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로 부터 최근 수년 간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들이 나서 사례를 모으고 대응에 나섰다.
피해자들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논란의 중심에 선 모 대학 K교수(55)가 최근 여자 졸업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자 이를 기화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례들이 공론화 된데 따른 것이다.
7일까지 피해 여학생과 졸업생들이 모은 사례만 놓고 보면 K 교수는 다양한 수법으로 제자들을 성희롱·성추행했다.
피해 상당수는 K 교수가 주도해 만들었다는 독서모임에서 비롯됐다.
친구의 소개로 2013년 처음 그 모임에 나간 A씨는 K 교수가 첫날 부터 이상한 말들을 했다고 전했다. "제 연애 상태를 꼼꼼히 물었고, 술집에서 첫 뒤풀이를 하는 중에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성적 표현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모임 밖의 자리에서도 교수가 자주 속옷 색깔을 물어봤고. 속옷을 사주겠다며 함께 가자고 하기도 했다"면서 "제 친구에게는 '너는 내 은교다'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B씨는 2013년 2학기 개강 직후 술집에서 우연히 이 교수와 합석했다가 신체적 접촉도 당했다고 했다. 이 교수가 B씨의 손을 잡고 깍지를 끼었고, 어깨를 감싸고 자신의 얼굴을 B씨 얼굴에 밀착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상당수 사례에서 일관성을 보였다.
'여자는 비닐봉지를 씌우면 누구와도 할 수 있다', '나는 애인이 많다', '너무 말라서 XX 땐 별로다, 너희 같은 애들이 XX하다' 등의 발언은 복수의 피해자들 진술에서 확인된다.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K 교수는 여성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독서모임에 참가했던 C씨는 "모임에는 똑같이 참석했는데도 나에게 남자친구가 생기자 '모임에 무관심하다'고 하더니 여성을 극단적으로 비하하는 말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피해자들은 잇단 성희롱·성추행에 저항하려 했지만 관련 학계에서 K 교수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주저했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주변에 어려운 상황을 하소연했지만 K 교수가 가장 힘이 센 교수여서 '다들 좋게 끝내라'고 조언했고, '사회생활을 미리 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면서 K 교수의 처벌을 원했다. 과 학생회는 7일 오후 정기회의에서 입장문 발표 등의 대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학교 측은 이 교수가 검찰에 기소된 상황에서 추가로 피해사례가 제기됨에 따라 진상을 파악해 엄하게 징계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검찰 기소만으로도 직위해제는 불가피하다"며 "피해자들이 학교 인권센터에 제보하면 진상조사위를 가동해 범법성이 있으면 고소를 하거나 교내 규정에 따라 징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