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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누진제 개편이 부자감세", 철렁하는 기재부

기자수첩

    [뒤끝작렬]"누진제 개편이 부자감세", 철렁하는 기재부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전기세는 틀리고 전기요금은 맞다."

    (사진=자료사진)

     

    수 년전 한국전력은 국민들 사이에 '전기세'로 굳어진 용어를 '전기요금'으로 바꾸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투입한 적이 있다. 전기요금이 세금으로 인식되면 심리적 저항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사적인 역량을 동원한 한전의 노력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다. 여전히 국민 상당수는 '전기세'라는 용어를 쓰고 있고, 심지어 언론 기사에도 '전기세'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염천 더위로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불만 여론이 폭발하면서, '전기요금 누진세'라는 용어가 누진제와 종종 혼용돼 쓰이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 설명에서도 '전기요금 누진세'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용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전기세, 누진세라는 용어가 빈번히 쓰이는데는 일종의 분노와 불복종의 의미가 가미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稅)'라는 말에는 국가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걷어가는 돈이라는 뜻이 있으니, 그 부정적인 의미가 알게모르게 포함된다.

    그런데 '전기세'와 '누진세'라는 용어가 빈번히 입길에 오르내리면서 우리나라의 세금제도를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에 때 아닌 눈길이 쏠린다. 물론 세제실은 전기'세'나 누진'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세제실 측도 "전기요금은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그런 것으로 문의가 오는 것도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자꾸 세금처럼 인식되는지라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게다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9일 누진제 개편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은 1%를 위한 부자 감세"라고 표현해, 전기요금이 마치 세금 논란처럼 비쳐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을 거론하면서 왜 부자감세라는 용어를 꺼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젓기도 했다.

    그렇다고 기재부가 전기요금 문제와 완전히 별개는 아니다. 기재부가 물가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 체계상 요금체계를 바꾸려면 먼저 한전이 전기요금 약관 개정안을 만들고, 이를 산업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해 승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누진제 개편 반대 입장을 내놓는 바람에 기재부가 이런저런 입장을 표명하는 것도 머쓱해졌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전기요금을 올린다고 하면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누진제를 완화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산업부가 안된다고 한 것을 기재부가 나서서 뒤집을 명분도 없지 않느냐"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제 매듭은 윗선에서 풀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정현 당대표 등 새누리당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며 누진제 개편 논의를 공식화했다.

    누진제가 어떻게 개편될까. 한 전기요금 관련 기사에서 본 한 댓글이 인상적이다. "동남아 국민들도 하루종일 트는 에어컨을 우리는 쳐다보고만 있어야하는가"하는 문제제기였다.

    이번에 전기요금 누진제가 납득할만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동남아에서도 하루 종일 트는 에어컨을 우리는 땀 뻘뻘흘리며 쳐다만 봐야한다면, 여전히 국민들은 전기요금을 '전기세'로, 누진제를 '누진세'로 부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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