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대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그 어떤 결단으로도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 여권에서조차 박 대통령이 레임덕에서 회복할 방법을 찾기 힘들다고 한탄하고 있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26일 국회에 출석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같은 답을 내놨다. 대상자 입장이 확인된 만큼, 박 대통령의 결심만 있으면 여야 정치권의 요구대로 청와대·정부 쇄신이 가능하다. 실제로 청와대 참모들은 인적쇄신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청와대 참모진과 각료들에게 책임을 떠넘겨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 일개 사인에 불과한 최순실씨에게 국정운영 개입을 허용해 스스로 '바지 대통령(민주당 추미애 대표)'을 자처한 당사자는 박 대통령 본인이기 때문이다. "관료나 참모 몇 갈아치워봐야 '꼬리 자르기'로 비판받을 것"(여권 관계자)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당장 뭔가를 결행하기도 쉽지 않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탈당, 하야, 특검 수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거국내각 구성 제안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요구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멸의 길'이라 수용하기 어렵거나 수용하더라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탈당시 박 대통령은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새누리당의 보호막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어려운 요구일 수 밖에 없다. 또 여론의 거센 압력에 밀려 탈당을 하더라도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은 별개의 문제다. 하야하는 경우는 헌정이 중단되는 초유의 국가위기 상황이 초래된다는 점에서 야당에서조차 언급을 꺼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최순실 특검' 도입에 합의했지만 딱부러지는 해법은 아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최순실씨와 얽힌 행적을 폭로당하는 상황이 우려돼 거부권을 행사하려 하겠지만, 특검에 들어가더라도 제대로 된 수사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헌법상 내란·외환죄만 대통령 임기 중 형사소추할 수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수사대상이 될수 있느냐로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배제한 수사를 수용한다면 '생색내기'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야당 인사를 총리·장관에 기용하는 식의 거국내각 구성은 자가당착이 된다는 문제가 있다. 박 대통령은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연립정부(연정) 구성 제안을 "헌법 파괴를 넘어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단칼에 거절했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손쓸 방법은 딱히 없다. 이러는 동안 "국민의 마음 속에 대통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선언이 나오고, 학원가에서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등 민심이반은 가속되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해 "지금 상황은 백약이 무효"라거나 "갑갑한 상황"이라는 여권의 한탄이 이어졌다. 한 관계자는 "이미 레임덕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 아니냐"며 "국민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 국정동력 회복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