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히 약소민족일 수밖에 없는 우리, 4개의 강국 사이에 끼어서 어떻게 평화통일을 할 것인가? 절대적인 과제”
- “분단을 오래 끌고 간 것, 역사의 심판대에 오를것이다”
- “미, 중, 일 아무도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 “피해 당사자를 무시하는 위안부 문제, 정치적 횡포”
- “성주,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직접 내려가라”
- “교육을 망치는 것이 교육부가 하는 일이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8월 15일 (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조정래 작가
◇ 정관용> 광복절입니다. 광복절은 매년 돌아오죠. 그런데 올해는 특히 착잡한 그런 상황입니다. 위안부 할머니 문제 여전히 해결이 안 되고 있고요. 사드 정국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지금 미국과 중국 열강 사이에서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고. 핵 위기, 미사일 위기, 남북관계는 또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참 착잡하고 복잡한 이런 상황 지혜를 얻기 위해서 특별한 손님을 오늘 초대했습니다. ‘정권은 유한하고 민족은 무한하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작가이시고요. 우리 민족의 참 지성의 한 분, 조정래 선생님 모셨습니다. 선생님 어서 오십시오.
◆ 조정래>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착잡하시죠, 오늘?
◆ 조정래> (웃음) 착잡하지만 살 길은 또 있습니다.
◇ 정관용> 살 길이 있나요?
◆ 조정래> 네.
◇ 정관용> 광복절인데 기뻐해야 되는데 지금 상황이 별로 그렇게 기쁘지가 않아요.
◆ 조정래> 이 기쁘지 않은 것이 우리 갈 길을 예시해 주고 교훈을 주는 한 계기겠죠.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역사를 반추하고 오래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8.15 같은 경축일을 만들어서 되뇌는 것인데 우리의 잘못된 현실적인 여러 매듭들을 풀어가는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정관용> 방금도 소개했습니다만 ‘정권은 유한하고 민족은 무한하다’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죠?
◆ 조정래> 네.
◇ 정관용> 참 멋진 말입니다.
◆ 조정래> (웃음)
◇ 정관용> 민족은 무한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튼 위태위태해요. 남북관계 최악 아닙니까?
◆ 조정래> 최악이죠. 이제 개성공단까지 문닫아버렸으니까.
◇ 정관용> 왜 이렇게 됐을까요?
◆ 조정래>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두 정권 10년 동안에 그들이 평화통일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전 정권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보여준 것을 너무 경박하게 경시해 버린 결과가 오늘인데. 평화를 통일하는 것이 민족의 대의로써 전 민족이 동의한 바입니다. 6.25라는 참혹한 전쟁을 치렀으니까 더 이상 전쟁은 안 된다는 당연한 동의인데 그것을 하늘의 명령으로 받아들였다면 이런 비극은 오지 않았겠죠. 이걸 계기로 해서 고치는 방법은 다시 신뢰를 회복하는 길로 가는 것밖에 없습니다.
◇ 정관용> 우리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문제를 지적하셨는데. 북한도 사실 계속해서 미사일, 핵실험. 그건 어떻게 보세요?
◆ 조정래> 그것도 복잡한데 저쪽은 정권이 노무현 대통령과 합의를 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었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죽음으로써 그 어린 아들이 맡아서 정권을 강화시켜서 폭압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다 보니까 그 수단으로 점점 더 핵을 강화하는 결과가 와 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려면 그들의 정권이 당장 위기를 맞지 않는다는 안심을 시켜주는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남북한이 서로 신뢰를 쌓아서 먼 통일을 향해서 돕고 안정적으로 느끼게 해 줘야 되는데 그것이 안 되다 보니까 미국이 자기를 위협하고 남한도 자기를 위협한다고 느끼는 초조감, 불안감 그런 결과가 자꾸 핵실험하게 하고 미사일 쏘게 만들고 이런 것 아닌가요?
◇ 정관용> 방금 표현하신 북한은 스스로 안전하다라고 느끼게 해 주어야 하는데 그러면서 북한은 계속 ‘미국과 대화하자, 미국과 대화하자’, ‘평화협정 맺고 북미수교 하자’ 이런 얘기하는데 지금 미국은 오히려 한반도 사드 배치해야 되겠다 이러면서 어쩌면 미중 간 패권다툼이지만 미북 관계는 전혀 대화의 물꼬도 틀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 않습니까?
◆ 조정래> 네.
◇ 정관용> 사드는 어떻게 보세요, 선생님?
◆ 조정래> (웃음) 그 복잡한 문제 아닙니까? 미국에서는 사드는 MD와 상관없다고 말하고 있고.
◇ 정관용> 없다고 그러죠.
◆ 조정래> 중국에서는 자기들을 겨냥한 MD 종합 마스터플랜 중 일부라고 말하고 있고. 전초기지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채로 배치를 허용해 버렸고.
◇ 정관용>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튼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거다라고 표현을 합니다.
◆ 조정래> 그렇죠. 국민은 지금 완전히 헷갈리는 것이죠. 누구의 말을 믿어야 될지 모르겠고.
◇ 정관용> 이게 뭔지.
◆ 조정래> 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지켜야 할 비밀이 있고 비밀을 지켜야 할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할 과정이 있습니다.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헌법 제1조 2항 아시잖아요.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 없이 나오는 그 주체에 대해서 존경심을 가져야 되는데 그것을 무시해버린 결과가 오늘 아닙니까? 그러면 안 되겠죠.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터놓고 얘기해야 합니다.
◇ 정관용> 무얼요?
◆ 조정래> 사드가 어떤 것이고 왜 우리는 이걸 배치해야 하는지를. 아무 해명이 없어요.
◇ 정관용> 그러니까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걸 믿을 수 없다?
◆ 조정래> 아니, 국민이 지금 궁금해 하잖아요. 나부터. 저는 소설가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현실을 가장 냉철하게 보려고 노력하는 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는 뭘까. 중국이 주장하는 게 옳은가? 미국이 말하는 게 옳은가? 정부는 왜 말 안 하고 있는가?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생업에 쫓기면서 사는 국민들은 오죽하겠는가. 대통령은 무조건 국민을 위한다고만 말하지 말고 이러이러한 단계를 거쳐서 이렇기 때문에 이러한다고 설득을 시켜야 합니다. 민주정치는 설득의 정치입니다. 타협의 정치입니다.
◇ 정관용> 사드 배치 결정은 이미 정부는 했다고 하는데 그 결정 자체에 국민의 동의 과정이 필요하다?
◆ 조정래> 당연하죠.
◇ 정관용> 그건 형식적으로 국회에서 논의가 되어야 되겠군요.
◆ 조정래> 그리고 공청회해야죠. 그리고 국민들로 하여금 질문을 받고 누가 대답을 하든 간에 대답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잘 모르시면 국방장관이 해야 할 것이고 국방장관이 모르는 외교문제는 외무부장관이 나와서 해야 할 것이고 하는데 사드를 발표하는 날 외무부장관이 바지 고치러 갔습니다. 세상에 이게 말이 됩니까?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이게 도대체가? 5천만이 사는 분단된 조국에서 지금 불안하게 나라를 이끌고 가는 나라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 정관용> 선생님도 사드에 대해서 계속 그냥 궁금증만 있으세요?
◆ 조정래>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아니면 이럴 것이다라고 추정하시는 건 없으세요?
◆ 조정래> 저는 미국의 말을 반 믿고 중국의 말을 반 믿는 자입니다. 양쪽 다 신뢰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계 패권을 다투고 있기 때문에 자기주장만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렇다면 국민을 상대로 우리 정부가 그 두 가지 이야기를 한꺼번에 해 주고 설득을 시켜야죠.
◇ 정관용> 미국은 이렇게 주장하고 중국은 이렇게 주장하는데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국익 때문에 이렇게 하려고 한다라는 걸 분명하게 해라?
◆ 조정래>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게 지금 안 드러나고 있다?
◆ 조정래> 네.
◇ 정관용> 그 와중에 또 일본은 지금 아베 정권이 평화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고 사실 우리 사드 배치뿐 아니라 일본에도 사드를 배치하겠다. 미일은 이미 MD체제를 공고히 양국에 함께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고요. 이런 일본의 움직임은 어떻게 읽으십니까?
◆ 조정래> 일본이야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70년을 계속 미국의 편을 들고 미국의 등에 업힘으로써 국익을 확장해왔고 경제 2대 강국이 됐습니다. 그들은 그 매력을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미국보다는 중국을 더 무서워하고 아시아권에 대해서 자기들이 패권을 잃은 것에 분해하는 것이 일본 아닙니까?
◇ 정관용> 중국이 부상한 것에 대해서.
◆ 조정래> 네. 그러려면 또 중국을 견제하려면 미국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고 그 일본 입장과 우리 입장은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는 분단되어 있습니다. 이 분단이라고 하는 것은 민족의 허리가 반으로 뚝 꺾인 불구의 상태 아닙니까? 일본은 그게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만약에 분단이 안 됐다면 우리도 편안하게 미국 편으로 가버리든지 중국 편으로 가버릴 수 있습니다. 분단이 되어 있으니 한쪽은 중국 쪽이고 한쪽은 미국 쪽이니 이게 얼마나 어려운 상황입니까? 그러므로 함부로 정치인들이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되는 계속 돌다리를 두들겨야 하는 그런 입장에 처했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알고 정치를 해야 되겠죠.
◇ 정관용> 그리고 일본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사실 그 동안 위안부 문제가 잘 안 풀렸다, 이런 이유 등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돼 있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걸 좀 정상화하자라는 취지로 얼마 전 양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이른바 합의’를 했단 말이에요. 위안부 할머님들은 그거 인정 안 하고 계시는 상태이고. 그래서 일본이 이렇게 극우화, 평화헌법 개정식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그래도 미래를 향해 한일관계는 정상화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외교를 펴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우리 정부의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
◆ 조정래> 이것도 제가 보기에는 단견인데요. 한국이라는 나라, 한반도라는 땅. 이것은 지정학적 숙명으로 영원히 약소민족일 수밖에 없고 영원히 약소국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분단이 되어 있으니 더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영원히 약소민족일 수밖에 없는 우리는 4개의 강국 사이에 끼어서 어떻게 민족 생존을 이어가면서 평화로운 통일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절대적인 과제입니다. 모든 정권이 바뀌어도.
◇ 정관용> 그렇죠.
◆ 조정래> 이 사실만큼은 불변입니다. 이것을 신중히 다뤄야 하는데 지금 그것이 잘 못 되고 있다는 느낌을 제가 계속 받고 있습니다. 우리끼리, 남북한 우리끼리 하는 식으로 서로 결속을 하면서 문제제기를 해나가면 미국이나 러시아나 중국이나 일본도 함부로 못 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조정래> 그런데 우리가 서로 갈려서 다시 신냉전시대로 돌아가서 대결을 해 버리니까 중국은 북한 선택해버리고 우리는 미국 편 들어버리고 이런 식으로 또 갈리면 이게 참 불행한 사태죠.
◇ 정관용> 지금 그렇게 가고 있지 않습니까?
◆ 조정래> 돼 버렸지 않습니까?
◇ 정관용> 신냉전으로.
◆ 조정래>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그리고 중요한 것은요. 이거 참 막연한 소설가적인 이야기인데 제가 민족은 영원하다고 한 말 연결시켜서 우리 민족이 지난 5천년 동안에 단일민족으로 살았습니다. 앞으로 또 5천년, 1만년을 갈 것입니다. 이 분단 세월이라고 하는 것이 지금 70년인데, 71년째 됐는데 앞으로 또 70년 더 해서 140년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인내를 가지고 그 세월을 견뎌야 합니다. 그래봤자, 140년 해 봤자 1만년 세월 속에 140년은 흔적도 없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순간이죠.
◆ 조정래> 네. 이 시대를 향해서 우리 후대들은 우리를 역사 심판대에 올릴 것입니다. 분단시대를 산 너희들은 도대체 뭘했길래 이렇게 분단세월을 계속 길게 끌었느냐. 이 역사심판에 우리는 자유로울 자 하나도 없습니다. 정 교수님도 저도, 저 많이 벌을 받겠죠. 지성인이니까.
◇ 정관용> 남북관계의 어떤 신뢰관계, 그걸 바탕에 두어야 한미, 한중, 한일, 한러 외교에 지렛대가 생긴다.
◆ 조정래>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보십시오.
◇ 정관용> 우리 그걸 다 놓쳤다, 지금.
◆ 조정래> 초등학교 학생이 잘못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선생님이 따귀를 때렸습니다, 사랑의 매를. 얘가 얼굴 똑바로 뜨고 ‘왜 때려요!’ 항의하면 뭐라 할 겁니까? 선생님 난감해집니다. 똑같은 겁니다. 우리 허약합니다. 한반도. 영토적으로나 인구적으로나. 그러나 정신만큼은 굳센 민족입니다. 오랜 시간 시달리면서. 그들이 하나 뭉쳐서 영세 중립국을 선언하면서 ‘우리 아무 편도 안 들 거야. 너희들은 다 내 편이야. 우리를 괴롭히지 마’ 하고 양쪽에 선언해서 몰아가면 그 뒤에 어떻게 할 겁니까? ‘알았어, 알았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대결을 하니까 그들은 너무 좋아서 편 가르기 해 버리는 거죠.
◇ 정관용> 너무 좋아서. 미국도 중국도 좋아서.
◆ 조정래> 해방. 그 상황에서 할 일을 잊어버렸고 전쟁했고 지금 와서 또 그 짓 하고 있으면 우리 민족이 갈 길은 어디입니까?
◇ 정관용> 미국, 중국, 일본 다 지금 분단을 즐기는 거죠?
◆ 조정래> 당연하죠. 단 한 명도 우리 통일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우리가 그들한테 빌미만 주잖아요.
◆ 조정래> 바보짓 하고 있는 것이죠.
◇ 정관용> 일본 얘기하다가 얘기 나왔는데 할머님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국 정부의 이른바 합의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조정래> 그분들이 뭐라고 말합니까? 피해 당사자가 있는데 왜 우리를 무시하고 무슨 합의가 되느냐고 말합니다. 피 끓는 호소를 합니다. 그 말 한마디가 옳은 거잖아요. 피해 당사자가 있는데 왜 그들을 무시합니까? 합의했다고 해 놓고 나서는 직원 몇 명 보내서, 국장급 몇 명 보내서 할머니들 보고 이해하라고. 말이 되는 겁니까? 정말 그건 역사에 대한 모독입니다. 무책임이고. 정치의 횡포입니다. 이거 해 주려면 그분들 살아계시니까 대통령이 청와대에 초청해서 ‘할머니들 한을 풀기 위해서 저희들이 국교를 정상화해야 하니까 이렇게 이렇게 하겠습니다. 이해하시고 조금 부족함이 있더라도 함께 가셔야 합니다. 이것이 또 하나의 무기입니다’ 하고 설득하면 그 양반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자존심을 세워주는데 그렇게 하죠.
◇ 정관용> 그런데 그런 과정도 없었다.
◆ 조정래> 안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분들이 분해 하는 거예요. 왜 우리를 무시하냐. 돈 몇 푼 받으려고 우리가 이러는 줄 아냐? 그분들한테 돈 1억씩 나눠준다고 그게 돈입니까? 버려버린 망가진 인생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이런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되죠. 정말 그분들에게 죄송하고 그분들의 상처는 우리 민족 전체가 입은 상처 아닙니까? 그 수치스러운 역사를 묻어버렸던 것을 다시 여성단체가 꺼내가지고 사회문제화하고 지지하고 젊은 학생들이 무슨 정신대에 대한 아픔이 있습니까? 그들이 다시 역사를 깨부수고 역사정신을 살려서 그 엄동설한 추운데 천막에 며칠씩을 농성을 하고 소녀상 못 옮기게 막고 하는 그것을. 바로 청와대 코앞입니다, 거기가.
◇ 정관용> 그렇죠.
◆ 조정래> 왜 그걸 모릅니까, 대통령은? 정말 안타까워요. 그렇게 하면 안 되죠.
◇ 정관용> 국제적으로도 사실 이건.
◆ 조정래> UN에서, 미국에서 다 인륜을 저버린 비인간적인 가장 잔혹한 행위라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조정래> 그런데 왜 우리가 이럽니까? 이러면 안 되죠.
◇ 정관용> 자, 지금 뭐 국제적인 관계, 남북관계, 하나하나 쭉 짚었습니다. 참 이렇게 가서는 안 되는데 이렇게 가고 있다는 개탄을 많이 하셨어요. 그러나 처음 제 질문에 대해서 ‘아니다. 잘 갈 수 있다’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런 거의 밑바닥에 와 있는 상황같은데도 희망을 보세요.
◆ 조정래> 모든 현실은 굴절되고 왜곡되고 잘못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바로 잡으려 하는 의지를 세우는 그 순간에 역사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탄생하는 걸 우리는 봐왔습니다. 지금 이렇게 꼬이고 여러 가지 잘못된 난맥상들을 지금부터 고치겠다 하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 1년 반 긴 세월 남아 있습니다. 고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정신대 할머니들 청와대 초청해서 설명하셔야 되고 성주 주민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가서 말해야 됩니다. 총리 보내면 누가 믿어줍니까? 그분들이 이 더운데 데모하고 시위하는데. 그리고 그분들이 꼭 성주에다 만들고 싶으면 그 주민들에게 전부 이주비 줘서 피해 완전히 없는 데로 이주시키고 일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 정관용>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하실까요?
◆ 조정래> 그건 모르겠습니다.
◇ 정관용>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으로 봐서는 어떠세요?
◆ 조정래> 그분이 자기 당신을 위하고 국가를 위하고 국가와 민족은 다르죠. 민족을, 장래를 위하고 그리고 자기가 소속된 당을 위한다면 그렇게 해야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역사 속에서 잘못한 자가 시인하는 역사를 살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잘못을 시인하는 자에게 흔쾌하게 용서할 준비를 다 하고 있습니다. 잘못을 시인하는 건 큰 용기니까요. 대통령께서도 ‘잘못됐다’ 그렇게 말하고 찾아가서 주민들을 설득해야 되고 정신대 할머니 초청하면 두 가지 문제 크게 풀 수 있습니다. 이걸 풀고 나면 남북문제도 또 워낙 꼬여 있으니까 ‘이러지 말자. 장구한 민족의 역사를 생각하셔서 서로 뜻을 같이 모아보자’ 한다면 또 늦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게 정치가가 아니고 소설가이니까 그런 말 하겠죠. (웃음)
◇ 정관용> 정말 간곡히 호소하시는데 그렇게 안 하시면요?
◆ 조정래> 어쩔 수 없죠. 선택은 본인이 하는 거니까요.
◇ 정관용> 그래요. 그 동안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대하 역사소설들 쓰시다 그 이후로 정글만리 이후로는 우리의 미래를 개척하고 혁신을 이야기하시는 그런 책들을 내고 최근에 ‘풀꽃도 꽃이다’ 이걸 교육문제에 대한. 한마디로 풀꽃도 꽃이다를 말씀해 주신다면?
◆ 조정래> 요즘 대한민국 교육은 국가의 위기라고 저는 판단을 합니다. 교육은 인간 삶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요인 아닙니까? 지금 현대사회에 이렇게 약 100년 동안에 지난 1500년의 발전을 도모한 것도 대중 교육의 효과 아니겠습니까?
◇ 정관용> 당연하죠.
◆ 조정래> 그러니까 우리 교육이 지금 많이 병들어 있거든요. 그래서 작가로서 이래서는 더 이상 안 되겠다.
◇ 정관용> 병든 핵심이 뭡니까?
◆ 조정래> 그러니까 무한경쟁을 조장한 교육정책의 잘못. 그리고 그 정책에 대한 잘못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해서 앞서가는 학부모들의 이기주의. 거기서 파생된 연간 40조 들어가는 사교육. 아이들이 연간 550명 하루에 1.5명이 자살을 하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작가가 방임할 수 있습니까? 그래서 풀꽃도 꽃이다라는 것을 썼고 장미만 꽃이냐? 풀꽃도 꽃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만 학생이냐?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 또한 학생이다. 그러므로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단 한 명의 학생도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근본적인 정신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국민은 어떤 민주국가에서든, 어떤 국가에서든지 최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한이 있고 국가는 국민에게 그 교육 기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거죠.
◇ 정관용> 아이들이 원할 때만 공부하도록 그런 식으로 생각을 바꿔야 되는 게 우리 국민들의 몫 아닙니까?
◆ 조정래> 그것은 이상향이고 중요한 것은 정책을 바꿔야 됩니다.
◇ 정관용> 정책.
◆ 조정래> 정책을 바꾸고 사회가 따라가고 학교 교육이 바뀌면 학부모가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정책이 지금 안 바뀐 것이 문제인데 앞으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 하듯이 1차 교육개혁 5개년 계획, 2차 개혁 해서 10년 하면 됩니다. 대한민국은 굉장히 역동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됩니다. 저는 그걸 앞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 국회에 저를 초청했습니다. 교육문화관광위원회에서. 그래서 그 약속을 하고 20대 국회에서 그걸 해서 차기 정권이 바뀔 때부터 시행해보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 정관용> 제1차 교육개혁 5개년 이런 식으로.
◆ 조정래> 네. 그래서 국가교육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정권이 손 못 대는 교육기획프로그램 마스터플랜을 짜서 그것을 하고. 정부는, 문교부는, 교육부는 그저 지원만 하고 통제하려고 하지 마라. 하는 식으로 지금 교육을 세우려고 합니다.
◇ 정관용> 그 동안에도 사실 교육혁신위원회, 교육 무슨 위원회, 대통령직속 그런 건 많이 있었는데.
◆ 조정래> 소용없습니다.
◇ 정관용> 소용없었어요?
◆ 조정래>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이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근본적으로 뜯어고친다’는 말이 뭐냐 하면 암기식, 주입식 교육은 OECD 국가 중에서 일본과 한국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모든 교육체제는 일본식 그대로 추종합니다. 성적 공개하고 일제고사 보고. 그러니까 대한민국은 해방만 되었지, 71년 동안 교육 부분은 전부 일본 식민지 그대로입니다, 이게. 그러니까 소설 속에 그 사실을, 종 치는 것까지 일본 시대 그대로입니다. 이름표 다는 것 하며. 이게 되겠습니까, 이래가지고? 그래서 뜯어고치는데 우리 모델이 있습니다. 서양식, 그러니까 토론식 교육, 창의적 교육, 논술의 생활화. 이 3가지를 하면 과외 다 없애버립니다. 그리고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여야 됩니다. 선생 많이 뽑고.
◇ 정관용> 학급당.
◆ 조정래> 네. 그래서 논술을 매일 쓰게, 매일 그 시간에. 그걸 선생이 전부 한 줄, 한 줄 미국식으로 독일식으로.
◇ 정관용> 고쳐주고.
◆ 조정래> 다 고쳐서 성적을 매기고 그러면 다 없애버립니다.
◇ 정관용> 그런 방식의 교육을 현장에까지 뿌리내리도록.
◆ 조정래> 네. 제도를 바꾸면 되는 거죠.
◇ 정관용> 제도 바꾸는 일에 전권을 갖는 위원회를 만들자.
◆ 조정래> 그렇습니다. 그 개혁을 10년 동안 시행하자.
◇ 정관용> 교육부는 간섭 못하는 교육부보다 센 위원회를 만들자?
◆ 조정래> 네, 교육부는 돈만 지원해 주고 정책지원만 하고. 지금은요, 교육부가 각급 학교에 내려 보내는 1년에 공문이 5500가지입니다. 하루에 17, 18가지가 날아갑니다.
◇ 정관용> 조사 많이 하셨네.
◆ 조정래> 그러면 선생들은 뭐합니까? 그거 보고서 쓰다가 하루 다 가버리고 애들 가르쳐줄 수 있는 교재 연구도 못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다독거리는 시간도 없어져버립니다. 교육을 망치는 게 교육부입니다.
◇ 정관용> 교육개혁운동가가 이제 되시겠군요.
◆ 조정래> 그래서 제가 소설 쓰는 시간에 약 20%나 30%를 할애해서 교육위원회 만들면 제가 위원도 되겠다고 했습니다.
◇ 정관용> 직접.
◆ 조정래> 무보수 위원도 하겠다고 그랬어요.
◇ 정관용> 다음 작품으로는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이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는데.
◆ 조정래> 국가라는 조직이 얼마나 횡포하며 얼마나 소모적이며 참 골치 아픈 거잖아요.
◇ 정관용> 골치 아프죠.
◆ 조정래> 최근에 우리 교육부 어느 직원이 ‘국민은 개돼지다’라고 말을 말할 정도로. 그래서 국가를 이룩하고 있는 모든 조직적 권력조직체들이 얼마나 부패하고 타락하고 그들끼리 결속하고. 계속 국민을 핍박하고 노예화시키는가 하는 것을 완전히 드러내고 국민에게 ‘봐라, 이 꼴이다’ 그러면 당신들은 그들을 끝까지 끝까지 감시, 감독하지 않으면 이 권력을 다 상실하는 노예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당신들을 개돼지라고 부른다고 소설을 쓸 거예요.
◇ 정관용> 국가의 실체를 까발린다. 이거군요.
◆ 조정래> 네. 권력의 실체를. 권력 실체가 많잖아요. 행정, 사법, 입법, 그다음에 또 그걸 둘러싸고 있는 조직들. 또 재벌, 결속된 정경유착 그거 다 얘기할 거예요.
◇ 정관용> 그래서 국민들이 아, 국가의 실체는 이러하니.
◆ 조정래> 그러므로 우리도 정신적, 행동의 무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정관용> 권력의 실체가 이러니까.
◆ 조정래> 네. 그래서 감시, 감독하기 위하여 시민단체 전부 다 가입하고 그들을 끝없이 소환시키고 파면시키고 몰아내고.
◇ 정관용> 이 책은 언제쯤 나올 예정입니까?
◆ 조정래> 한 3년 있다가.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 정관용> 내년 대통령선거 전에 좀 내시면 좋을 텐데.
◆ 조정래> ‘정치가가 정직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자가 온순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저는 말합니다. 절대 믿을 수 없어요. 절대 믿으면 안 돼요. 저도 권력을 딱 잡으면 횡포하고 나쁜 짓 하거든요.
◇ 정관용> 조금 서두르셔서 내년 대선 전에.
◆ 조정래> 준비를 충분해야 독자를 끌고 가죠. 준비가 덜 됐으니까요.
◇ 정관용> 방금 언급을 하셔서 개돼지 논란 나왔을 때 우리 선생님께서 ‘그 공무원이야말로 기생충이다’ 이렇게 말씀하셔서 화제가 됐는데 어디에 기생하는 기생충인가요?
◆ 조정래> 개돼지한테.
◇ 정관용> 아. 그 몸속에.
◆ 조정래> 네. 국민이 주는 세금을 가지고 자기들을 먹여 살렸는데 감히. 복무하라고 한 주인을 향해서 그 따위 소리를 하면 그건 기생충이죠.
◇ 정관용> 그런데 그런 얘기가 나오고 나서 또 그런 공무원들을 질타하고 권력을 비판하는, 지금 선생님 말씀하시는 그런 하나의 의식흐름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그래, 우리는 개돼지지 뭐’ 이런 약간의 열패감이라고 할까.
◆ 조정래> 있습니다. 노예의 가장 큰 비극은 그 스스로가 노예인지 모르는 것이다. 노예인지 모르는 노예는 영원히 노예해도 괜찮아요.
◇ 정관용> 그런데 아무튼 ‘그렇지. 우리 개돼지지 뭐’ 이런 식의 열패감과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겹치면서 우리 흙수저들은 어쩔 수 없어. 이런 식의.
◆ 조정래> 자포자기.
◇ 정관용> 거기에 빠져 있는 국민들이 많단 말이에요.
◆ 조정래> 그것을 저는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서 지금 다음 소설을 쓰려고 하는 것이고 그 소설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하는 국민이 있다면 그건 그 인생이에요.
◇ 정관용> 그 소설은 아직 준비하고 계시지만.
◆ 조정래> 시작했습니다.
◇ 정관용> 바로 그 국민들한테 좀 한마디 주신다면.
◆ 조정래> 아까 처음에 말씀을 드렸던 헌법 제2조. 당신은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을 만들어낸 주인이야 하는 주인의식을 항상 가져야 하고 젊은이들이 금수저, 흙수저 하면서 절망적으로 기성세대를 막 욕하고 질타하는데. 왜 당신들이 이런 세상 만들었냐. 그것 기성세대 잘못 있습니다. 그걸 바로잡는, 잡아야 하는 책임은 그들에게도 있습니다. 대통령선거 합니다. 국회의원 선거 합니다. 그들의 투표율이 25%, 27%밖에 안 됩니다. 그날 놀러가 버립니다. 그리고 50대, 60대, 70대는 75%, 80%까지 투표합니다. 그들에게 결정권을 다 넘겨버린 뒤에 무슨 잔소리를 합니까? 자기 정당한 권리 행사해야 되는데 그럼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얄미운 사회학자가 ‘기권도 주권행사다’ 그것은 현학적인 말일 뿐이고 현실적으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에 그것도 젊은이들이 책임져야 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광복절날 착잡하고 난감한 현실에 와서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까 우리 국민 모두가 죽비로 한 대씩 맞은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드는 군요.
◆ 조정래> 광복이라는 말 뜻을 되새기면 됩니다. ‘우리에게 빛은 다시 온다’.
◇ 정관용> 여기서 희망을 만들어가야죠. 다시.
◆ 조정래> 그렇죠.
◇ 정관용> 선생님 오늘 감사합니다.
◆ 조정래> 감사합니다.
◇ 정관용> 작가 조정래 선생님 함께 만나 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