 귀찮은 부분이 있다. 바로 햄버거가 쉽게 쓰러지고 망가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승민 셰프는 "보통 햄버거가 쉽게 쓰러져 픽(나무 꼬챙이)을 꽂아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픽을 사다리꼴(다리를 벌린 모양)으로 비스듬히 꽂으면 쓰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며 "또한 버거를 커팅 할 때도 수평으로 자르는 게 아니라 45도 각도로 칼을 기울여 썰어주는 게 빵 모양도 망가지지 않고 써는 과정에서 버거가 쓰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쉑쉑버거보다 더 맛있는 '홈버거' 만들기 레시피 |
◇ 재료 (4인 기준) : 다진 소고기 350g, 다진 돼지고기 250g, 상추(로메인 또는 꽃상추) 4~8장, 체더치즈 8개, 버거 빵(크루아상 또는 꽈배기 도넛) 4개, 양파 1개, 토마토 2개, 설탕 약간, 버터 약간, 식초 1큰 술, 와인 1큰 술, 마요네즈 약간, 머스터드 약간
◇ 순서
1. 팬에 버터를 살짝 두르고 반으로 가른 빵의 안쪽을 굽는다. 2. 상추는 찬물에 담가 아삭함을 잘 살려놓는다. 3. 슬라이스한 양파를 달궈진 팬에 오일을 두르고 갈색이 나도록 볶다가 설탕을 한 꼬집 정도 넣고 더 볶아준다. 어느 정도 익으면 식초와 와인을 넣어 볶는 것을 마무리한다. 4. 다진 소고기와 다진 돼지고기에 소금·후추를 넣어 간을 한 후 모양이 잘 잡히도록 오래 치댄다. 5. 모양을 낸 패티를 기름을 두른 달궈진 팬에 넣고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낸 후 잔열을 이용하여 패티 위에 치즈를 올려 녹인다. 5. 빵 양쪽에 마요네즈와 머스터드를 각각 바르고 상추-토마토-패티-치즈-양파 순으로 쌓아 마무리한다.
※도움 : 최승민 메리어트 호텔 셰프 |
최승민 메리어트 호텔 셰프
기사에 도움을 준 최승민 셰프는 9년 차 경력의 호텔 요리사다.
지난 2007년부터 인터컨티넨탈 호텔 셰프로 일했으며 현재는 메리어트 호텔 셰프 겸 쇼콜라티에(초콜릿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요리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