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의 정수를 간직한 책 '인디언의 속삭임:일 년 열두 달 인디언의 지혜와 격언'이 출간되었다.
인디언들은 들소와 사슴, 무지개와 눈송이 등 북아메리카 대자연에 깃든 아름다움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을까? 12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인디언들의 격언과 기도, 축사, 연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 모음 60편을 새롭게 해석한다. 아울러 이 60편의 역사적 배경은 물론 현대인들을 위한 철학적 생각거리를 담고 있다.
하늘의 따뜻한 바람이 그대의 집에 부드럽게 불기를.
위대한 정령이 그 집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리시기를.
너의 가죽신이 눈 위에 행복한 발자국을 남기기를.
그리고 무지개가 항상 너의 어깨에 닿기를.
- 체로키 족의 기도
생태계 위기가 더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인디언들은 일찍이 미래를 내다보며 자연과 인간을 존중했다. “미타쿠예 오야신(Mitacuye Oyasin)!”이라는 인사말은 우리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상호 연관성에 대한 이러한 관심이야말로 파괴된 자연을 되돌리고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는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한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백인 개척자들에게 북아메리카 대륙의 땅은 소유의 대상일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이곳에 살아온 인디언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요 소중한 집이었다. 또한 ‘위대한 정령’에게서 물려받은 땅일뿐만 아니라 선조들이 묻혀 있는 성스러운 곳이기도 하였다. 미국 정부가 파견한 평화 조약 위원회 위원들의 인디언 보호 구역 제안에 대하여 사탄타 추장은 “나는 정착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초원을 떠돌아다니고 싶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랫동안 키오와 족은 대초원에서 들소를 잡고 살아 왔기 때문이다. 한편 델라웨어 족은 아이들을 키울 때 될 수 있는 대로 자주 들판이나 산에 나가 혼자서 시간을 보내게 했다. 들판이나 산 같은 자연만큼 훌륭한 교육장이 없기 때문이다. 인디언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배웠던 것이다.
마지막 홍인종이 이 황야와 함께 자취를 감추고, 그에 대한 기억이 한낱 대초원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구름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 강변과 숲이 여전히 이곳에 존재할까요? 우리 인종의 영혼이 하나라도 남아 있게 될까요?
- 추장 세알트의 연설
1월은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
우리에게 평화를 알게 하소서.
달이 떠 있듯이 오래도록
강물이 흐르듯이 오래도록
태양이 빛나듯이 오래도록
풀이 자라듯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평화를 알게 하소서.
- 샤이엔 족의 기도
인디언들의 세계는 이름으로 가득 차 있다. 인디언들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달 이름을 정하였다. 그들의 달력은 음력에 가깝겠지만, 어떤 부족은 한 해를 열세 달로 나누기도 하였고 다른 부족은 스물네 달로 나누기도 하였다. 계절이 변하는 동안 주위 풍경의 변화 또는 이러한 변화를 겪는 내면 풍경 등을 주제로 삼아 달의 이름을 붙였다. 1월이 아리카라 족에게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이라면 아라파호 족에게는 ‘바람 속 영혼처럼 눈이 흩날리는 달’이다. 2월이 클라마트 족이 ‘춤추는 달’이라면 3월은 모호크 족에게 ‘훨씬 더디게 가는 달’이 된다. 4월은 체로키 족이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이다. 아파치 족은 5월을 ‘나뭇잎이 커지는 달’이라고 했고 아라파호 족에게 6월을 ‘더위가 시작되는 달’이었으며 유트 족은 7월을 ‘천막 안에 앉아 있을 수 없는 달’이라고 부른다.
8월은 풍카 족에게 ‘옥수수가 은빛 물결을 이루는 달’이고 9월은 파사마퀴다 족의 ‘가을이 시작되는 달’이다. 마운틴 마이두 족은 10월을 ‘어린 나무가 어는 달’이라고 했고 체로키 족은 11월을 ‘산책하기에 알맞은 달’이라고 했다. 그리고 12월은 샤이엔 족의 ‘늑대가 달리는 달’이자 수 족의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달’이고, 퐁카 족에게는 ‘무소유의 달’이었다. 북아메리카 대평원을 가로지르는 그 문학적 상상력은 일 년 열두 달의 이름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인디언식으로 이름 붙인 열두 달을 표현한 이재은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인디언의 속삭임' 속 12개 장들을 차례차례 펼쳐 나가면, 자연의 변화를 바로 곁에서 느꼈던 인디언들의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 앞에는 오직 하나의 삶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 아파치 족의 결혼식 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