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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런닝맨' 자막 풍자…"참 '순'하고 '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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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도' '런닝맨' 자막 풍자…"참 '순'하고 '실'한데"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주말 예능에서도 현 상황을 풍자한 듯한 자막이 대거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했다.

    ◇ 믿고 보는 '무도'의 신랄한 풍자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29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사진='무한도전' 캡처)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었다. 29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공교롭게도 '그래비티' 특집이었다. 자연히 '우주'라는 표현이 단골처럼 등장했다. 멤버들이 무중력 실험을 하기 위해 헬륨 가스 풍선을 달고 하늘로 오르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자막들이 쏟아졌다.

    박명수가 무중력 실험을 할 때 나온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이 대표적이다. 무중력 실험을 하고 나서 "우주의 느낌을 좀 받았어요"라고 말한 하하의 발언도 빼놓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브라질에서 열린 경제인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밖에도 "우주의 기운을 모으면",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온다" 등의 표현을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나온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이라는 자막 역시 '우주'와 관련이 있다. JTBC의 단독보도로 공개된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에서는 '오방낭'이라는 이름의 파일이 발견됐다. 오방낭은 흑·백·청·홍·황 오방색으로 만든 주머니로, 음양오행설에 기반해 '우주의 기운'을 상징한다.

    2013년 2월 취임식 당시 '희망이 열리는 나무'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커다란 오방낭을 개봉해 국민들의 소망이 적힌 메시지를 읽었다. 최 씨가 박 대통령 연설문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주'와 '기운'을 강조하는 주술적인 표현과 '우주의 기운'을 상징하는 '오방낭' 역시 최 씨의 작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취임 초부터 꾸준히 지적받아 온 박 대통령의 '불통 정치'를 겨냥하는 듯한 표현도 등장했다. 박명수가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가 나오면 못 들은 체하고 딴청을 피울 때,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무한도전'은 이전에도 '대화 단절', '소통 불가', '소름끼치는 유체이탈 화법', '보이는 대로 읽은 박 앵무새' 등 박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교묘한 자막을 달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9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사진='무한도전' 캡처)

     

    박명수가 무중력 실험을 위해 하늘로 오르기 전 흥분된 상태에서 "온 나라가 웃음꽃이 피고 있어요"라고 하자, 곧장 "요즘 뉴스 못 본 듯…"이란 자막이 나온 것도 빠뜨릴 수 없는 풍자 포인트다. '무도'가 방송되던 29일 오후에는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및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 "순하고 실한데", "배후의 목소리"… '런닝맨' 뜻밖의 풍자 자막

    30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역시 '최순실 게이트'를 떠올리게 하는 풍자 자막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 런닝맨은 '나는 주인, 너는 아바타'라는 주제로 게스트들이 런닝맨 멤버들의 주인이 되어서 게임을 진행했다. 런닝맨 멤버들을 조종할 수 있는 게스트들은 아바타 하우스의 '실세'로 묘사됐고, 이 과정에서 현 상황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자막들이 속속 등장했다.

    가장 자주 등장한 표현은 역시나 '우주'였다. 런닝맨 멤버들이 눈을 가린 채 자신의 주인에게 짜장면을 먹여 우승자를 가리는 게임을 할 때, "간절히 먹으면 온 우주가 도와 그릇을 비워줄거야…!", "우주가 도운 듯 준현 뺨치도록(?) 깨끗한 그릇!"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1분에 85개의 바나나 쪼개기 미션을 할 때에도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라는 자막이 따라붙었다.

    30일 방송된 SBS '런닝맨' (사진='런닝맨' 캡처)

     

    보다 직접적으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막도 있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실세의 말을 따라야지요", "감히… 이 하우스의 실세는 난데?", "그나저나 배후의 목소리… 그분들은 대체 누구…?", "무정부 상태"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하하의 주인이었던 김준현은 "비만실세 그분이 시키는 대로 매트 들고 도망가는 하하"라는 자막을 통해 '비선실세'가 아닌 '비만실세'로 불렸고, 평소와 다르게 아바타에게 '센' 모습을 보일 때에는 "오해금지 실제로 참 순하고 실한데…ㅎㅎㅎ"라는 자막이 따라나왔다. '순'하고 '실'하다는 말에서는 최씨의 이름 '순실'을 떠올릴 수 있다.

    또한 같은 날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강아지가 등장하는 화면에서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자막이 깔렸다.

    30일 방송된 SBS '런닝맨' (사진='런닝맨' 캡처)

     

    현 세태를 풍자한 '무한도전', '런닝맨' 자막에 대해 시청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무도 자막은 이래야지. 정치적 풍자가 자유로운 나라가 어려운 거냐", "갓태호 화이팅!", "역시 MBC 유일의 시사 프로", "런닝맨 제대로네", "런닝맨에서 이런 자막 원래 썼었나?", "아바타 특집이라 타이밍도 기가 막히고 자막도 기가 막힌다" 등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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