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모금, 인사개입 의혹'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이 2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K스포츠재단 사업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은 자신과 별도로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도 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라인이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월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안 전 수석에게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포스코와 배드민턴팀 창단 등을 보고한 내용을 담은 회의록에 나온 것이다.
회의록은 K스포츠재단 관련 실무를 담당한 박헌영 과장이 작성했다. 재단과 최 씨의 회사인 '더블루K'를 오가며 실무를 담당한 박 과장은 '능력이 있다'며 최 씨가 총애했던 인물이다.
2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당시 회의록을 보면, 정 전 사무총장은 "포스코 사장과 미팅에서 고압적인 태도와 체육은 관심밖이라는 태도를 느꼈고, 배드민턴단 창단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본인의 관심사인 바둑을 주제로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안 수석에게 보고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포스코 회장(권오준)에게 얘기한 내용이 사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며 "즉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 포스코에 있는 여러 종목을 모아서 스포츠단을 창단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사진=박지환 기자)
◇ 안종범, 최순실→대통령에 보고라인 의식한 발언그는 그러면서 "다만, 이 사항은 VIP(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는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는 안 전 수석이 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해왔음을 방증하는 것이어서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할당해 걷고, 최 씨 소유의 '더블루K' 등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사업구조에 대해 박 대통령이 보고받고 직접 챙겼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안 전 수석이 K스포츠재단 관계자에게 '대통령에게 보고 하지 말자'고 말한 것은 최 씨가 대통령에게 직접보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정 전 사무총장→최 씨→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비선 보고 라인이다.
K재단의 실소유자로 지목된 최 씨는 대포폰을 이용해 박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포스코 측은 같은 날 안 전 수석의 전화를 다시 받고, 스포츠단을 꾸리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이를 K스포츠재단뿐만 아니라 '더블루K'에도 알렸다. '더블루K'는 이권을 챙기기 위해 사업 초기부터 K스포츠재단과 한몸처럼 움직였다.
포스코 측은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에게 "어제 회의에서 언짢게 했다면 미안하고 오해를 풀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장문의 사과문자를 하기도 했다.
전날 최 씨가 제안한 배드민턴팀 창단 요구를 포스코 황모 사장이 거절한 안 전 수석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3월 15일 포스코 관계자와 만나 스포츠단 창단 논의를 진행했다. 더블루k 내부문서에는 "포스코 양ㅇㅇ 상무. 포스코 스포츠단의 운영현황 받아서 진행하기로 함"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협의 이후 스포츠단 창단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포스코 측은 "당시 조직을 줄이는 상황ㅇ어서 새 스포츠단을 창설할 여력이 없었다"며 "실제로 추진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