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사관이 키스 번 보안국장 명의로 지난 7월 5일 서울 종로경찰서 홍완선 서장에게 보낸 공문. (사진=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제공)
주한미국대사관이 '인근 집회'를 허용한 한국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경찰에 이를 통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2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키스 번 대사관 보안국장 명의로 지난 7월 초 서울 종로경찰서 홍완선 서장에게 이러한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대사관 측은 공문에서 "'대사관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도 집회를 열 수 있다'는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판결에 대해 우려(concern)한다"며 "경찰이 외국공관의 안전거리 내 모든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것이 대사관 시설과 직원의 안전과 보안을 보장하기 위한 분별 있는(prudent)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평화시위라도 언제든 폭력시위로 변질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미 대사관 입구 앞이나 인접한 거리에서 반미감정을 표출하는 집회·시위가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로는 "집회·시위 참가자들이 대사관에 인접해 있을 경우, 대사관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disruptive) 출퇴근하는 대사관 직원들에게 불안감(unsettling)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문을 접수한 종로서는 지난 7~8월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미 대사관 인근에 신고한 집회를 연달아 금지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은 아직 항소심 계류중이고 아직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라며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이전처럼 대사관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문은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집회가 대규모로 커질 우려가 없는 한 대사관 등 외교기관 100m 이내라 하더라도 집회를 무조건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