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관련 의혹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정권 초반 청와대에 들어간 물품 목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배우자가 없는 독신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영부인이 있는 과거 정권 시절에도 없던 침대 3대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에 들어가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됐다.
조달청이 지난 19대 국회에 제출한 '대통령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물품 취득원장'(2012년 12월 1일~2014년 9월 30일)을 확보해 분석해본 결과 박근혜 정권은 출범 초반에 청와대 본관에 총 3대의 침대를 들였다.
물품은 대통령의 사생활과 연결돼 있지만 ▷ 청와대 본관은 관저와는 달리 대통령의 공식 집무실이 있는 장소인 점, ▷ 해당 문서가 이미 조달청을 통해 국회에 제출된 공식 자료인 점, ▷ 최순실씨 비선실세 의혹으로 대통령의 집무 방식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 점 등을 이유로 과거 정권과 비교해 분석했다.
박근혜 정부 초반 청와대 본관에 들어간 물품 목록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월 18일 426만원 상당의 침대가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13년 3월 4일에는 607만원 상당의 고급 침대가 들어갔다.
이후 2013년 7월 22일 국내 가구회사에서 80만원 상당의 침대틀과 76만원 상당의 매트리스를 구입했다.
정권 초반 6개월만에 총 3대의 침대가 청와대 본관에 들어간 것이다.
청와대 본관은 대통령이 공식적인 집무를 보는 곳이다. 대통령이 거주하는 관저와 직원들이 일하는 비서동은 따로 있기 때문에 본관은 제1,2부속실 비서관을 제외한 일반 청와대 직원들은 거의 출입하지 않는 공간이다.
미국 백악관은 비서관들과 수시로 소통이 가능한 개방된 공간인데 반해 청와대는 상당히 폐쇄적인 구조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통령과의 실시간 소통을 위해 연설비서관을 본관에 근무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청와대 본관은 대통령이 집무를 보고 외빈을 맞이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휴식을 취하는 '내실'을 제외하고는 침대가 놓여질 여지가 적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집무실 옆에 마련된 내실에서 대통령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침대 1대가 마련돼 있었을 뿐 영부인이 집무를 보는 제2비서관실에는 내실을 따로 두지 않았고 침대도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에 근무했던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집무실 안쪽 내실에 대통령이 과중한 업무 중 쉴 수 있는 내실이 있고 그곳에 침대도 마련돼 있었다"며 "하지만 침대를 여러 대 놓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참여정부 시절 제2비서관실에 근무했던 관계자는 "영부인이 제2비서관실에서 외빈을 맞이하는 등 접견실과 집무실이 있었지만 내실은 따로 없었고, 침대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2층에 대통령의 집무실과 휴식을 취하는 내실이 있었지만 영부인을 위한 침대는 없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와대 본관의 운영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정부 모두 대통령 본인의 내실을 제외하고, 침대가 들어갈 구조는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관저 등 다른 장소에 납품된 침대를 본관으로 표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침대를 편의상 여러 대 둘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다른 장소에서 썼을 수도 있다. 별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에 들어가는 물품은 '물품목록정보법'에 의거해 철저히 관리를 받는다는 점에서 장소를 다르게 표기하면 명백한 법 위반이 된다.
대통령이 5분 거리의 관저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공식 집무실이 있는 본관에 여러 대의 침대를 들여왔는지는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 최순실씨가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의혹으로 야당이 청와대 출입기록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 경호실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