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소환‧황제 조사' 논란을 낳았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김수남 검찰총장이 '최순실 게이트' 책임자로 사실상 지목했고, 그를 소환조사했던 특별수사팀을 질책했다.
최순실씨 대역 논란까지 겹쳐 검찰의 신뢰가 무너지자 '집단속'을 위해 내부 경고장을 던졌다는 분석인데, 그 타깃은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라는 게 검찰 내부 해석이다.
7일 대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총장이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의혹도 밝히라고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우 전 수석이 검사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사진에 찍혀 보도되자 수사팀도 질책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통 검사에서 두 차례 검사장 승인에 낙마한 뒤 옷을 벗은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2년차 청와대에 입성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넥슨과의 처가 강남땅 매매 의혹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의경 아들 보직 특혜 의혹 등을 수사의뢰할 때만 해도 우 수석은 버티기로 일관했다.
'리틀 김기춘'으로 불리던 정권 실세였던 그는 지난달 말 경질돼 민간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도 기자를 쏘아보는 뻣뻣한 태도까지 보였다.
그랬던 그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사건의 수사대상으로 검찰 총장에 의해 지목된 처지가 됐다. 우 전 수석은 현재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에게 지금 남아 있는 끈이 뭐가 있겠냐"고 말했다.
민정수석으로서 검찰 인사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우 전 수석은 자신의 인맥을 검찰 주요 포스트에 포진시켜 ‘우병우 사단’을 거느린다는 말을 들어왔다.
이 때문에 자신과 처가를 둘러싼 비위 의혹 수사 과정에서도 ‘건재를 과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우 전 수석 자택은 배제됐고, 보직 특혜 논란이 있던 우 전 수석 아들은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 늑장 소환에 이어 '황제 조사' 논란 사진이 보도되면서 저자세로 일관했다는 질타 대상이 됐다.
이런 와중에 김 검찰총장은 우 전 수석을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우 전 수석을 소환조사한 특별수사팀을 질책하기도 했다.
검사들 사이에선 우 전 수석 수사 방침을 "비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도 하고, "우병우 라인을 향해 더는 추종하지 말라는 경고장"으로도 해석했다.
다만, '직무유기'가 우 전 수석이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 아닌 방조범 수준에서 처벌 여부를 따져보라는 ‘가이드라인’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검찰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에 "禹가 확실히 끈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검사도 '우병우씨'라고 할 것"이라고 적었다.
검찰 출신인 조 의원은 "2년 전 청와대문건 유출사건으로 제가 중앙지검 수사를 받을 때, 20년 정도 후배검사가 제게 '어이 조응천 씨'라고 부를 정도로 기개가 있었다"며 우 전 수석이 확실히 권력을 잃었다고 판단되면 자신이 한때 받았던 대접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지금 '여전히 우병우 시대'와 '어이 우병우씨' 시기 사이에서 평가를 받을 기로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