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특별감찰관제가 사실상 공중분해될 위기해 처했다. 청와대가 지난 23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표를 수리한데 이어 인사혁신처가 백방준 특별감찰관보 등 특별감찰관실 별정직 6명에게 해직을 통보하면서다.
이들의 일괄 퇴직은 정권 차원에서 이뤄졌을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우선 오는 30일 특별감찰관실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최대 쟁점인 미르재단 관련 답변해줄 사람들을 모조리 사퇴시키면서 '국감 입막음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감찰관의 사표를 한 달 가까이 서랍속에 넣어뒀다가 국감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전격 수리한 것도 이런 꼼수로 읽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표를 수리한 데 이어 특별감찰관보와 6명의 감찰담당관들도 해직 통보를 받았다"며 "이는 특별감찰관에 대한 국정감사 무력화 시도"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특별감찰관의 본연의 업무를 '정권 흔들기'로 간주하고 손보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검찰출신 변호사는 "이 감찰관처럼 감찰관보와 다른 별정직 공무원들도 똑같이 잘못을 했다며 함께 내친 것"이라며 "이 감찰관이 정권 의도와 달리 본연의 임무를 열심히 하다보니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해직 통보는 위법성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법무부와 인사혁신처는 "특별감찰관보와 감찰담당관은 임용 당시 특별감찰관의 임기만료와 함께 퇴직한다"는 특별감찰관법 시행령(3조 4항) 규정을 들어 이런 결정을 내렸지만, '사퇴=임기만료'라는 해석은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법조계 인사는 "사퇴를 임기만료로 해석한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이는 특별감찰관실의 업무 공백을 최소하기 위해 임기를 연장토록 한 규정과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특별감찰관법 시행령 제3조를 보면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1개월 이내의 기간 동안 근무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른 변호사는 "정부가 임기만료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 같다"며 "다른 별정직 공무원들이 사표를 낸게 아니기 때문에 일괄 해직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감찰관 직무를 대행하도록 한 감찰관보까지 아무런 근거 없이 해직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시행령 5조에는 '특별감찰관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특별감찰관보가 그 직무를 대행하고, 특별감찰관과 특별감찰관보가 모두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특별감찰과장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나와 있다.
특별감찰 업무가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조항을 둔 것인데 정부에서는 책임자를 모두 내치면서 사실상 조직을 무력화 시켰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 등에 대한 감찰이 언제 가능해질지도 알수 없게 됐다.
차관급인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임명까지 국회 추천과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해 수개월이상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