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2호기 전경(사진=자료사진)
원자력 안전을 점검하고 규제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의(원안위)'의 전문위원들이 6백억 원에 달하는 원자력 관련 정부기관 연구 용역을 수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 규제와 원자력 진흥을 '전문가'라는 명목으로 같은 이들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경북·부산지역 원전 건설에 실무적 검토를 맡은 바 있다.
정부의 원전 안전심의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안위는 원자력의 개발, 생산 등의 안전을 관리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만들어진 독립기구다. 원전은 사고가 발생했을때 천문학적인 피해를 불러오기 때문에 안전이 최우선 과제이고, 이런 이유로 원전 정책 집행기관이 아닌 아닌 별도의 독립적인 기구에서 원전 정책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한 뒤 원전 정책을 집행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을 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종합하고 조정하는 이 원안위의 의결이 필수적이다.
지난 6월 울산 울주에 건설이 허가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경우도 야당을 중심으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안위로부터 '지진 등 부지의 안전성 등과 다수호기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받아 원전 착공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원전의 위험성이 제기될때마다 정부는 '독립적인 원안위 결정'을 들이밀며 원전 설치를 밀어부쳐왔다. "원안위가 안전 부재에 면죄부를 주는 '원자력안전홍보위원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 원안위의 의사결정을 돕는 전문위원들이 원자력 이용기관과 원자력 진흥기관의 연구용역을 무더기로 수행한 것으로 확인돼 원전 안전 관련 심의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보면 원전을 이용하거나 원전을 진흥하는 이들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전문위원들이 '원전 설립 여부' 등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구을) 의원이 원안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원안위 전문위원 원자력 이용 및 진흥기관 연구용역 수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혁직 원안위 전문위원 32명이 수행한 연구과제는 모두 84건, 연구용역 계약금액은 571억8215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문위원 1인 평균 2.63건의 연구를 진행했고, 1인 평균 연구용역 계약금은 17억8694만원에 달했다. 관련 연구를 수행하지 않은 전문위원 12명을 제외하면 20명의 전문위원이 1인 평균 4.2건의 연구를 진행해 평균 28억5911만원의 연구용역비를 받았다.
이에 대해 원안위는 "전문위원회는 실무적 자문과 사전검토를 위해 설치돼 별도로 타부처의 용역 수행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원전 전문가가 부족한 국내 여건상 교수 등 인력 풀이 제한적이라는 점 때문에 원안위 전문위원의 연구용역 수탁을 막는 것이 어렵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원전 설치에 면죄부를 줘온 원안위, 그리고 그 결정을 뒷받침해온 전문위원들이 원전을 이용하거나 진흥하는 기관으로부터 돈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재호 의원은 "원안위 전문위원은 한수원이 제출한 원전 건설 및 운영 등에 관한 각종 심사 서류에 대해 사전 검토 뿐 아니라, 원안위원들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적 자문도 수시로 할 수 있는 자리"라며 "원전 안전성에 대해 누구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데, 규제대상 기관으로부터 많게는 수백억 원의 돈을 받고 있으니 규제가 제대로 되겠냐. 이래서 원전 진흥은 물론 규제기관까지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원자력의 안전규제를 이용 및 진흥체제와 분리함으로써, 국제규범을 따르는 것은 물론 독립성을 확보해 원자력의 안정적 이용 체계를 확립하고자 설치한 것이 원안위"라며 "향후 원자력 진흥기관의 연구 용역 발주 시 이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 등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