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현직 부장판사의 딸이 출전해 1위를 한 미인대회에서 정 전 대표의 브로커가 한때 대회장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3년 미인대회 당시 브로커 쪽으로 거액의 자금이 흘러들어갔는데, 해당 브로커의 입김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은 만큼 자금의 성격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보인다.
4일 CBS 취재 결과와 검찰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 전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지하철 상가 브로커 심모(62)씨는 인천지법 김수천(57) 부장판사의 딸이 출전했던 미인대회에서 두 차례 대회장을 맡았었다.
심씨는 W그룹 회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면서 지난 2001년 대회장을 맡은 데 이어 2006년 공동대회장을 맡아 행사를 이끌었다.
당시 실무책임자는 이모(53)씨로, 미인대회에서 선발된 사람들을 봉사단에 파견하는 사절단의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심씨는 2006년 이후로 공식 행사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김 부장판사의 딸이 출전한 2013년도 미인대회 당시 주최 측으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봉사단장 이씨는 지난 2013년 6월 26일 심씨의 회사인 W그룹 계좌에 7000만원을 송금한 것을 시작으로, 7월 30일에 3000만원, 7월 31일에 1000만원 등 모두 1억 1000만원을 송금했다.
2013년도 대회는 같은 해 7월 9일 종료됐는데, 이 시기를 전후로 심씨에게 거액의 뭉칫돈이 전달된 것이다. 이씨는 이 돈의 성격에 대해 "개인 채무를 변제하는데 썼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 전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이 협찬한 2013년도 대회에서 김 부장판사의 딸이 1위로 선정될 수 있도록 심사위원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 전 대표가 심사위원이 아니라 측근인 심씨를 통해 순위 선정에 개입하고, 봉사단 명의 통장을 거쳐 심씨에게 '수고비'를 건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검찰이 대가성 여부를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돈이 건네진 시점은 공교롭게도 정 전 대표가 연루된 서울도시철도공사 지하철 상가 입점 비리와 관련해 뇌물공여·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심씨가 서울중앙지법의 1심 선고를 코앞에 둔 때였다.
원래 심씨에 대한 선고기일은 같은 해 7월 11일로 잡혀 있었지만, 로비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정 전 대표가 법정에서 위증을 하면서 변론이 재개됐다. 법원은 정 전 대표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같은 해 9월 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 전 대표와 심씨는 지난 2009년 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상가를 개발하는 '해피존' 사업 당시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인연을 맺었다. 서울메트로 지하철 상가 입점을 추진하던 정 전 대표는 심씨에게 서울메트로 사장에 대한 로비 대가로 20억원을 건네고 해피존 사업 자금 등 72억여원을 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대표와 심씨, 이민희(법조 브로커)씨 등 세 명이 친한 사이였던 것은 맞지만, 심씨와 김 부장판사 간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미인대회 관련 의혹들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부장판사는 2014년 정 전 대표의 중고 외제차 레인지로버를 5000만원에 샀다가 1년여 뒤 대금을 돌려받는 등 정 전 대표에게서 모두 1억 70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일 구속됐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 짝퉁 상품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들을 엄벌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정 전 대표 측에 유리한 판결을 해준 의혹도 받고 있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