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7시 둔산동 타임월드에서 시민 수천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사진=김미성 기자)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대전에서도 첫 촛불 집회가 열렸다.
수천 명의 시민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1일 오후 7시 민주수호대전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내려와라 박근혜 대전시민 촛불 행동' 집회에는 시민 3000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2500명)이 모였다.
애초 예상된 500명을 훨씬 넘긴 숫자였다.
둔산동 타임월드에서 진행된 촛불 집회에는 주최 측이 마련한 무대부터 도로 한 차로까지 집회 참가자가 가득 늘어섰다.
이날 주최 측이 준비한 촛불 천여 개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시민들은 '박근혜 하야', '국회는 최순실의 꼭두각시 박근혜를 탄핵하라', '이게 나라냐'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동본부 이영복 공동대표는 "시민들이 판단하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더는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상황이 못 된다"라며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의 의지를 반영해서 정상적인 대통령을 뽑아야 할 때가 됐다"며 집회를 주최한 이유를 밝혔다.
카이스트 부총학생회장 박항은 "카이스트 4천 학우는 이 자리에서 소리 없이 타오르던 분노를 이제는 소리높여 외친다"며 "우리의 선배들이 피땀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정한 권력과 이를 향유하는 세력을 용서치 않을 것이며, 우리의 분노를 담아 싸워나갈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 손에는 촛불을, 한 손에는 피켓을 들고 박 부총학생회장의 말에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교복을 입고 참여한 학생들이 눈에 띄었고, 아이의 손을 잡고 참여한 가족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담요를 덮기도 했다.
꽁꽁 언 손을 촛불에 녹여가면서도 타오르는 분노를 표출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일부 시민은 스마트폰을 들고 페이스북 라이브방송 중계를 하기도 했다.
집회에 처음 나왔다는 대학생 김유리(23·여) 씨는 "대통령이 민간인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는 얘기에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유라는 이화여대에서 학교도 안 갔는데 그런 학점을 받았다. 우리는 밤을 새워서 과제를 해도 받을까 말까 한 학점이다"라며 성토했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인 박선빈(19) 씨 역시 "나라가 망해가는 것 같아서 촛불 집회에 나왔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유성에서 온 이봉직(52) 씨는 "대통령의 무능력에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지경이다.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가 개, 돼지 소리를 안 들으려면 스스로 우리의 주권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남성(사진=김미성 기자)
한 남성은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채 촛불집회에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남성은 "가이 포크스 가면은 저항을 상징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정혜연(35·여) 씨는 집회를 마친 뒤 아들과 함께 현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워 쓰레기 봉투에 담기도 했다.
정 씨는 "아이에게 대통령은 존경받아야 하는 사람인데, 지금 대통령을 하는 사람이 잘못해서 사람들이 알려주려 이곳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어린 학생들이 이 자리에 많이 나왔는데 우리 아이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한다"고 했다.
본 집회가 끝난 뒤 시위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타임월드에서 이마트를 지나 다시 타임월드로 돌아오는 약 1.6km의 거리를 행진했다.
경찰은 3개 중대 200여 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운동본부는 11일까지 매일 촛불 집회를 연 뒤, 오는 12일 전국 50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민중총궐기에 합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