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소재 대우조선해양 본사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대우조선해양에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붓는 근거가 됐던 실사보고서가 터무니없이 부실하게 검증됐다는 증거가 나왔다. 이른바 '서별관 청문회'(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를 앞두고 정부의 밀실 지원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7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입은행은 삼정회계법인이 만든 대우조선 실사 보고서를 삼일회계법인에 별도로 의뢰해 재검증을 맡긴 뒤 용역 보고서 한 장 받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박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무려 6억원을 들여 삼일회계법인에 용역을 맡겼다. 산업은행 발주로 삼정회계법인이 작성한 대우조선해양의 실사보고서를 이중 검증해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은 수출입은행에 보고서 한 장 내지 않은 채 "별다른 이견이 없다"며 삼정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를 그대로 통과시켰다. 수출입은행도 보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이를 용인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이렇게 엉성하게 통과시킨 실사보고서는 정부 고위 경제관료들이 모이는 서별관회의에서 4조2천억원의 혈세를 지원하는 근거가 됐다.
하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재무구조를 판단하는 등 내용이 엉터리였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수 조 원의 혈세가 달린 중요한 보고서였지만 수출입은행이 수억원을 들여 재검증을 하고도 보고서 한 장 남기지 않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산업은행이 발주한 용역 보고서를 그대로 통과시키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모 회계사는 "회계법인에서 6억원 규모의 국책은행 용역을 맡았는데 결과 보고서도 안만들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실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6억원을 들여 거대 회계법인에 용역을 주고 이중검증을 했지만 결과 보고서 한 장 안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며 "엉터리 실사보고서를 그대로 통과시키기 위한 요식행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말 정부는 서별관회의를 열어 이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4조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과 연간 50억달러 상당의 RG(선수금 환급보증) 방안을 확정했다.
국민 혈세를 집중 투입했음에도 대우조선해양 주식 상장 폐지가 예상되는 등 여전히 사태 수습이 요원한 상황이다.
오는 8일부터 예정된 국회 청문회에서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실 검증과 서별관회의를 통한 밀실 지원이 재조명될 예정이다.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된 대우조선해양의 자금 지원 과정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