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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찰을 비웃는 최순실 인터뷰…사실왜곡 시도의 무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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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검찰을 비웃는 최순실 인터뷰…사실왜곡 시도의 무모함

    최순실. (사진=자료사진)

     

    독일에서 잠적중인 최순실 씨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27일 조간에 보도된 세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서다.

    그러나 최씨의 인터뷰 내용은 그동안 제시된 언론의 각종 보도와 물증에도 불구하고 마치 누군가와 정교하게 짜맞춘 듯 극히 일부 내용만 시인하고 대부분은 부인하는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청와대 자료를 받아 본 의혹에 대한 해명을 보자. 최씨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당선 직후 초기에는 이메일로 받아본 것 같다. 민간인이어서 그것이 국가 기밀이나 국가 기록인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어려울 때 도와 준 인연으로 취임 초기 홍보 연설 분야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 취지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대신 30cm두께의 대통령 비서실 보고서를 강남의 사무실에서 받아봤냐는 질문에는 "말도 안된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라며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겨냥했다. 정호성 청와대 부속실장이 청와대 자료를 외부에 유출한 의혹을 진위 공방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메일로 받아본 것 같다'는 식으로 얼버무린 것은 검찰 수사에 대비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순실씨는 중요 국정자료가 담긴 태블릿PC에 대해서도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쓸 줄도 모른다. 제 것이 아니다.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본인 소유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이는 태블릿PC의 명의가 최씨가 아니라 김 모 청와대 행정관으로 돼 있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의 해명은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 중 도저히 부인하기 힘든 부분만 인정하려는 전략으로 전형적인 검찰수사 대비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태블릿PC에는 최순실씨의 셀카 사진을 포함해 최씨의 얼굴 사진이 다수 들어있다. PC의 사용자도 '연이' 즉 딸 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인 유연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이 사용됐다. 본인의 셀카 사진이 들어있고, 딸의 이름이 사용자로 등록됐는데도 자기 것이 아니라니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최순실씨는 안종범 수석에 대해 "얼굴을 알 지도 모른다", 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씨에 대해서도 "차씨와 가깝지도 않고 옛날 한번 인연이 있었을 뿐이다", 미르나 K 스포츠재단 자금 지원문제도 "절대 자금 지원을 받은 것이 없다"는 식으로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고, 신경쇠약과 딸 아이의 심경변화를 이유로 국내 입국까지 거부했다.

    최씨의 이같은 해명은 검찰의 늑장수사를 비웃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건이 형사부에 배당될 때부터 수사의지를 의심받았던 검찰은 고발장이 제출된 지 27일만에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나 이미 대부분의 자료는 치워진 상태였다. 신사동 자택에는 최씨 모녀 것으로 보이는 수입명품 구두들만 가득했다.

    최순실씨가 증거인멸 및 특정언론과의 선별적인 인터뷰를 통해 사실왜곡을 시도한다면 이는 무모한 짓이다. 국가자료가 민간인인 최씨에게 전달된 것 자체가 이미 중대한 국기문란이다. 또한 각종 파일과 증언을 통해 국정농단 의혹이 상당부분 구체화된 상태다.

    떳떳하다면 국내에 들어와 만천하에 해명하면 될 일이지, 해외토픽감이 될 정도의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도 독일을 떠돌며 입국을 거부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도 개헌카드라는 '돌파구'에 의존하다 상황에 떠밀려 최근 어설픈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런 식으로는 결코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 이미 학생과 교수, 시민단체의 시국선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촛불집회도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일간 지지율은 17.5%(26일)로 급락했다. 30% 안팎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하던 박 대통령의 지지층이 지역과 세대를 막론하고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꺼져가는 국정 동력을 되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해결책은 자명하다. 진정한 사과와 고백을 통한 신뢰 회복이다. 동시에 인사와 정책을 포함한 국정운영을 공조직이 아닌 비선에 의존했는지를 밝히기 위한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여기에는 성역없는 수사를 가능케 할 특별검사 임명도 포함된다. 박 대통령이 최씨와의 오랜 인연을 인정한 만큼 의혹의 당사자인 최순실씨가 수사에 응하도록 귀국을 종용하는 것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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