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여권의 전 유력 정치인의 사위인 현직 부장검사가 60억원대 횡령과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와 부적절한 돈거래를 한 의혹이 불거졌지만, 대검찰청이 또 '뒷북 감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5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서울서부지검의 한 사건 피의자인 게임업체 대표 김모씨로부터 1500만원을 받은 의혹이 있는 김모 부장검사를 지난 3일과 4일 불러 조사했다.
문제는 이런 대검의 직접 감찰조사가 김 부장검사에 대한 의혹을 서울서부지검이 지난 5월쯤 보고한 뒤 약 넉 달 만에 이뤄졌다는데 있다.
김 부장검사의 의혹 대한 언론의 취재가 시작된 무렵인 지난 2일에야 대검이 직접 감찰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검은 "5월쯤 서부지검으로부터 비위 의혹을 보고받고 서부지검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며 "서부지검도 고소사건 수사를 철저히 해 김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관련 의혹을 규명하려는 계획이었지만 김씨가 영장심사를 피해 도주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도 김 부장검사가 그 이후 버젓이 김씨의 횡령·사기 사건을 맡은 담당검사와 부장검사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 6월초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서부지검 부장검사들과 점심을 하고, 담당 검사인 박모 검사를 포함한 2명의 검사와 따로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에 비위 사실이 보고됐지만, 김 부장검사의 부적절한 행보는 계속된 셈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현직 부장검사의 이름이 등장했는데도 대검이 일선청에만 감찰을 맡겨 안일한 대응이 의혹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서부지검의 최초 보고 이후로 홍만표 변호사, 진경준 전 검사장 등의 법조비리가 불거져 검찰의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제 식구 봐주기'라는 의심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적극 감찰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김 부장 검사가 자신이 감찰 대상이라는 점을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 '4번이상 유죄' 스폰서와 어울린 부장검사
(사진=자료사진)
김 부장검사와 고교 친구 사이로 알려진 피의자 김씨는 과거에도 게임 관련 업체를 운영하면서 사기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와 위조 사문서 행사 등으로 2003년 5월 1심에서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해 2011년까지 확인된 것만 4차례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대여금 소송 등 민사 사건에서도 김씨는 여러 차례 피고석에 앉았다.
김 부장검사는 이런 김씨로부터 지난 2월과 3월 각각 500만원과 1천만원을 술집 종업원과 박모 변호사의 아내 명의 계좌를 통해 받았다.
서부지검은 회삿돈 15억원을 빼돌리고 50억원의 사기를 벌인 혐의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8차례 이상 고소된 김씨의 자금 흐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부장검사와의 돈거래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피해 달아났다가 이날 강원도 원주시에서 검거됐다.
대검과 서부지검은 검거된 김씨를 상대로 김 부장검사와의 돈거래 성격과 사건청탁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김씨는 이날 소환되던 중 기자들과 만나 "부장검사의 내연녀에게 돈을 줬었다"며 "오랜 친구인 부장검사에게 지속적으로 향응을 해온 건 사실"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또 "제 사건에 대한 청탁이 아니고 (김 부장검사)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사건에 개입하고 여러 조작을 했다"고 주장했다.
자체 개혁안을 발표한 지 닷새 만에 검사 비위 의혹이 또 불거지면서 검찰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조사를 철저히 진행해 비위 혐의가 밝혀지면 그에 상응한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부장검사는 대검 감찰조사에서 돈을 빌린 지 한 달만인 지난 4월 모두 갚았다는 증빙자료를 제출했다. 김 부장검사는 "500만원은 술값이고, 1000만원은 아버지 병원비로 빌렸다. 모두 갚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사건 청탁도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