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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

    말을 멈춘 전경련, 말을 하는 한경연

    (사진=황진환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전경련과 유관기관인 한경연의 행보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을 상대로 774억 원을 모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예정된 자료를 연기하는 등 할 말을 못하고 있는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 인상과 경제민주화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세미나를 연달아 개최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주 '2016 규제개혁 종합건의' 보도자료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대미 통상환경 전망' 보도자료를 내기로 했으나 갑자기 '자료 보완'을 이유로 연기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통상환경 전망' 자료는 미국 대선 판세가 워낙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배포 시기를 조절할 수도 있겠지만, '규제 개혁'은 경우가 다르다.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에서 매우 일관되게 강조하고 요구한 것이 바로 규제개혁이기 때문이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실제 규제개혁장관회의와 무역투자진흥회의 등 박근혜 정부의 각종 회의에 참석해 규제완화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한 바 있다.

    '2016 규제개혁 종합건의' 자료는 전경련이 매년 회원사들로부터 의견을 접수해 작성해왔던 것으로 사실 그렇게 특별할 것이 없는 자료인데도 배포가 연기된 것이다.

    전경련이 특별히 중시하는 '규제개혁' 건의사항 발표를 연기한 것은 결국 정치권의 수금기구로 전락했다는 일각의 비판 속에 회원사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는데도 제약을 받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은 야권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회원사 대기업들의 이익을 반영해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고 경제민주화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세미나를 잇달아 열고 있다.

    한경연은 지난 1일 '법인세 인상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법인세율 인상안은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고 주장했고, 7일 세미나를 통해서는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경제민주화가 오히려 기업사냥꾼과 기관투자자 등 일부에만 이익을 주고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을 설파했다.

    한경연 권태신 원장 (사진=자료사진)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경영권 통제에 집중된 경제민주화 입법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 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과 한경연은 이른바 '유관기관'이다. 표방하는 가치가 다르지 않다. 회원사도 삼성과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겹친다.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정부에 요구하는 경제 정책 방향도 규제 완화, 법인세 인상 반대, 경제민주화 법안 반대 등에서 같다.

    그런데 최순실 정국에서 한경연은 과거에 했던 '말'을 계속하고 있으나 전경련은 '말'을 유보했다. 두 기관의 행보가 대조를 보이는 것은 결국 최순실 게이트와의 관련성 때문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권력의 요구에 따라 대기업들로부터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774억 원을 거뒀을 뿐 아니라,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등 총대를 메고 주창한 규제 완화의 일부가 최순실 일가의 강원도 땅 등 이권과 연결된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러 저런 이유로 전경련을 바라보는 시선이 워낙 따갑다보니 회원사 기업들이 요구하는 규제 완화도 섣부르게 건의하기가 껄끄럽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정국 속에서 대조되는 두 기관의 행보는 전경련의 향후 쇄신 방향과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전경련이 더 이상 정경유착의 연결고리가 아니라 소통의 통로가 되어야 하고, 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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