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씨가 K스포츠재단 추진 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직접 작성한 지시메모. 최씨는 그간 재단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자필 메모가 공개되면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본인 주장과 달리 재단 사업 전반에 깊숙히 개입한 것을 보여주는 자필 메모가 발견됐다.
최씨는 K스포츠재단 회의 석상에서 태권도 시범단 설립과 남북교류사업 등 재단이 추진하는 역점 사업의 진행경과와 향후 협의내용 등을 담은 메모를 직접 작성해 정현식 전 사무총장 등에게 넘겼다.
메모를 작성한 시점은 올해 3월16일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들과의 간담회 직전이었다.
메모의 성격은 출연 기업 관계자들에게 재단의 추진 사업을 설명하고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라는 취지였다.
K스포츠재단 관련 사업을 일일이 챙긴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최씨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메모가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을 얻을 수 없게 됐다.
최씨의 자필 메모는 현재 검찰에 제출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 개명 후 최서원) 씨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현식 전 사무총장은 1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최순실씨가 대기업을 상대로 출연금 사용처를 설명하라고 작성한 지시 메모"라며 최씨의 자필메모를 공개하고 "메모는 기업들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작성한 메모에는 '개도국 관련 태권도 시범단 설립 사업'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나온다.
보름 뒤 박근혜 대통령은 6박8일간의 일정으로 워싱턴핵안보정상회의와 멕시코 공식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박 대통령은 멕시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4월3일 현지에서 K팝과 태권도, 양국 전통음악 협연 공연 등을 관람했다.
또 5월2일에는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에 급조된 K스포츠재단 태권도팀 'K스피릿'이 동행해 테헤란에서 시범을 펼치기도 했다.
최씨가 3월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에게 지시한 태권도 시범단 설립 자필 메모 지시사항이 한두달 사이에 남미와 중동에서 일사천리로 실현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지난달 13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창단도 되지 않은 시점에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이 몇 사람을 모아서 대통령 외국 순방길에 따라 나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K스피릿이 법률적 형체를 갖춘 건 5월 13일이지만, 앞서 3월에 단장을 선임하고 단원을 영입해 훈련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이 지적한 '보이지 않는 손'은 결국 최씨였던 셈이다.
최순실씨는 K스포츠재단이 주요 사업목적으로 소개한 남북스포츠 교류 사업에도 관여했다.
최씨가 자필 메모에서 두번째로 지적한 '남북교류 (중국) 단둥 체육행사'는 K스포츠재단의 주요사업목적 중에 하나로 재단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김필승 이사가 직접 단둥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에서 마지막으로 언급된 '인재양성 5대 거점지역'은 K스포츠재단이 3월에 추진하던 지역 스포츠 시설 확보 사업이다.
재단은 배드민턴과 핸드볼, 야구, 축구, 육상 등 메달전략 종목과 육성 지원 종목을 구분해 거점지역에 장기 임대 스포츠시설을 확보한 뒤 체육인재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최씨가 재단 주력 사업을 일일이 챙겼음을 보여준다.
정현식 전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두하면서 "K스포츠재단의 실소유주는 최순실"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물증은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씨가 직접 작성한 메모가 공개되면서 정 전 사무총장의 폭로가 사실로 확인된 데 이어, 재단 운영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최씨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됐다.
최순실씨 자필메모에 등장하는 K스포츠재단 역점 사업. 재단은 구체적인 기획안까지 마련해 스포츠시설 부지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