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권력자들의 비뚤어진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낸 영화 '내부자들'이 또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로 구속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와 초호화 여행을 다녀온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영화 속 조국일보 주필 이강희(백윤식)와 겹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강희는 유력 일간지 주필로 있으면서 정재계 유력인사들과 결탁해 그들의 입맛에 맞게 여론을 주무르는 타락한 언론인의 전형이다. "어차피 민중은 개돼지"라는 믿음을 지닌 그는 정치인과 재벌, 조폭 등 여러 인물들을 연결하면서 자신의 실익을 위한 판을 설계한다.
극중 이강희가 유력 정치인, 재벌과 벌이는 술자리에서의 향락은 이 영화에 강렬함을 더하는 장면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러한 영화 속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이미 구속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등과 함께 지난 2011년, 하루 임대료 2만 2000유로(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3340만 원)에 달하는 요트를 타고 이탈리아 나폴리, 카푸리와 소렌토를 여행했다고 폭로했다.
김의원은 당시 송 주필 등이 8박 9일의 유럽 일정에 쓴 경비가 2억 원대에 이른다고 추산하면서, 송 주필과 대우조선해양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잇단 의혹 제기에 송 주필은 결국 사퇴했다.
(사진=자료사진)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영화 '내부자들'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분개하고 있다.
트위터리안 '@g*******'는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 겸 편집인의 공개로 영화 '내부자들'은 더이상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 되었다"라고 꼬집었다.
'@k*******' 역시 "영화 '내부자들' [장필우 신정당의원+미래자동차 오연수 회장+이강희 '조국일보' 주필] VS 현재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회장 +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 ] -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진실일까?"라고 적었다.
"영화 '내부자들'은 픽션의 영화가 아닌 논픽션의 다큐멘터리였다"(@l*****), "역시 영화 '내부자들'은 2016 대한민국 예언서였다"(@k******), "송희영 사의 표한 걸 보니 '내부자들' 1승 추가, 현실 1패"(@s*******) 등의 의견도 눈에 띈다.
한국기자협회는 윤리강령을 통해 '우리는 취재 보도의 과정에서 기자의 신분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으며,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사적인 특혜나 편의를 거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30일 "언론인이 특정 기업의 후원을 받아 외유를 간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나 설명도 필요 없는 명백한 잘못"이라며 "이번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건의 경우 언론의 공정성, 객관성을 완벽하게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기업이 기자들에게 향응이나 외유를 베푸는 것 자체가 비난의 대상인데, 더욱이 이번 건의 경우 엄청난 비리와 국고 손실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기업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100배, 1000배 잘못된 것"이라며 "그런 기업이 유력 언론사의 주필을 대상으로 로비를 했다는 점, 당사자인 주필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본과 언론의 유착이 어느 정도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