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병원 접수데스크에 붙은 안내문(사진=김미성 기자)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을지대병원 파업이 일주일째 접어들면서 외래 진료와 일부 병동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을지대병원 노조에 따르면 파업 첫날 200명 초반에 불과했던 파업 참여 조합원 수가 현재 370여 명에 달한다.
필수유지부서와 교대 근무자를 제외하면 조합원의 85% 이상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현재 을지대병원은 당일 접수와 일반 병동 입원이 불가능한 상황.
병원 측은 파업으로 치료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며, 주말 사이 일부 환자에게 퇴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이동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또 500병상의 환자 가운데 200병상 정도를 더 퇴원시킬 예정이다.
노조에 따르면 6층부터 15층까지의 병동 중 7층을 제외한 병동은 사실상 업무가 마비됐다.
을지대병원 노조 신문수 지부장은 "어제가 을지재단 창립 60주년인데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성실교섭에 나서야 할 병원 측이 노조의 집중교섭 제안을 거부한 채 파업 비난에 매달리고 있다"며 “병원 측은 조속한 병원 정상화를 위해 성실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식 민주노총 대전본부 본부장 역시 "오죽하면 이럴까요. 우리가 사랑하는 을지대병원이 사람에게 투자하지 않고 이윤의 도구만 되고 있다면 환자의 생명은 누가 담보할 수 있겠냐"며 "조금 손가락질당해도 을지대병원과 환자 모두를 위해 포기할 수 없다"며 호소했다.
반면 을지대병원 측은 "노조는 파업 전날부터 병원 로비를 점거해 병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불법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노조가 불법행위가 동반된 로비 점거행위를 풀고, 병원이 지정한 대체공간으로 이동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 언제라도 대화와 교섭에 신의성실로 나설 것"이라고 반박했다.
병원 측은 파업으로 빠져나간 간호 인력 대신 과거 간호 업무를 보던 행정 부서 직원들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했지만, 환자들의 불안감과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얼마 전 쌍둥이를 출산한 환자의 남편 유지춘(35) 씨는 "부인이 지금 분만실에 입원 중인데 우리는 일반 병동에서 입원치료를 하고 싶다. 그런데 병원 측에서는 일반 병동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며 "대체 인력이라고 온 사람들은 머릿수만 채울 뿐이지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암 환자 A(58) 씨 역시 "입원환자도 진료나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데 일반 환자는 더 피해를 볼 것"이라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온다. 병원과 노조 모두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이익 다툼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 같은 암 환자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한 가닥 희망"이라며 "수술 받은 병원에서 치료받아야지 다른 병원에서는 받아주지도 않을 것이다. 자기 이득만 따지며 환자를 위협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앞서 을지대병원 노조는 열악한 근로조건과 임금 수준 등의 이유로 지난 27일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 10개 대학병원의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중이 44.5%지만, 을지병원은 27.2%에 그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