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국민담화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 담화문 속에 '수사 가이드라인' 암시가 눈에 띈다.
지지율 5%를 기록하며 역대 대통령 지지율 조사 중 최저치를 기록한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터져 나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선을 긋고 향후 국정운영에 매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내포됐다는 평가다.
특히 담화문에서 박 대통령은 "그간 경위에 대해 설명해야 하지만 검찰이 수사 중이라 일일이 말씀드리지 못하겠다"고 했지만,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곳곳에서 '수사 가이드라인' 암시가 포착된다.
◇ 선 긋기와 꼬리 자르기"저와 함께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의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들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우선 서두에 언급한 문장을 뜯어 보면, '선의의 도움', '특정 개인'이란 단어가 보인다.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이라는 구절을 통해 이번 기업들이 출연한 돈은 '대가성이 없다'는 것을,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는 대목에서는 '비선 실세' 최순실 개인의 책임임을 나타낸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현재 검찰은 최순실 씨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제3자뇌물죄'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건설업체 부영 세무조사 편의 청탁 등의 정황이 나온 것만으로도 '대가성'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현 수사 내용과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검찰이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기업들로부터 800억 원 가량을 모금했을 때 '대가성이 있었느냐'에 대해서 소극적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이란 발언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가성이 없었음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검찰이 적용한 직권남용죄는 일반적인 경우, 뇌물죄와 마찬가지로 최대 5년 징역과 10년 자격 정지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뇌물죄의 경우 그 액수가 1억 원이 넘으면 가중처벌돼 최소 10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을 받게 된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뇌물죄를 적용 안 한 것을 두고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측근 정리?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
얼핏 '엄정수사'를 당부한 것처럼 보이지만, 행간을 파악하면 결론은 측근들을 형사 처리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라는 지시로 해석된다.
이는 서두에 언급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다는 대목을 통해서다.
다시 말해,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안 전 수석에게 일을 시켰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지겠지만, 지금 불거지는 것은 특정 개인의 위법행위다'라는 식의 해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직무 범위 내에서 국익을 위해 했을 뿐이라는 대통령에 대해 혐의를 입증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박 대통령의 담화문이 사실상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오는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입장 표명, '수사 가이드라인'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