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수습책으로 비서실장 등 핵심참모를 내친 박근혜 대통령이 '나홀로' 위기 수습을 진행 중이다. 거국내각 수립 등 분출하는 국정쇄신 요구에 대해 터놓고 의논할 측근이 없어 '결단'이 지연되고 국정혼란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인적쇄신 단행 하루 뒤인 31일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은 채 민심수습책을 심사숙고했다. 비서실장은 물론 정책조정수석까지 아직 공석이어서 사실상 박 대통령 혼자 대책을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계입문 때부터 자신을 보좌하던 '문고리 3인방' 정호성·이재만·안봉근 비서관마저 곁에 없다.
비선 실세로 드러나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최측근 최순실씨는 31일 검찰에 소환됐다.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같은 상황을 "외롭고 슬픈 우리 대통령님"이라고 표현했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사태 수습책을 누구와 논의하고 있을지 도무지 모르겠다. 당에도 마땅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 인선 등 후속 인사 문제를 우선적으로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야 정치권에서 제기된 거국중립내각 구성이나 책임총리 기용, 이에 따른 개각 문제 등도 고민했을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대통령이 심사숙고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뒤이을 수습책의 도출 속도에 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내놓고 5일이 지나서야 청와대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참모진이 건재한 상황에서도 대책 제시에 5일이나 걸린 점을 감안하면, 향후 참모진 보강이나 후속 대책 도출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특히 단순한 인사조치와 달리, 거국내각 등 중대사를 놓고 민심에 충족하는 대책을 세우자면 검토해야 할 변수가 많다. 등돌리고 있는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결국 조속한 민심수습책 도출은 어렵고, 이게 민심이반으로 악순환할 수밖에 없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전주대비 9.5%포인트 떨어진 19%(10월 24~28일 조사치)로 4주 연속 하락했다. 일간집계의 경우 지난 27일 15.5%까지 떨어졌다(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 박 대통령이 여당 및 시민사회 원로를 초청해 자문을 구할 때 청와대를 방문했던 한 인사는 "워낙 급하니까 청와대 참모를 자르기만 해놓고 후임자 임명도 못하고 있다. 대통령 리더십의 위기"라고 단언했다.
야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위기 수습을 못하고 국정이 흔들리는 상황은 국가적으로 크나큰 손실"이라며 "항간에는 최순실이 없어서 국정이 엉망이 되는 것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