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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한 명씩, 10명 숨진 현대重… 노동당국 감독 하나마나?

경제정책

    한 달 한 명씩, 10명 숨진 현대重… 노동당국 감독 하나마나?

     

    10명,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에서 일을 하다 목숨을 잃은 산업재해 사망자 수다.

    올해 현대중공업에서는 한 달에 한 명 꼴로 건장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1974년 창립 이래 질병이 아닌 작업장 사고 사망자만 골라봐도 무려 405명, 해마다 9명씩 죽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현대중공업의 산재 문제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산재 사망자 수는 시민단체들로부터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2년 전(8명)보다 2명 더 많다.

    2007년 이후 한자릿수로 줄었던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자는 10년만에 다시 두자릿수로 돌아섰다. 최근 노조 지도부 성향이 강성으로 바뀌면서 산재 사례가 적극 발굴됐다는 주장을 감안해도 현대중공업의 산재 문제의 심각성이 바뀌지 않는다.

    지난 19일 고용노동부를 찾아 산재 대책 마련을 촉구하던 현대중공업 노조 김병조 정책기획실장은 "다른 사건 사고로 9명만 숨지면 전국이 발칵 뒤집어질텐데 노동자는 400명이 죽어가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사측도 안전 경영에 총력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20일 불과 일주일 사이에 산재 사망사고 3건이 잇따르자 하루 작업중단을 하고 안전대책을 발표했지만, 사망사고는 계속됐다. 지난 11일에는 안전보건 분야에만 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바로 다음날 10번째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빛이 바랬다.

    결국 정부는 지난 19일부터 50여명의 직원을 대거 투입해 초강도 특별근로감독에 돌입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산재·조선 분야 감독 경력이 있는 인원을 골라 파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 노동부는 현대중공업에서 수십년째 계속되는 산재 사망사고에 연례행사처럼 특별감독을 벌인 바 있다. 올해도 지난 4월 대규모 특별감독을 펼치는 등 수차례 감독에 나섰지만 뾰족한 변화는 없었다.

    또다른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4월 특별감독 이후 근로감독관 1명이 현대중공업에 무기한 상주하기로 했지만, 단 1명만으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특별감독에 나가서 아무리 문제점을 지적해도 솜방망이 처벌로는 바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노동부는 지난 4월 특별감독에서 253건이나 위반사항을 적발했지만 과태료는 2300만원에 불과했다. 2014년에는 1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지만, 현대중공업을 ‘10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규정하고 슬그머니 4억원 가량 감액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도 정부도 보여주기식 대처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한다.

    현대중공업 노조 허중혁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사측이 주장하는 안전인력들은 별도 교육을 받거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새로 고용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현장인력들을 돌려막기한 것"이라며 "안전 예산에 수천억원을 들였다지만 인건비로 예산 부풀리기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특별감독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일감이 없다'며 감독 대상인 작업장을 텅텅 비워놨다"며 "공정 기간을 줄이기 위해 조명이나 안전장비도 없이 일하는 광경은 보지 못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감독만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사업주와 기업을 압박할 수 있도록 처벌 강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법을 제정하고, 특별감독 등 관련 법·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울산산재추방연대 현미향 사무국장은 "특히 2000년대 중후반부터 외주화 비중이 높아지면서 하청노동자 사망 사례도 늘고 있지만, 하청 노조 조직률이 아직 낮아 사고 조사나 보상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기마다 열리는 원청의 산업안전보관위에 하청 노동자 대표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청업체 노동자가 죽어도 원청업체가 책임을 지고, 강력히 처벌받도록 한 '기업살인법' 도입이 시급하다"며 "또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관련 법 조항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노조와 함께 노동부를 찾은 무소속 김종훈(울산 동구) 의원도 "현대중공업은 단순히 산재 다발 사업장이라고만 할 수 없고, 근본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며 "'노사정 상설기구'를 만들어 수시로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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