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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인사들 "北인권결의안, 이미 기권 결정 후 北에 통보"

국회/정당

    참여정부 인사들 "北인권결의안, 이미 기권 결정 후 北에 통보"

    송민순 주장 반박 "北에 물어보고 결정할 이유 없어"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구한 뒤 기권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과 관련해, 당시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송 전 장관을 국가기밀누설 혐의로 법적조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세우는 등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민순 "18일 ‘北에 의견묻자’ 주장에 文찬성, 21일 기권결정" vs "16일 이미 기권결정"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사흘 전인 2007년 11월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북한의 의견을 확인해보자고 제안했고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과 문재인 전 비서실장, 백종천 전 안보실장 등이 이를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의 의견을 확인한 뒤 21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노무현 정부가 기권결정을 했다는 것이 송 전 장관의 주장이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을 제외한 이 전 장관과 문 전 실장, 백 전 실장 등은 이틀 전인 11월 16일, 노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이미 송 전 장관의 '북한인권결의안 찬성' 입장에도 불구하고 기권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 관련 회의에 참석했던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기권 입장은 11월 16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송민순 외교부장관의 찬성 입장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최종 결심을 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16일 회의는 자신의 요청으로 소집됐고, 송 전 장관과 문 전 실장, 백 전 실장이 참석했고 김 원장은 참석 여부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주로 기권하자는 자신과 찬성하자는 송 전 장관 사이에 격론이 있었고, 노 전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통일부 장관의 기권 의견으로 가자’고 결정했다고 이 교육감은 설명했다.

    앞서 열린 15일 정례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선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으며 송 전 장관의 찬성 입장은 소수 의견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이 교육감은 말했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권 결정에도 송민순 전 장관이 입장을 굽히지 않자 이틀 뒤인 18일 백종천 전 안보실장 주재로 송 전 장관과 이재정 전 장관, 문재인 전 실장 등이 참여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했지만 기권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송 전 장관은 18일 회의에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북한에 의견을 구하자고 말했다고 주장했는데 김 전 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에 의견을 구하자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김 전 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과 관련해 "정상회담에 대한 메모를 사적으로 보관한 것은 국가기밀누설인데 이를 밝히고 있다.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며 "나는 (법적 조치를) 안 하지만 누군가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우리 정부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 전 김 전 원장이 북한에 의견을 구하자고 주장했고,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찬성했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은 기초사실부터 잘못됐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당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이었던 더민주 김경수 의원이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인권 결의안에 대한 결정을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할 이유도 없고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라고 일축한 이유다.

    ◇與, 국정조사 등 文 파상공세…더민주 "흠집내기…법적대응"

    특히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2~4일)과 11월 남북 총리회담(14~16일)이 연달아 열리는 당시 남북관계를 감안하면 결의안 기권방침을 북한에 통보하고 반응을 살피는 것은 당연한데도 새누리당이 오히려 정략적 의도를 갖고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며 더민주는 반발하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실관계 확인 결과 북한에 의견을 구한뒤 북한인권결의안 기권을 했다는 송민순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데 새누리당이 이런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문재인 전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또 다른 정치공세로 펴서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명히 말씀 드린다"며 "사실관계 확인 없이 '문재인 전 대표가 북한의 종 노릇을 했다'고 규정한 사람들은 당 차원에서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더민주는 이날 저녁 최고위원회를 열고 허위주장에 대한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발언에 대해 신속하게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중대한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문 전 대표를 향한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어 당분간 관련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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