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농민 백남기(70)씨가 사고 317일만인 25일 숨을 거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져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70) 농민이 25일 오후 2시쯤 끝내 숨을 거뒀다.
이후 죽은 자를 놓고 검·경과 유가족·시민단체 사이에서 부검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백 씨의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25일 백 씨의 시신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검찰도 증거조사를 위해 부검할 필요성이 있다면 절차상 부검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백남기대책위 측은 25일 부검 문제 등이 해결될 때까지 백 씨의 장례식을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물대포에 쓰러진 백 씨를 처음 진료한 의사부터 이후 그의 상태를 지켜본 여러 의사들한테까지 사인이 일관 되게 나온 상황이라 부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대책위는 25일 오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백 씨가 '물대포 직사 살수행위에 의한 외상성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의사의 일관된 진료의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법률·의학적으로 부검할 필요가 없는데도 강행한다면 이는 정부가 국가폭력행위를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오후에 있었던 백 씨의 검시에서 검안의들 의견도 상당수 일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검안결과를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사전 의료기록을 보지 않은 검안의도 80% 이상은 분명히 뇌출혈로 사인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부검이란, 사인(死因)을 규명하기 위해 시체를 해부·검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살수에 맞아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농민 백남씨가 사고 317만에 사망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마련된 빈소 주변으로 경찰이 배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유가족 측도 사인이 명백한 상황에서 고인의 평안과 존엄성을 위해 부검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힌 상태다.
이에 경찰은 25일 오후 11시쯤 백 씨에 대한 시신을 부검하기 위해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그로부터 한 시간여 뒤 법원에 곧바로 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검시에 참석한 정의당 윤소하 의원에 따르면, 검찰은 부검의 필요성은 언급했으나 향후 유가족과 대책위의 뜻을 존중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했다.
반나절도 안 돼 검찰이 약속을 어긴 셈이다.
결국 26일 새벽 법원에서 백 씨에 대한 부검영장이 기각됐다.
통상 사망 원인이 밝혀졌거나 부검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사인을 규명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부검영장이 기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 후 시신 부검 부분까지 포함해 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 상태다.
경찰과 시민 사이의 물리적 충돌도 가중될 우려가 있다.
실제 25일 서울대병원 등에 배치된 3600여명의 경찰병력과 장례식장으로 진입하려는 시민들 사이에서 수차례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장례식장으로 들어서려는 대학생들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들고 있던 피켓을 부수는 등 물리적인 공권력을 행사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병원 측 시설보호 요청을 이행하는 경찰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일반 상가 조문객들과 다른 환자·가족들의 출입까지 통제하는 것은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말했다.
시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경찰이 고인의 빈소에서 시민들과 각을 세우면서까지 영장을 다시 신청해야만 하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