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이 5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음원 저작권 활로와 수익배분 문제는 물론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음악 유통권을 두고 '치킨게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노컷뉴스에서는 연속기획으로 애플뮤직의 한국 진출을 진단 한다. [편집자 주] [연속기획 순서]
① 애플뮤직 한국 진출 '뭣이 중헌디?'
② 애플뮤직이 창작자 쥐어짠다고?…업계 관행 깨나
③ 애플뮤직, 로엔 빠진 SM·YG·JYP가 계약한 이유
④ 애플뮤직은 SM·YG·JYP의 힘을 믿었다
⑤ 음원만 틀어쥐고 버티는 국내 업체들⑥ 세계 음원 시장 스트리밍으로 재편-1
⑦ 세계 음원 시장 스트리밍으로 재편-2
애플뮤직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놓고 국내 사업자들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 등 주요 대형 기획사와 일부 인디와 클래식 등 국내 음원 약 10~20% 수준을 확보하고 지난 5일 사전 예고 없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뮤직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애플뮤직은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로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 애플뮤직 상륙 일주일 가입자수 6만명에 그쳐 애플뮤직이 보유한 음원은 3천만 곡으로 유료 가입자 수는 1천500만 명에 달한다. 1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에 진출한 애플뮤직이지만 보유한 국내 음원은 아직 부족하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반쪽' 서비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플뮤직이 SM·YG·JYP 등 핵심 제작사의 음원을 확보했지만 국내 음원 유통과 음악 서비스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 KT뮤직(지니), CJ E&M(엠넷뮤직) 등과의 음원 계약이 아직 성사되지 않아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6일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사용자 기준 8월 2주차 현재 모바일 음악 서비스 애플뮤직 사용자수는 6만명이다.
사용자수 1위는 291만명을 확보한 멜론이다. 뒤이어 지니뮤직 96만명, 네이버뮤직 66만명, 벅스 63만명, 비트 61만명으로 2위부터 5위를 차지했다. 카카오뮤직(59만명), 엠넷(52만명), 밀크(38만명)가 6위~8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실제 매출규모와 시장 지배력은 멜론, 지니, 엠넷이 월등하다. 실제 유료 사용자수가 차이나기 때문이다.
애플뮤직이 10여일 만에 6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것은 3개월 무료 프로모션의 영향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유료 사용자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3개월 프로모션이 끝나는 10월 이후를 내다봐야 한다. 특히 이 시기는 애플의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7과 신형 아이패드가 출시된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애플뮤직이 가입자수 확보에서 당장 밀리겠지만 차츰 그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애플뮤직의 한국 서비스 장점과 단점은 모두 음원에 있다"며 "3천만 곡에 달하는 다양한 글로벌 음원은 국내 업체들이 갖지 못한 강점이지만, 오히려 국내 음원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이 당장 애플뮤직의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애플뮤직의 국내 음원 확대는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음원 상당수가 애플뮤직 한국 서비스에 오르지 못했다고 해서 국내 음원을 애플뮤직에서 들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며 "가장 많은 음원이 유통되고 있는 애플뮤직 미국 계정에서는 국내 음원의 상당수가 서비스되고 있다. 음원 유통이 풀리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뮤직이 한국에서 당장 파급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국내 음원 유통사들의 음원 제공 거부가 가장 큰 요인이다.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음원이 다양한 채널에 유통될수록 이점이기 때문에 애플뮤직에 음원이 실리는데 거부감이 적지만 음악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애플뮤직이 거대 경쟁 업체이기 때문에 시장을 열어주는데 거부감이 크다.
국내 음원의 대부분을 유통하고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나 KT뮤직, CJ E&M이 각각 멜론과 지니, 엠넷뮤직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 음원 유통권으로 버티는 국내 업체들 국내 주요 음원 유통사들은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내 음원의 해외 유통은 적극적이면서 국내에서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는 데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역시 경쟁업체를 견제하는 도구로 음원이 사용된다.
음원 제작을 하는 한 음악 프로듀서는 "음원의 주인은 저작권자이지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유통사의 힘이 워낙 세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자신의 음원을 어떻게 해라 마라 말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고 말했다.
실제 저작권 유통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1인 창작자도 있지만 제작사도 있고, 가수와 실연자가 있다. 이들은 저작권 위탁 기관에 저작권료 정산을 맡기고 음원 유통은 유통사가 맡는다. 문제는 이들 음원 유통사의 권한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음원 유통 위탁업무 뿐 아니라 음악 서비스까지 하는 플랫폼 사업자이기 때문에 음원 수익 구조의 꼭지점에 있다. 이들이 전체 음원 수익의 60% 이상을 가져간다.
음원 유통사와 사업자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경쟁자에게 음원을 제공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만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음원 수익이 창작자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구조에 있다. 해외에서는 저작권에 대해 철저하게 비용을 치른다. 소비자는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사업자는 그에 맞는 비용을 청구하지만, 국내는 이미 오랫동안 할인경쟁으로 굳어진 시장을 회복하는데 충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소비자들이 음원을 불법다운로드하고 공유하는 문제를 법적으로 차단시키고 이를 저렴한 음원 소비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가격을 다시 정상으로 회복시키는데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한 저작권 위탁 기관 관계자는 "저작권료 정상화 문제는 오랜시간 전쟁에 가까울 정도로 정화 노력을 정부와 업계, 소비자가 함께 해왔는데, 아직 현실적이지 못한 상황"이라며 "음원 유통과 사업을 동시에 하는 시장 업계가 좀 더 공정한 노력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애플뮤직 못지 않은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다운로드+스트리밍' 패키지 상품을 주력으로 내놓고 있는 것도 다운로드 매출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미 스트리밍 횟수가 다운로드 수를 크게 앞질러 국내 서비스 이용자의 상당수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갈아타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이 음원 유통권을 무기로 매출하락을 지켜보기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원 유통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이미 오래 전에 디지털 음원으로 전환되면서 시장이 스트리밍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하루하루 매출 전쟁을 벌이는 기업 입장에서 하루 아침에 전체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집중하기는 힘든 여건이 있다"고 말했다.
◇ 애플뮤직 vs 국내 업체…대척점은 수수료 문제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애플뮤직의 음원 문제는 크게 두 가지 대척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로 애플뮤직이 음원 유통사들과 음원 공급 협상을 하면서 유통사들이 스포티파이와 같은 애플 앱스토어 수수료 문제를 거론했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에 서비스되는 유료 앱에 대해 수수료 30%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앱 서비스 회사들이 유료결제를 앱이 아닌 자사 웹사이트에서 결재하도록 유도하자 이에 대해 앱 퇴출 경고를 내리는 등 지속적인 갈등을 빚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세계 1위 사업자이자 애플뮤직의 경쟁자인 스포티파이가 대표적이다.
음원 유통사이자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업체들도 애플 앱스토어에 자사 앱에 대한 수수료 30%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부한 애플뮤직과 협상이 결렬되면서 음원 제공 문제도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애플뮤직의 한국 진출이 국내 업체로서는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뮤직이 창작자 수익을 70:30이라는 기준으로 분배하고 있고, 60:40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국내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 저작권료 수수료 인상을 부추길 수 있어 음원 유통사 겸 사업자 입장에서는 썩 달갑지 않다.
노컷뉴스 취재결과 애플뮤직은 저작권 위탁 기관들과 이보다 높은 '73.5:26.5'로 수익배분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음원 유통사의 음원 제공 거부로 이 수익이 국내 창작자에게 제대로 돌아가긴 힘든 상황이다. 여전히 국내 업체들의 60:40 수익 배분 구조에 따라 수익 40%를 나눠 가져야 한다.
한 창작자 그룹 관계자는 "애플뮤직이 들어올 동안 국내 업체들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K팝 한류 열풍은 커졌지만 창작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그러니 창작자들이 애플뮤직을 더 반기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음원 유통과 서비스를 하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음원 소비가 대부분인 국내 유료 음악시장에서 해외 음원이 대부분인 글로벌 서비스와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무의미하다"며 "K팝 음원이 해외에서 많이 팔린다기보다 연예기획사들도 소속 연예인 콘텐츠가 해외에 많이 노출되면 연예인이 직접 현지 행사장에 등장하는 행사나 광고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 방식이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계정을 통해 애플뮤직을 국내보다 더 빨리 접했다는 대학원생 강종모(28)씨는 "국내 음원이 많으냐 외국 음원이 많으냐는 결국 소비자의 특성과 선호도에 따라 느껴지는 감도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음원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수준 높은 음악을 접할 수 있느냐가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