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이인원 정책본부장 (사진=자료사진)
롯데그룹 '2인자'로 통하는 이인원(69·부회장) 정책본부장이 26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 비리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본부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이 본부장은 전날 소환된 황각규(62·사장) 정책본부 운영실장과 함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해온 '가신그룹'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의 수장인 그는 총수 일가의 대소사는 물론 계열사 경영도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
검찰은 이 본부장을 롯데그룹 경영 비리를 밝혀낼 핵심 키맨(keyman)으로 보고, 계열사 등 곁가지 수사를 시작으로 롯데 2인자인 이 본부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치밀하게 대비해왔다.
특히 검찰은 이 본부장의 배임·혐의를 입증한 뒤 다음주 그룹 총수인 신 회장을 직접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지만, 이 본부장의 갑작스러운 자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 본부장의 자살 소식을 접한 뒤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한 채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본부장이 자살한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검찰 수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과 부담감에 자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검찰은 롯데그룹 비자금의 '저수지'격인 롯데건설에서 500억원대 대규모 비자금이 조성된 사실을 확인하고 용처를 쫓고 있는 상황이었다.
롯데건설은 지난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선 캠프에 흘러들어간 돈 가운데 일부가 조성된 창구였다.
지난 10년 동안 롯데건설이 지속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온 점에 비춰볼 때 정·관계 인사들에게 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롯데그룹 경영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이 본부장이 정·관계 등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본부장이 신 회장으로까지 수사가 뻗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롯데그룹 경영 비리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6000억원대 탈세, 비자금 조성, 롯데케미칼의 200억원대 부정환급 소송 사기,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로비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