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워싱턴포스트 동영상 캡처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결과 불복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고 나선 것에 대해 미국내 비판 여론이 들불 번지듯 확산되고 있다.
우군인 공화당 진영은 물론이고 전·현직 대통령들 조차 비판 대열에 합류하며 “트럼프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오하이오 주(州) 델라웨어 유세에서 "나는 확실한 선거 결과만 수용할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결과가 의심스럽다고 느껴지면 나는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제3차 TV토론에서 대선 결과 승복 여부를 묻는 말에 "그때 가서 말하겠다"며 불복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데 이어 ‘패배시’ 대선 불복 가능성을 기정사실화 한 셈이다.
트럼프 캠프의 켈리엔 콘웨이 선대본부장도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선 결과가 실제 나와서 입증, 확인될 때까지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 플로리다 주(州) 마이애미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원유세에서 트럼프가 선거 패배시 선거결과 불복 의사를 내비친 점을 지적하며 “그런 트럼프가 오늘은 자신이 승리하면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결코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선거제도의 합법성에 대해 사람들의 마음에 의심의 씨앗을 뿌리려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자 적들을 위해 그들의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어떤 시빗거리나 의심도 남지 않게 클린턴이 대승을 거둘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지미 카터(92) 전 미국 대통령도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조작 주장을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카터 센터는 미국 대선 3차 TV토론이 열린 1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선거조작 주장이 무책임하며 미국 민주주의를 약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터 센터는 카터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전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 활동을 펼친 비영리 단체로 카터 센터의 성명은 카터 전 대통령의 의중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카터 센터는 전 세계에서 100차례 넘는 선거를 감시한 결과 “미국 선거 제도를 볼 때 잠재적인 조작 가능성, 널리 퍼진 유권자 사기와 같은 주장은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감과 긴장감을 약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대선 불복 시사 벌언에 대해 "선거결과를 수용하는 것은 모든 지도자의 첫 번째 의무"라며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매케인 의원은 성명에서 "나도 2008년 선거결과가 맘에 들지 않았다"고 오바마에게 패했던 경험을 회상하면서도 "그러나 나는 인정해야 할 의무가 있었고, 그래서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지 알 수는 없지만, 역대 모든 선거에서 패자가 승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나의 대통령'이라고 불러왔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다"면서 "이는 단지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방식이 아니라 우리 미국인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업자 겸 CEO는 트럼프에 대해 "우리의 민주주의를 서서히 허물고 있다"고 비난했다.
베저스는 이 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배니티 페어 서밋에 참석해 "트럼프의 말을 보면 그가 선거에서 지면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그가 이기면 힐러리 클린턴에게 수갑을 채울 수도 있다고 한다"면서 "그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주변부터 서서히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