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갑근 대구 고검장 (사진=윤창원 기자)
김수남 검찰총장이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53) 특별감찰관을 조사할 특별수사팀장으로 우 수석 동기인 윤갑근(사법연수원 19기) 대구 고검장을 임명했다.
청와대 가이드라인이 이미 내려진 상태에서 사건 배당을 하지 못하다가 '선택한 카드'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윤갑근 고검장이 '완장'을 차고 있는 '사정당국의 총괄책임자'이자 '대통령이 몸통이라면 팔과 같다'는 동기, 우병우 수석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벌써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은 박근혜 정권에서 가장 혜택을 받은 검찰 고위 인사로 분류된다.
윤 고검장은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재직했고 이어 대검 강력부장과 반부패부 부장으로 잇따라 초고속 승진했다.
윤 고검장은 특히 대검 반부패부 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기문란'으로 규정한 '정윤회 문건수사'를 청와대의 구미에 맛게 처리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정윤회씨와 핵심실세인 대통령 3인방의 국정농단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고 오히려 국정농단 논란을 '문건 유출 사건'으로 몰고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했다.
그러나 조응천 전 비서관은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기인 우병우였다.
정윤회 문건 수사 이후 우 수석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은 더욱 두터워졌다.
곧이어 당시 우 민정비서관은 이러한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곧바로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우 수석 취임 이후 첫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정윤회 문건 수사의 공을 인정받은 윤 고검장은 동기 가운데 가장 먼저 '고검장'으로 발탁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윤 고검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인사로 가장 혜택을 받은 검사"라고 말했다.
윤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부장 직무대리'와 '반부패부 부장'을 역임하면서 우병우 민정비서관,민정수석과 가장 가까이서 보폭을 맞춰 온 인사라는 점은 확실하다.
전직 검찰 고위관계자는 "우병우는 기가 세고 거칠 것 없는 성격이지만, 윤갑근은 매우 얌전하다"며 "함께 자리를 할때도 우는 떠들었지만 윤은 한마디도 말도 않고 앉아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관계자는 "과연 윤 고검장이 동기인 우병우 수석과 한판 붙을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 윤갑근 특별수사팀…'우병우 법무부 통해 수사 관여' 우려 제기무엇보다 친박 정종섭 의원으로부터 '대통령의 팔'로까지 비유되며 막강파워를 행사하는 우병우 수석에 대한 수사가 '독립적.중립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윤갑근 특별수사팀은 검찰 내부비리를 조사할 권한을 갖고 있는 '특임검사'와 달리 독립적 권한에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사건배당을 수일동안 고민하고도 우 수석 동기인 윤갑근 고검장을 특별수사팀장을 임명한 것도 법무부.청와대와의 타협의 결과라는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수사팀장 임명권을 법무부 장관이 갖고 있기때문에 김수남 총장도 청와대에서 한사코 거부하는 인사를 지명하지 못하고 결국 청와대와 타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병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윤갑근 특별수사팀의 수사 내용은 시시콜콜 법무부를 거쳐 청와대로 보고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검찰 구조다.
이 때문에 우병우 민정수석이 '검찰내 우 사단'을 통해 권력사건을 요리하고 있다는 '꼬리표'가 검찰수사에 늘 따라다니고 있다. 오죽했으면 서울중앙지검 핵심부서가 '우병우 사단'으로 꽉 차 있어 민정수석 연루사건을 배당할 수 없다는 '조롱'까지 나올까
검찰 출신의 다른 인사는 "특별수사팀의 수사내용이 법무부를 통해 우 수석 손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어떤 수사결과를 내놔도 국민이 믿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라며 "우 수석이 물러나 조사를 받지 않는 한 이번 수사는 실패로 귀결 될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인사는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건 어렵다"며 다만 검찰총장이 명운을 쥐고 '외풍'을 막아주는 것이 그나마 중립적 수사가 가능한 길이지만 큰 기대를 안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