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논란'을 빚고 있는 현직 부장검사가 검사장 승진과 정치권 입문까지 염두에 두고 스폰서 역할을 한 동창에게 보유 중인 농지 정리를 부탁한 정황이 둘이 주고 받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드러났다.
6일 김형준 (46) 부장검사와 전날 체포된 김 모 씨의 대화가 담긴 SNS를 보면 김 부장검사는 김 씨에게 자신의 농지 정리 계획을 언급했다.
김 부장검사는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파동을 보면서, 농지문제는 백부로부터 증여받은 것이지만 우선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자신의 농지 면적과 소재지 등이 담긴 자료사진도 첨부했다.
이에 김 씨는 "그래. 만나서 얘기하자. 나에게 매각하던지"라고 했고, 김 부장검사는 곧바로 "내역을 보내니 한번 검토해 매각 방안을 좀 도와주라"고 재차 강조하며 속내를 나타냈다.
김 부장검사는 "검사장 승진에도 그렇고(문제가 될 수 있고) 차후 공천에 나가려 해도 공천부터 굳이 도움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백부로부터 증여를 받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탈루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 부장검사가 굳이 매번 금품과 향응 접대를 받는 '스폰서' 관계인 동창 김 씨에게 농지 매각 방안을 도와달라고 한 것은, 김 씨에게 자신의 농지를 매입해달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김 부장검사는 수시로 내연녀 명의 계좌를 직접 찍어보내며 송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씨는 바로 "500 보냈다. 내 전용 계좌에서. 그냥 회사이름으로 했다. 드러나지 않게 하려구"라고 답했다.
김 부장검사는 내연녀에게 줄 오피스텔 계약을 떠넘기는 일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00 입주"라며 "(내연녀) 생일이라니까 계약해주면 선물로 주고 일 안하게 하고 타이밍 좋겠다. 고마우이 친구!"라고 적었다.
그러다 일주일쯤 지나 "친구 아무래도 좀 떨어진 곳이 나을 듯(하다)며 "강남 괜히 계약하지 말게나"라고 하고 적었고, 김 씨는 "내가 여기가서 계약할까 아니면 (내연녀)한테 돈을 보내줄까"라고 답했다.
김 부장검사는 내연녀에게 스폰서의 존재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행동하기도 했다.
그는 "도와주라 친구 나중 개업하면 이자 포함 곧바로 갚을테니 (내연녀에게) 송금은 김00 명의로 내가 마련해주는 거라 했으니 지난번거 니가 보낸거 알아서 같은 회사 이름하면 안되고"라고 주문했다.
김 씨는 "이자는 필요없다 친구야"라고 했고, 그는 "생큐 고마우이"라고 답했다.
이달 초까지도 '노골적인' 관계는 이어졌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 1일 내연녀에 대해 "아예 꽉 눌러서 불평 못하게 해버리고 깨끗하게 해결하려고 한다"며 "오후에 처리되면 알려주라"고 말했지만, 김 씨는 "내일 은행시간 전에 보낼게"라고 했다.
그러자 김 부장검사는 "(돈을) 보내놓고 이야기 끝내려 했는데…. 거짓말처럼 되면 말발이 안 먹는데ㅠㅠ"라며 재촉했고, 김 씨는 "친구야 비자금으로 처리해야지. 드러난 돈을 보낼 순 없잖아. 내 차명계좌로 옮기고 처리"라며 타일렀다.
김 부장검사는 김 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감찰에 대비해 김 씨에게 휴대전화를 바꿔야 한다고 하고 입맞춤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에서) 성매매 성접대 물어본 게 있냐", "술값도 5~60만원이라고 해주고 작년말에 문닫았다고 (해달라)", "동창들 거기서 몇번 모였고 너도 나도 다른 간부급 동창 돌아가면서 술값 낸다고 (해달라)"고 말했다.
또 "집 사무실 불필요한 메모 등 있는지 점검해서 조치해"라며 증거인멸을 지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