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4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담화는 '떠밀기-동정모드-반박-변명-빠져나가기로 일관한 1차 담화의 확대판이다. 결론은 국정주도 유지였다.
이에따라 국민들의 반발이 누그러지는 커녕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담화문 서두에서 "선의의 도움을 준 기업에게 송구하다"고 전제한 뒤 "특정 개인이 이권과 권한을 챙기고 여러 위법을 저지른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모든 책임을 '최순실 개인'에게 떠넘겼다.
박 대통령은 이어 "모두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며 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지만 정치적·도의적 책임일 뿐, 사법적 책임은 최씨와 그의 수족인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 핵심 측근인사들에게 귀책시켰다.
◇ 전매특허 '수사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내포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 대통령은 전매특허인 '수사 가이드라인'을 검찰에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검찰은 구애받지 말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엄정한 수사를 벌이라"라면서 "자신도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하고 "비서실, 경호실도 적극적으로 수사협조하라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필요하면 검찰 조사를 받고 특별검사 조사도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얼핏 '엄정수사'를 당부한 것처럼 보이지만, 행간을 파악하면 결론은 측근들을 형사처리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라는 지시로 해석된다.
서두에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검찰수사 방향은 물론 사법처리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이다.
특히,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별도특검인지 상설특검인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정치권에 공을 넘겨버렸다.
◇ '불쌍모드'로 동정심 유발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았다"는 점을 이번에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개인생활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 오랜 인연인 최순실씨 도움을 받고 '왕래'를 했는데 개인적 인연만 믿고 주변에 엄격하지 못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었다"며 동정심을 유발시켰다.
박 대통령은 '연민 감정'을 불러 일으킨 뒤에는 "제가 사이비 교주에 빠졌다거나 굿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해명과 반박에 나섰다.
또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는)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국정과제"라며 "비리로 찍혀 안타깝지만 일부 잘못이 있어도 성장동력을 깨트리지 말아달라"고 변명과 호소를 동시에 동원했다.
◇ 법적책임은 빠져나가기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들어서는 다시 한번 '책임 떠넘기기와 빠져나가기'를 시도했다.
박 대통령은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앞으로는 사사로운 인연도 끊고 살겠다. 그간 경위에 대해 설명해야하지만 검찰이 수사중이라 일일이 말씀드리지 못하겠다"며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국정농단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일체 설명하지 않았다.
비선실세 최씨가 어떻게 청와대 경제수석과 교육문화수석, 문체부 차관 등을 동원해 대형이권사업에 개입하고 국정을 농단했는지에 대해서 검찰 수사를 핑계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안종범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직거래했고 자신은 심부름을 한 것"이라고 주변인들에게 얘기했지만, 대통령은 이에대한 설명을 국민들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결국에는 안보와 국정주도 의지
박 대통령은 결론 부분에서는 '안보'를 내세우며 앞으로 책임총리 등 권한을 이양하지 않고 자신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의지를 확실히 했다.
박 대통령은 "더 큰 국정혼란을 막기위해 진상과 책임규명은 검찰에게 맡기고 앞으로 원로·여야대표와 만나서 의견을 깊이 수렴하겠다"며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9분여 간에 걸친 박근혜 대통령의 2차 대국민담화의 결론은 결국 '대통령의 권한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