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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유명 학원장 잠적…수능 앞두고 재수생들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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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동 유명 학원장 잠적…수능 앞두고 재수생들 '날벼락'

    재수생 200여명 중 50명만 인근 학원 수용…나머지 독학해야할 판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한 재수전문학원 건물. 입구에는 급식업체에 대한 임금이 밀리자, 해당 측에서 급식시설 및 집기류를 전부 회수해 실은 트럭이 보인다. (사진=김기용 기자)

     

    수능이 채 3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서울 목동의 한 유명 재수학원 원장이 학원에 막대한 채무를 안기고 돌연 잠적해 학생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 학원장 "돈 뽑으러 은행 간다" 말 남기고 잠적

    수능을 87일 앞둔 22일 오전, 취재진이 찾은 서울 목동의 D 재수전문학원 로비에는 10여 명의 학부모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었다.

    지난 16일 파산신청을 의뢰한 뒤 자취를 감춰버린 이 학원 박모 원장으로부터 수강료를 환불받기 위해서였다. 학원비는 급식비를 포함해 월 100~130만원 정도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학생들의 속도 타는 건 마찬가지

    잠적한 박 원장으로부터 직접 면접을 보고 들어왔다는 김모(21·여) 학생은 "수능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게 무너진 기분"이라면서 "이 시기에 다른 학원에 가도 적응할 자신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장의 마지막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조모(21·여) 학생은 "지난 16일 1층 로비에서 밀린 월급 뽑아 오겠다고 나간 게 박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며 "그날이 원장에겐 '디데이'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당장 내일부터 갈 학원이 없어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진모(20·여) 학생도 "다른 친구들은 신촌이나 노량진으로 학원을 옮긴 상태"라면서 "자신은 이곳 강사가 좋아 (학원) 결정을 못 내린 상황"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학원 3층 강의실 입구에는 ‘매년 승자는 7~8월 이겨낸 자!’라는 플래카드만 무심하게 붙어있었다. (사진=김기용 기자)

     

    ◇ 피해는 고스란히 수능 준비중인 학생들에게

    D 학원 전체 정원 200여 명 중에서 현재 남아 있는 학생 수는 50명 정도에 불과하다.

    다행히 인근 J 학원에서 학생들을 위한 반을 개설해 이들 중 50여 명은 코앞으로 다가온 '9월 1일 평가원 모의고사'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D 학원에서도 인터뷰 도중 학생들이 교무실에 들어와 눈물을 흘리며 인사를 한 후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목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아이들의 진도 상태 및 학습수준이 학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작정 모든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D 학원 관계자는 "당장은 시험을 앞둔 학생들 때문에 박 원장에 대한 형사고발이나 법적 대응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평가원과 교육청에서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할 방침이라고 구두로 약속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인근 학원으로 옮긴 학생들을 제외한 나머지 150여명의 학생들은 어쩔수없이 독학이나 일부과목 단과수업 수강 등으로 얼마남지 않은 수능을 준비해야할 형편이다.

    왼쪽 사진은 박 원장이 D학원 셔틀버스 기사에게 잘못 전송한 문자 메시지. 오른쪽 사진은 이 내용을 D학원 관계자가 그대로 전달 받은 것이다. (사진=김기용 기자)

     

    ◇ 밀린 월급만 3개월…임대료는 1년이나 밀려

    목동학원가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박 원장은 횡령혐의로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D 학원 관계자는 박 원장의 잠적이 계획적이고 주도적이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일 오후 8시쯤 박 원장이 지인에게 숨을 곳을 알아봐달라는 문자를 D 학원 운전기사에게 잘못 보낸 것. 문자에는 '산속도 무방하니 15일까지 좀 알아봐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D 학원의 올 8월 지출예정액을 확인한 결과, 이번 달에만 16억 6500만원 가량이 지출로 잡혀 있었다.

    임대료는 지난해 9월부터 1년 동안 5억 원이 밀려 있었고 강사, 교무직원, 셔틀버스기사들의 월급도 3개월 이상 체불된 상태였다.

    1억원 이상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이자비용 등도 있었으며, 수도세와 전기료도 수개월 동안 미납된 상태였다.

    최근 학원 셔틀 운행은 전면 중단됐고, 전기료를 즉시 납부하지 않으면 학원은 25일부터 단전된다.

    현 채무상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24일 이후엔 남은 학생들도 떠나야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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