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 금지당한 여성 앵커 카디자 카타브. 사진=BBC 화면 캡처
"살 뺄 때까지 방송 출연 금지야."
이집트의 국영 방송사가 살쪘다는 이유로 자사 여성 앵커 8명의 방송 출연을 일시적으로 금지시켜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 라디오 텔레비전 연합(ERTU)은 카디자 카타브 등 8명의 여성 앵커에게 "한 달 안으로 열심히 다이어트 해서 다시 방송에 나오기에 적합한 외모를 만들라"고 명령했다.
이 같은 조치에 한시적으로 방송 출연이 금지된 앵커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ERTU의 채널2 앵커 카디자 카타브는 "제가 정말 뚱뚱한지, 방송에 나오기 어려울 정도인지는 시청자가 직접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앵커는 "이번 일로 가족들이 속상해 한다. 비공개로 다뤄야 할 부분이었다"고 했다.
여성인권단체 여성법의식지도센터는 "헌법을 위반하는 조치이자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지만, ERTU 측은 "결정이 바뀌는 일은 없다. 다만 방송 출연 정지 기간에도 해당 앵커들의 급여와 복지 혜택은 유지된다"고 밝혔다.
언론은 이 같은 조치가 정당한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국영매체 알-아흐람(Al-Ahram)의 한 여기자는 "지역 TV방송국에도 ERTU에서 취한 조치가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작가 겸 학자인 와히드 압둘 마지드는 "앵커의 외모보다 방송 콘텐츠 질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남성 하원의원 하이트 헤가지는 "도대체 이집트에서 이상적인 몸무게는 얼마인가. 방송 출연 정지당한 여성 앵커들이 조금 뚱뚱할지는 몰라도 언변은 좋다"고 했다. 반대로 한 여성 트위터 사용자는 해당 앵커들을 "바카부자스"(bakabouzas: 이집트에서 뚱뚱한 여성을 묘사하는 말)로 부르며 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