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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렸는데 지하철이 어떻게 출발해!"…승객들 '분통'

사건/사고

    "문 열렸는데 지하철이 어떻게 출발해!"…승객들 '분통'

    인천교통공사, 사고 축소 의혹…시민단체 "즉각 CCTV 공개해야"

    승강장으로 진입하고 있는 인천지하철 2호선 전동차

     

    인천지하철 2호선에서 어린 아이의 발이 열차와 승강장 사이로 빠지는가 하면 출입문이 열린 상태로 열차가 출발하는 등 아찔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하지만 인천교통공사는 단순한 '유모차 끼임사고'로 사건을 축소·은폐해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인천지하철 2호선은 지난달 30일 전면 개통 이후 지금까지 10여 건의 장애로 운행이 중단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 아이 발이 빠진 위급 상황…승객들이 나서 '구조'

    코레일 인재개발원 기관사 교육생 최기석(24) 씨는 지난 10일 오전 다른 교육생 동기 12명과 함께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인천지하철 2호선을 시승 중이었다.

    긴급 상황이 발생한 것은 운연 행 열차가 독정역에 도착한 오전 11시 31분쯤.

    30대 엄마가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승차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발이 열차와 승강장 사이 틈으로 빠진 것이다.

    아이의 오른발은 정강이까지 빠졌고 왼발은 승강장 위에 걸쳐 있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인천지하철 2호선 독정역의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은 약 9cm로 기준치 5cm를 크게 초과한다.(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진 제공)

     

    이 광경을 본 승객들은 “빨리 차량을 멈추라”고 열차 안전요원에게 요청했지만, 후속조치는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최씨는 결국 스크린도어와 출입문을 직접 몸으로 막았다. 이어 열차 안전요원도 비상정차스위치를 눌러 문이 닫히는 것을 막았다.

    그 사이 아이 엄마와 또 다른 기관사 교육생 A(23)씨는 아이를 무사히 구출했다.

    기관사 교육생 A씨는 “아이의 발이 정강이까지 빠져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다”면서 “구조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스크린도어에 아이의 몸이 끼이는 아찔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아이 엄마가 유모차를 가지고 있었지만, 유모차 바퀴가 끼이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은 승강장과 열차의 간격을 5cm이내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지하철 2호선 27개역 가운데 이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검암역에서 여객 승차 후 스크린도어(PSD)는 닫혔으나 출입문은 닫히지 않는 상황을 무전기로 관제실에 보고하고 있는 인천교통공사 직원.

     

    ◇ 출입문 열고 출발한 '인천 2호선'…"아찔하고 황당"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열차는 12분 정도 지연돼 다음 역인 검암역에 11시 45분쯤 도착했다.

    독정역에서 검암역까지는 비상제동장치가 풀리지 않아 안전요원이 직접 수동으로 조작해 열차를 운행했다.

    A씨는 "수동으로 무인 열차를 운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원격제어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이런 상황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인천교통공사 직원이 검암역에서 후속 조치를 위해 탑승했지만, 문제는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승객들이 승하차를 마치고 스크린도어까지 닫혔지만, 출입문이 닫히지 않았다. 더 황당한 것은 직원이 문을 닫기 위해 조치를 하는 도중 갑자기 열차가 출발한 것이다.

    A씨는 “열차가 출발한 뒤 1~2초 뒤에 문이 닫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이 광경을 목격한 승객들이 모두 황당해하면서 불안에 떨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 직원이 '문이 닫히지도 않았는데 열차를 출발시키면 어떻게 하느냐'며 무전기로 관제실에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생 B(24) 씨는 “출입문이 닫히지도 않았는데 열차가 출발하자 교육생 동기들과 다른 승객들 모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열차는 또다시 지연됐고 다음역인 검바위역에 11시51분쯤 도착했다. 결국 종합관제실은 직원에게 ‘승객들을 모두 하차시키고 열차를 차량기지창으로 회송하라’고 지시했다.

    인천장애인차별쳘폐연대 장종인 사무국장은 “이번 사고는 인천지하철 2호선이 장애인이나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어린이 등 교통약자 보호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인천교통공사는 지금이라도 문제점에 대해 솔직히 시민들에게 알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국장도 "이번 사고는 인천지하철 2호선의 불안한 시스템을 함축적으로 보여줬다"면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폐쇄회로 TV(CCTV) 등 관련자료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지하철 2호선 승객들이 지난 10일 오전 11시52분쯤 검바위역에서 사고열차에서 내려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 인천교통공사, 사고 축소 의혹…시민단체 "즉각 CCTV 공개해야"

    인천교통공사는 이날 사고가 나자 "출입문에 장애물이 걸리면 3회 가량 문이 열렸다 닫히는데 이번 사례는 유모차 바퀴가 바닥 틈에서 빠지지 않아 발생한 단순 사고"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어 "전동차 내 안전요원이 조치를 취하기 전에 승객이 전동차 문을 강제 개방해 일어난 일"이라며 사고 책임을 승객들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관사 교육생들은 한결같이 '유모차 바퀴가 바닥에 끼여 일어난 사고'라는 공사 측 설명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관사 교육생들은 "긴급한 상황에서 아이 구조를 위해 승객들이 적극 나선 것인데 유모차 운운하며 사고 책임을 오히려 승객들에게 돌리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인천교통공사 측은 또 문이 열린 채 열차가 출발한 사실은 아예 외부에 공개하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인천교통공사가 사고의 심각성을 감추려 거짓 해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인천교통공사의 사고 은폐 의혹은 이번만이 아니다. 인천교통공사 임원들은 "지난 7일 밤 운연역 차량기지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되자 "탈선 복구 훈련이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천교통공사 노조는 11일 성명을 통해 "실제 탈선사고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노조는 "아무리 비상훈련이라 할지라도 담당자도 모르고 내부 시행문서도 없이 훈련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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