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4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만이 북핵 문제의 해법이라며, 국론 분열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사실상 야당 지도부를 겨냥한 이 발언은 '안보'를 강조함으로써 '우병우 논란' 등 야당발 정국 이슈를 밀어내는 효과를 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사드 배치에 반대만 하는 것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노출시키는 결과만 가져온다", "사드 배치를 백지화한다면 안보는 무엇으로 지키느냐"고 말했다. 또 "우리 내부가 분열되면 어떠한 방어체계도 무의미해진다", "지금은 국론을 결집하고,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때"라고 밝혔다.
전날 여야 3당대표 청와대 회동을 놓고 "안보교육을 받는 분위기였다"는 평가가 나온지 하루만에 박 대통령이 거듭 안보 공세에 나선 셈이다. 회동 때는 전례 없이 외교안보라인 관료와 참모를 배석시켜 '회동 의제'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
'안보상황을 국내정치에 이용하면 안된다'는 야당 지적에는 정색했지만, 박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앞둔 이날 SNS에 동영상 메시지를 올려 "지금 우리나라는 북한의 거듭되는 핵도발에 어려운 고비를 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초 순방에서의 북핵외교나 잇따른 '국론 결집' 메시지 발송으로 안보 정국을 이끌고 있다. 여당은 핵무장론까지 제기하며 지원 중이다. "박 대통령이 의도했든 아니든 정국은 청와대의 안보론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여권 관계자)는 지적이다.
이는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나, 가계부채를 비롯한 민생경제 문제 등 다른 현안을 뒷전으로 몰아내는 효과를 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수사를 지켜보자"거나 "국회에서 잘 논의해달라" 등 원론적 입장 제시만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사진=박종민 기자)
추석연휴 이후에도 청와대와 여권은 북핵 위협 및 안보를 강조하면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는 전략을 활용할 공산이 크다. 이를 기반으로 오는 26일부터 개시되는 국정감사에서 불거질 사드 배치 논란, 우병우 거취 논란을 적극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청와대가 북핵으로 불거진 안보위기를 활용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느냐 여부다. 지금까지 미일 양국과의 대북 공조의지가 확인되고 미군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시위 비행이 있긴 했지만, 직접 성과는 없다. 박 대통령은 아직까지 북핵 관련 핵심 당사자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전화통화도 못한 상태다.
특히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북한의 체제존립을 거론하며 대북 압박 정책을 구사해왔지만 5차 핵실험을 통한 북한 핵능력 고도화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북핵 대응 실패에 따른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이명박정부의 행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여권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보 공세에 열을 올렸지만, 선거에 참패했다.
한 여권 인사는 "안보문제를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나 이 부문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지 않으면 역효과만 날 수도 있다. '안보 잘 챙기라고 보수 정권을 세웠는데 아무 것도 못하느냐'는 국민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면 큰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주 일대 지진 사태가 북핵 못지않은 정치적 변수라는 지적도 있다. 전국민이 공포를 체감한 상황에서 지진 대책은 '아직 실감되지 않는' 북핵 공포보다 추석밥상에 먼저 올라갈 소지가 있다. 국민안전처의 부실 대응 등 논란은 정권의 실정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