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쳐밸리 조감도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 씨 관련 의혹에는 종종 이니셜 'K'자가 붙는다. K스포츠재단, K스타일 허브, K타운 사업 외에 또 다른 K로 시작하는 사업에 차 씨와의 연관성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는 K-컬쳐밸리다.
◇ 경기도 CJ E&M에 땅값 1% 받고 빌려줘, 도의회 특혜 조사 착수
K-컬쳐밸리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조성될 예정인 대규모 한류 테마파크로, CJ E&M 컨소시엄이 사업을 맡았다. 축구장 46개 넓이(30만㎡)의 대지에 융복합공연장과 숙박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하지만 경기도가 사업자인 CJ E&M에 특혜를 준 정황이 포착되면서 현재 잡음이 일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특별위원회를 꾸려 K-컬쳐밸리의 CJ E&M 특혜 의혹에 대해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CBS가 경기도의회에서 제공받은 '경기도 K-컬처밸리 특혜의혹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에 따르면 의혹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공시지가 830억원짜리 땅을 100분의 1 수준의 헐값에 대부받는 과정에서 부당한 특혜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5월 CJ E&M과 대부율 1%에 토지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외국인투자기업에 제공하는 최저한도 이율이다. 하지만 계약을 체결한 날에 CJ E&M은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되지 않았다. 자격이 안 되는 상태에서 헐값에 땅을 내줬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경기도가 토지공급계약 전에 올해 본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해당부지 대부율을 5%가 아닌 1%로 미리 예상해 세입예산으로 편성했다는 것이다. 도의회는 사전에 CJ E&M을 내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밖에 도지사가 조례를 어기고 도의회에 관련 계약 체결을 일체 보고하지 않고,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도 절차상 문제로 지적됐다.
◇ 박 대통령-차은택-손경식 만난 날, 경기도 K-컬쳐밸리 사업자로 CJ 결정
(그림=문화체육관광부)
경기도는 왜 자격이 갖춰있지 않은 CJ E&M에 불과 1%의 헐값에 땅을 제공했을까?
K-컬쳐밸리는 차은택 씨가 주도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의 핵심 구상 중 하나이다.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사업안에 K-컬쳐밸리가 포함돼 있다. (그림 참고) 차 씨와 CJ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사업이 추진된 것으로 추측된다.
경기도가 CJ E&M을 K-컬쳐밸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날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차은택 씨,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만난 날이었다는 점도 의혹을 키운다.
지난해 12월 29일 박 대통령은 서울 청계천로 옛 한국관광공사 건물에 들어선 문화창조벤처단지 개소식에 직접 참석했으며, 차 씨가 지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을 안내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혔다.
당시 청와대가 낸 공식 보도자료에도 "박 대통령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차은택)과 CJ 창조경제추진단장(김춘학) 안내로 벤처단지 기능을 보고받고 단지를 시찰"했다고 적혀 있다.
경기도는 이날 오전 평가회를 열어 K-컬쳐밸리 사업 우선 협상대상자로 CJ를 낙점했고, 오후에 발표했다. 박 대통령과 차은택, 손경식 CJ 회장이 행사장에서 만난 직후였다.
차 씨는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시절부터 CJ와 특수 관계를 맺고 있다. CJ는 지난해 2월 11일 자산을 출연해 서울 상암동에 문화창조융합센터를 설립했다. 차 씨와 친분이 있는 CJ헬로비전 커뮤니티사업본부장 출신인 강신명 씨가 문화창조융합센터장을 맡기도 했다. 강 씨는 미르재단 이사진에도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지난해 5월 차씨가 기획을 총괄하면서 예산이 대폭 늘어난 '밀라노엑스포'에도 CJ푸드빌이 운영 책임을 맡았다.
이처럼 이니셜 'K' 시리즈 중 하나인 K-컬쳐밸리에도 박 대통령과 차은택 씨의 연관성은 물론 대기업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도의회가 특혜 의혹에 대해 정식 조사를 벌이는 만큼 경기도가 CJ E&M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땅을 싸게 제공하게 된 경위에 대해 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추진한 문화창조융합벨트의 핵심인 K-컬쳐밸리도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며 "문화창조융합벨트는 부실하게 운영되고 각종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은 만큼 사업 전면 중단과 함께 종합감사가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