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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전경련은 '공범'…이승철 부회장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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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전경련은 '공범'…이승철 부회장은 어디에?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신에 대한 검찰과 특검 수사를 수용하면서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로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을 상대로 돈을 거둔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 '자신이 안을 냈다'는 당초 입장을 번복하며 책임을 청와대로 돌리고, 이에 청와대 안종범 전 수석은 자신이 '대통령의 심부름꾼'이었음을 토로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린 떼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다.

    그러나 최고위 권력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해서 돈을 낸 대기업과 돈을 거둔 전경련이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돈을 낸 대기업과 돈을 거둔 전경련은 '권력의 피해자'라기보다는 '정경유착의 공범'에 가깝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을 상대로 774억 원을 거둬 최순실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전경련의 이승철 부회장은 요즘 두문불출 중이다. 비서실에 연락을 해도 일정은 물론 사무실 출근 여부도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전경련이 이번 사태 초기에 수습 방안으로 제시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통합 작업은 '난파' 지경에 이르고 있다. 두 재단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진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사진 초빙에 응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설립 허가권을 갖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예 "통합재단의 설립 허가 신청이 들어오더라도 현재로서는 이를 승인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정관주 문체부 1차관은 3일 "통합재단을 만들 경우 설립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과 연루된 증거를 인멸한다는 시각도 있고 원천적으로 재단 설립이 무효라는 얘기도 나오는 판국에 섣불리 허가를 내주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의 통합재단 설립 방안은 '장기 표류'의 가능성이 높고, 결국 재단 통합을 하지 못할 경우 모금한 돈은 국고에 환수되든가, 기업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통합재단이 출범한다고 해도 여론이 이처럼 악화된 상황에서는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문제 해결의 출구는 보이지 않고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는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자발적 요청을 수용해 자신이 안을 내서 설립했다'는 당초 입장을 번복하고 '청와대의 요구와 지시에 따랐다'는 이 부회장의 검찰 진술은 사실 궁색하기 이른데 없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지)

     

    돈을 낸 대기업들 사이에서 나오는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 억울하다'는 반응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물론 최순실씨가 대기업들의 약점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기는 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출연금과 별개로 자금을 지원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기업적 고충 및 현안'을 안고 있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출연금 46억원과 별도로 70억원을 지원한 롯데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고, 80억원 투자 요구를 받은 SK는 정부의 CJ헬로비전 인수심사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최씨 측근 차은택씨가 주도한 K컬처밸리에 1조여원을 투자하기로 한 CJ도 당시 이재현 회장 사면에 골몰하고 있었다.

    CJ그룹의 경우 2013년말 "VIP의 뜻"이라며, 이미경 부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특히 최씨의 딸 승마선수 정유라 지원과 관련해 독일로 35억원을 보낸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걸려있는 상황이다.

    결국 구체적인 대가를 위해서든 보험용이든 하나같이 권력에 잘 보여야하는 이유가 있던 기업들인 셈이다.

    실제 자금 지원을 대가로 세무조사를 잘 봐달라는 시도도 있었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은 K스포츠 재단의 '체육인재 육성 5대 거점' 사업과 관련해 7, 80억원의 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최선을 다해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만 현재 저희가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영의 자금 지원이 불발되기는 했지만, 돈을 대고 세무조사 등에서 정권의 비호를 받는 정경유착의 큰 그림을 잘 보여준다.

    자금을 지원한 대기업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검찰 조사가 앞으로 본격화되면, 지금까지 거론된 대기업 말고도 최순실씨 일당에게 돈을 준 대기업이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될 수 없다.

    재계 일각에서는 사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의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만큼, 오히려 이번에야말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태가 정말 뼈아프지만 앞으로 권력의 요구가 있다고 해도 대기업과 전경련이 'NO'를 할 수 있는, 정경유착을 하면 결국 정권이든 기업이든 다 망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 경험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허가 문제, 국세청 세무조사, 검찰 조사 등과 관련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업이 열심히 사업만 하고도 될 수 있는 정부·기업·시장 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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