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비, 동급메뉴 고려 1인당 2~30만원
-전직 靑셰프 "너무했다. 3만원도 비싸"
-靑 1년 식사값, 예산내역에 안 나타나
-특수활동비 148억원에 숨겨져 있는 듯
-특수활동비=묻지마 예산, 전체의 17%
-靑, 하루 4천만원씩 영수증 없이 사용
-朴, 야당대표시 특수활동비 개혁 외쳐
-"통치비용도 국민세금, 검증제도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오늘도 권민철 기자 함께 자리했습니다.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은 어떤 뉴스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 권민철> 먼저 미리 준비한 방송 뉴스부터 들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청와대가 이정현 신임 대표 등 새누리당 새 지도부를 불러 오찬을 함께 했는데 이 자리에 있던 메뉴들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날 오찬에는 초고가 식재료인 송로버섯을 비롯해 샥스핀찜, 캐비어샐러드 등이 식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현정>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간 오찬논란, 지난주였는데, 아직까지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죠.
◆ 권민철> 황제의 밥상이다 아니다, 그런 논란이 일더니, 그 다음엔 샥스핀찜을 놓고,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었다, 이러면서 윤리문제도 불거졌죠. 하지만 그런 논란이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은 청와대 오찬 논란 뒤에 숨은 중요한 문제를 다뤄볼까 합니다.
◇ 김현정> 정말 뜨거운 주제인 거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게 왜 청와대가 이렇게 메뉴까지 공개해서 화를 자초했을까, 이 부분입니다.
◆ 권민철> 청와대는 대통령이 뭘 먹었는지 늘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메뉴를 통해 뭔가 의미부여를 하고 싶을 때 공개를 하죠. 이번에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당선 축하 자리라서 대통령이 최고의 예우를 했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범상치 않은 오찬 메뉴까지 공개했던 겁니다.
◇ 김현정> 대통령이 이정현 대표를 극진 대접했다, 그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거예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때 대접한 최고의 코스 요리 메뉴를 하나씩 소개 했는데,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어샐러드, 송로버섯, 샥스핀 찜, 능성어 찜, 한우 갈비, 냉면이었다고 하죠. 2014년 대통령과 좀 껄끄러웠던 김무성 대표 당선 축하자리 때는 평범한 중식 요리가 나왔었고요.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오찬. (사진=청와대 제공)
◇ 김현정> 그런데 그만 호화 메뉴로 판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거군요. 그런데 이런 메뉴들을 청와대에서 직접 요리를 하나요?
◆ 권민철> 그렇지 않습니다. 청와대에 요리팀은 대통령 식사만 챙기고요. 이번처럼 외빈들과 단체 식사를 할때는 외부 업체로부터 음식을 공급 받습니다.
◇ 김현정> 케이터링이나, 출장 뷔페 같은 그런 거예요?
◆ 권민철> 보통 서울시내 특급호텔 요리팀이 돌아가며 음식을 서빙합니다. 이번엔 어느 호텔담당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 김현정> 이번 메뉴가 호화판이라고들 했는데, 그렇다면 대체 얼마짜리 식사였나요?
◆ 권민철> 청와대가 그것까지는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제가 전직 청와대 셰프에게 가격대를 추산해 달라고 부탁해봤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샥스핀찜만 1인당 10만원 넘는다. 코스로 샥스핀찜이 나왔다면 가격은 환산하기 어렵지. 프랑스요리, 중식, 한식 모두 포함돼 있고. 랍스타도 원가의 5배 정도 가격이 붙고… 가격 산정할 수 없다."◆ 권민철> 가격산정이 어렵다, 그래서 제가 궁리 끝에, 청와대에 출장 요리를 넣는 특급호텔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의 가격을 조사해봤습니다. 프랑스, 중식, 한식이 섞여 있어서 이와 일치하는 메뉴는 없었지만, 2~3개 코스요리가 일치하는 메뉴의 가격을 보니까 15만원에서 34만원 정도였습니다. 어느 블로거는 코스 음식들의 개별 단품요리 가격을 적용했더니 청와대 오찬 1인당 가격이 462,300원이었다고 분석해 놓았더군요.
◇ 김현정> 맨 처음 논란을 빚었던 송로버섯 가격도 조사해 보셨나요?
◆ 권민철> 송로버섯 보다는 트러플(truffle)로 더 많이 불리는데, 이 트러플을 가장 많이 쓰는 특급호텔 셰프에게 가격을 물어봤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겨울에 수확된 블랙 트러플은 1㎏에 250~300만원. 이건 프랑스산이 많고, 여름철에 나는 이태리산 화이트 트러플은 60만원, 냉동은 호주산 A급은 10만 원 정도…."◇ 김현정> 10만원부터 300만원까지, 가격 범위가 굉장히 다양하군요? 그래도 싼 음식재료는 아닌 건 분명한 거 같습니다. 그러면 과거 청와대 때도 그랬는지도 궁금한데, 어땠다던가요?
◆ 권민철> 청와대 셰프를 지낸 분에게 그 부분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요, 이 부분도 들어보시죠.
"이번에 너무했다. 인원이 적지만 그렇게 고가 메뉴를… 우리 때는 3만원만 넘어도 비싸다고, 반찬 가지 수를 줄이라고 했다."◇ 김현정> 이 분 역시 과했다고 하는군요.
◆ 권민철> 이게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거 아니냐, 그런 지적을 하신 분들도 있었죠.
◇ 김현정> 또 한 가지 궁금한 거, 이번처럼 대통령이 외빈을 초대해서 식사를 하는 경우 식사 값은 누가 내나요?
◆ 권민철> 물론 주빈인 대통령이 내겠죠. 하지만 대통령이 자기 지갑에서 식사 값을 내진 않겠죠. 나랏일 하는 자리니까, 청와대 예산으로 집행했을 겁니다.
◇ 김현정> 그렇다면 이런 오찬비용으로 1년에 얼마나 지출되느냐, 이런 것도 취재해 보셨나요?
송로버섯, 샥스핀으로 청와대의 호화 예산 집행이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의 올해 예산내역에는 사용처가 공개되지 않은 '특수활동비'가 148억원에 이른다. 하루 4천만원씩을 영수증 없이 쓰고 있는 것이다. 특수활동비는 대통령이 하사하는 금일봉, 전별금, 명절선물비, 민정수석실 비밀활동비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16년 靑 예산안 각목명세서' 도해 (그래픽=스마트뉴스팀)
◆ 권민철> 이게 지난해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도 예산안 각목명세서'입니다. 여기 보시면 수백 개에 이르는 예산 항목이 있는데, 어느 곳을 찾아봐도 식사비용 항목은 없습니다. '특근매식비'라는 항목이 있기는 있었는데, 이건 청와대 직원들이 특근할 때 먹는 식사비용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럼 이번 오찬 비용은 다른 항목에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 권민철> 그래서 의심받는 게 바로 특수활동비입니다. 오랫동안 청와대 예산을 감시 해 온 야당 인사는 "이번 호화 오찬 비용은 청와대 특수활동비로 처리됐을 가능성이 99%다"고 말했습니다.
◇ 김현정> 특수활동비가 뭔가요?
◆ 권민철> '특정한 업무수행에 쓰는 돈'을 말합니다. 정부 회계 기준상 영수증 첨부 의무가 없는 돈입니다. 따라서 어디에 썼는지 국회에도 보고할 의무도 없는, 말 그대로 '묻지마' 예산인 거죠.
◇ 김현정> 청와대 예산이 다 이렇게 '묻지마' 예산인 거는 아니죠?
◆ 권민철> 대부분은 예산 내역이 적시돼 있고, 상당히 꼼꼼히 적혀 있는 것도 있습니다. 가령 피복구입비의 경우 1억 937만원으로 돼 있습니다. 동복정장 1벌에 50만원씩 모두 다섯 벌, 춘추정장과 외투는 몇벌, 구두는 몇 켤레 이런 식으로. 또 맞춤형 복지예산 3억 2700만원, 동호인대회 참석지원금 2,100만원, 직원경조사비도 6,918만원 이런 금액도 인원 숫자에 근거해 산출된 금액입니다. 하지만 유독 특수활동비는 이런 내역이 전혀 없습니다.
◇ 김현정> 그 특수활동비가 올해는 얼마나 되나요?
◆ 권민철> 147억 9200만원이었습니다. 청와대 전체 예산이 891억원 가운데 17% 가량 되는 금액인데요. 이 돈이 얼마나 되는지 감이 안잡히시죠? 하루 평균 지출비용으로 환산해 보면 쉽게 짐작이 갈 겁니다. 하루에 4천만원이 넘습니다.
◇ 김현정> 하루에 4천만원을 영수증 남기지 않고 아무렇게나 쓸 수 있다는 거예요? 상당한 금액인데, 그래서 이 돈 가운데 일부를 이번에 먹은 점심비용에 썼을 거라고 추측하는 거구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그동안 알려진 바로는 대통령이 이 특수활동비를 가지고 군부대 금일봉, 직원 전별금, 명절선물비, 비밀조사활동비 등에 쓴다고 하는데, 이번에 보니까 이렇게 오찬, 만찬비용으로도 써왔던 거 같습니다.
◇ 김현정> 하지만 저는 오찬 비용까지도 굳이 이렇게 비밀로 할 필요가 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가네요?
◆ 권민철> 이렇게 생각해 보시죠. 이번처럼 이정현 대표에겐 1인당 수십만원짜리를 대접했는데, 김무성 대표에겐 몇만원짜리 대접했고, 그게 모조리 기록으로 남으면, 대통령의 의중이 그대로 드러나겠죠.
◇ 김현정> 하지만 그렇게 해서 모든 지출을 기록으로 남겨야 흥청망청 쓰는 일은 없을 거 아니예요?
◆ 권민철> 맞습니다. 이심전심으로 이번 일로 청와대 특수활동비에 대한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더군요. 청와대 감사를 맡고 있는 국회운영위의 더민주 간사인 박완주 의원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특수활동비 자체가 영수증 없이 쓰는 돈, 통치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국민 세금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 특수활동비라고 하더라도 큰 목에 대해 검증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번기회에 특수활동비의 문제점이 다시 국회에서 거론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현정> 사실 특수활동비는 청와대 말고도 정부 부처 여러 곳에서도 쓰고 있는 거죠.
◆ 권민철> 그렇습니다. 국정원 같은 경우는 특수활동비가 4,780억이나 됩니다. 정부 전체적으로 보면 연간 8,810억원이나 됩니다. 따라서 대통령도 왜 청와대 특수활동비만 가지고 그러느냐,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거는,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야당대표시절 이 특수활동비 개혁을 외쳤었거든요. 관례적으로 존재 해 오던 이 눈먼 돈을 눈감고 넘어갈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스스로 약속도 지킬 겸 청와대부터 솔선수범 공개한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요.
◇ 김현정> 맞아요. 맞습니다. 저나 권 기자나, 또 청취자 여러분들이 내는 피 같은 세금이 다 이런 특수활동비 아닙니까, 이 돈이 어디에 얼마나 쓰고 있는지 납세자들이 알아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죠. 오늘 청와대 호화 만찬 논란, 그동안 송로버섯이다 샥스핀이다, 논란 있었는데, 진짜 문제는 결국 예산문제였다는 거 오늘 훅뉴스 통해 알아봤습니다. 권민철 기자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 취재도움: 노광수·김다혜 인턴기자(제주대 언론홍보학과)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