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명예박사 철회촉구대회에 참여한 100여 명의 학생과 시민들(사진=김미성 기자)
"명예 없는 박근혜에게 줄 명예박사 따위는 없습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 국정개입 의혹이 갈수록 짙어지면서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박사 학위 철회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서남표 전 총장으로부터 KAIST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와 학부 총학생회,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등은 3일 오후 7시 30분쯤 KAIST 본관 앞에서 '박근혜 KAIST 명예박사 철회촉구대회'를 열었다.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는 시국선언문 발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 한 약속뿐만 아니라 KAIST와 한 약속도 저버렸다"며 "당시 KAIST 총장은 이공계 여성들에게 사회적 역할 모델과 미래 리더로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라고 선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명예박사학위란 수여자가 한 분야나 사회에 이바지한 바를 존경하는 표현임과 더불어 학교의 명예 또한 함께 지켜달라는 묵시적 의미로 수여되는 것"이라고 명예박사학위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비선실세 국정개입 파문으로 자신의 명예를 지키지 못했고, 2016년 10월 KAIST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여한 명예박사학위도 그 의미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박사 학위를 받았을 당시에도 학생들 사이에서 “박 대통령은 명예박사를 학위를 취득할 자격이 없다”는 등 의견이 분분할 정도 논란이 거셌지만, 학교 측이 강행하면서 학위가 수여됐다.
이후 국감에서도 서 전 총장이 박 대통령이 정권을 집권한 후에도 총장직을 수행하려고 박 대통령에게 학위를 준 것이 아니냐는 등의 의혹은 끊이질 않았다.
자유 발언에 나선 의과학 박사 노모 씨는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해 땀과 눈물로 취득하는 박사학위를 대통령은 아무런 노력 없이 가져간 것은 참으로 비통한 일"이라며 "비록 우리 학위 앞에는 명예라는 단어가 붙지 않지만,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가 바로 명예 학사, 석사, 박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명예박사 철회촉구대회에 참여한 아이(사진=김미성 기자)
2살배기 딸과 함께 대회에 참가한 졸업생 정성일(30) 씨는 "박 대통령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을 때 재학 중이었다"며 "그 당시에도 굉장한 반발이 있었고 박 대통령이 과학기술 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후배들이 올바른 길을 가는 데 힘이 되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박근혜 KAIST 명예박사 철회촉구대회에서는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박사 학위를 빼앗기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 대통령 가면을 쓴 한 학생은 박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며 '아는 언니에게 물어봐야 한다',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면….' 등의 대사를 읊어 한바탕 웃음을 선사했다.
이들은 학교 측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박사학위를 철회할 때까지 청원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