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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朴 대통령은 이미 국민 마음속에서 탄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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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朴 대통령은 이미 국민 마음속에서 탄핵됐다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최순실 의혹 진상규명 촉구 집회'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8일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14%까지 급락하며 취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런 추세라면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90초짜리 '맹탕 사과'가 오히려 국민적 반감을 불러 일으키면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 지역, 60대 이상, 보수층 등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까지도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사실일 것'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80%나 됐고,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응답자는 6%에 불과했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이미 국민의 마음속에서 박 대통령이 탄핵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심대한 결함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최악의 국정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정치적으로 숙고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과 양심에 따라 결심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로 국민 앞에 눈물 어린 반성과 진정한 사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특별검사에게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최순실씨의 조기 귀국과 관련자들의 엄정한 처벌을 지시해야 한다.

    동시에 당·정·청에서 그동안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던 간신들을 내치는 인적 청산 등의 대대적인 국정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 언론에 드러난 일련의 움직임은 공작과 음모의 짜맞추기 냄새가 난다.

    최순실씨는 독일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를 활용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관련자들에게는 검찰 수사에 대비한 일종의 '답변 지침'을 줬고, 연설문 유출 의혹을 받는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은 28일 "최순실씨를 본 적도 없고, 연설문 유출을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27일 최순실 논란과 관련해 "박 대통령도 피해자"라고 말했다가 비난을 받았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나도 연설문을 쓸 때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황당한 말로 대통령을 엄호하는 호위무사를 자임했다.

    국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헤아리기 보다는 대통령 심기 의전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최순실 게이트'는 양파껍질처럼 계속 제기되는 온갖 의혹 속에 박 대통령을 고립무원으로 몰아넣고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과 사이비 종교 지도자 최태민씨의 관계가 새삼 주목을 받으면서 과거 주한 미국대사관이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본국에 보낸 외교문서가 공개됐다.

    이 문서는 최태민씨를 제정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을 이끈 요승인 '라스푸틴'에 비유하면서 "최태민이 인격 형성기에 박근혜 후보의 정신과 육체를 완전히 지배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최순실씨의 취미가 연설문 고치기"라고 폭로했던 최씨의 측근은 남성 접대부를 둔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최순실씨의 비밀모임 '팔선녀'는 강남지역 사우나에서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모든 것들이 국민을 허탈하게 만드는 얘기들 뿐이다.

    이제 박 대통령은 최순실에 의해 가려진 음습하고 칙칙한 장막을 걷어내야 한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불통(不通)을 고집한다면 분노한 '촛불 민심'에 기름을 붓는 우를 범하게 된다.

    당장 29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는 시민사회 단체를 비롯해 대학생과 일반 시민들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될 전망이다.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총학생회 학생들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박근혜 정권 퇴진 요구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미 대학가에서는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를 시작으로 최순실씨 딸의 특혜 입학 의혹이 일고 있는 이화여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대학들의 대통령 퇴진운동이 시작됐다.

    대학생 뿐만 아니라 교수들까지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는데, 대학들의 동시다발적인 시국선언은 박 대통령의 국정 무능과 리더십 부재에 대한 '세월호 세대'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최순실 파문이 불거지면서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느냐는 '세월호 7시간'이 다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27일 부산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대학생들이 '대통령 하야'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고, 대통령이 참석했지만 행사장 뒤편에 텅텅 빈 의자들은 싸늘한 민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국민 모두가 아는 것처럼 최순실 게이트에는 너무도 많은 '비정상적인 것들'이 등장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적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진정한 길은 자신이 그토록 강조했던 '비정상의 정상화'를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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